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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오젠의 기막힌 투자… 삼성에피스 삼바에 넘기고 2兆 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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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에피스 본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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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전량(50%-1주)을 23억달러(약 2조7655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과 바이오젠의 10년 바이오 합작 관계는 종지부를 찍게 됐고, 500억원으로 에피스에 첫 투자를 했던 바이오젠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돈방석에 앉게 됐다.

◇ 바이오젠, 8100억 투자해 2兆 차익

바이오젠은 삼성이 바이오 산업에 진출했던 2011년 쯤 삼성과 첫 인연을 맺었다. 바이오 산업에는 경험이 없던 삼성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 바이오젠은 알츠하이머 치매, 다발성 경화증,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 신경질환 치료제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월터 길버트 박사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필립 샤프 박사 등이 세운 이 회사는 뇌질환 분야에서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여럿 갖고 있었다. 삼성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세우고 2012년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에 본격 뛰어들면서 바이오젠과 합작해 에피스를 세웠다.

당시 바이오젠은 에피스 지분 15%(약 500억원)에 대해 투자했고, 삼성은 바이오젠에 에피스 지분을 주당 5만원에 최대 50%-1주까지 확대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제안했다. 에피스를 키워 나가자는 제안이었다.

바이오젠은 지난 2018년 6월 실제로 콜옵션을 행사했다. 바이오젠이 이때 들인 돈은 약 7595억원(주당 5만원). 바이오젠은 삼성과 에피스 합작사를 만들 때 투자한 500억원을 포함하면 약 8100억원으로 에피스의 지분 50%-1주를 손에 넣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이날 바이오젠은 2조 7655억에 지분을 매도하며 2조원에 가까운 차익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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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에 있는 바이오젠 본사 사옥 건물/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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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이오젠이 에피스의 지분을 삼성에 내 준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는 거물급 신인으로 통한다. 에피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3종과 항암제 2종 등 총 5개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고, 출시를 앞둔 제품만 해도 5개 정도 있다.

바이오젠이 에피스와 손을 놓는 순간 에피스는 바이오젠의 강력한 경쟁자가 된다. 그런데도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 지분 매각을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바이오젠이 이런 결정을 한 것은 회사 내부 사정 때문으로 보인다. 바이오젠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을 개발하면서 주목을 끌었다.그러나 이후 아두헬름의 효능 및 부작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회사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동안 만들어냈던 블록버스터급 신약들의 특허도 곧 만기를 앞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바이오업계에서는 올해 초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 통째로 인수합병(M&A)을 제안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하지만 이날 지분 매매로 인해 이런 소문은 없던 일이 됐다.

◇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 10년 관계 정리

바이오젠이 보유한 에피스 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의 핵심에 있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에피스를 종속회사(연결)에서 관계회사(지분법)로 변경하면서 기업가치를 장부가액(2905억원)에서 공정가액(4조 8806억원)으로 바꿨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그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16% 가지고 있던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 비율이 매겨졌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사로 바꿔서 가치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삼성 측은 그 당시 에피스의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8년 5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특별감리 끝에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두 달 후인 6월 말 바이오젠이 바이오에피스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했지만, 에피스로 인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본잠식을 우려하는 내부 문건이 공개됐고, 금융감독원은 같은 해 11월 분식회계 혐의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검찰에 고발했다. 여기에 불복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기한 행정소송 1심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 삼성바이오, 신약개발 첫 거론...M&A·기술도입 적극 나설 듯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사들이면서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는 삼성의 전략은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에피스를 인수하면 현재 지분구조와 비교해 의사결정도 자유로워지고, 민첩성도 커진다”며 “에피스의 신규 파이프라인 개발, 오픈이노베이션, 신약 개발 등 중장기 성장 전략을 독자적으로 빠르고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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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존림 대표이사 사장/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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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가 ‘신약 개발’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삼성은 바이오 분야에서는 글로벌 빅 파마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이른바 ‘CMO’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취해 왔다.

그러나 에피스 지분 인수로 삼성의 바이오 사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신약 사업 진출 3대 축을 만들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장 메신저 리보핵산(mRNA) 등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에서 보폭을 넓힐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하나의 공장에서 세포·유전차 치료제 등 다양한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가능한 멀티모달 공장도 연내 착공을 앞두고 있다. 삼성은 신약 후보물질 발굴뿐만 아니라 해외 유망 바이오벤처의 후보물질을 들여오는 라이선스 인(기술 도입) 전략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는 출범 10년여 만에 글로벌 CMO업계 최정상에 오르고, 세계에서 바이오시밀러 판매 승인을 7개나 받아냈다”며 “에피스 지분 인수로 ‘삼성 DNA’가 신약 개발에 집중될 전망이다”라고 했다.

김명지 기자(mae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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