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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A-POINT] '미끼'가 중요했던 벤투의 변칙 전술...의의와 아쉬운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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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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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신동훈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내놓은 변칙 전술은 여러 부분에서 의의와 보완점이 공존한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27일 오후 9시(한국시각) 레바논 시돈에 위치한 사이다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레바논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7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다음 경기인 시리아전에서 승리한다면 한국은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 대업을 이룬다.

핵심 공격수인 손흥민과 황희찬이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벤투 감독은 그동안 내놓지 않던 4-2-2-2 포메이션을 내놓았다. 황인범 움직임에 따라 흔히 다이아몬드 4-4-2로 부르는 4-1-3-2 포메이션으로도 볼 수 있었다. 이는 이전과 다른 특징이 분명히 있었다.

가장 먼저 투톱이 나선 점이었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원톱을 고집했다. 경기 막판 급하게 공격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투톱만 내세웠다. 전통적인 스트라이커보다는 황의조처럼 활동량이 많고 이타적인 선수를 원했다. 주민규, 김신욱과 같은 선수 대신 조규성, 김건희가 뽑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 레바논을 현혹시켰던 '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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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술의 핵심은 '누가 미끼가 되느냐'였다. 상대적 약체인 레바논이 수비에 집중할 것이란 건 경기 전부터 확실한 사실이었다. 여기에 비가 많이 와 잔디 상태가 엉망이었던 것도 확인됐다. 따라서 벤투 감독이 그동안 추구하던 4-2-3-1 포메이션에서의 짧은 패스를 통한 세밀한 빌드업 축구 구현은 매우 어려웠다. 손흥민, 황희찬 같이 일대일 돌파가 능한 선수도 부족하기에 일단 밀고 들어가는 축구를 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벤투 감독은 스루패스, 롱패스로 순식간에 상대 골문 앞에 공을 보내 득점을 만드는 패턴을 준비했다. 이는 3선에 선발로 나섰던 정우영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확인된 사항이다. 짧은 패스를 통한 빌드업보다 성공 확률이 떨어지는 이 전술이 성공하기 위해선 확실히 공간을 파고든 뒤 골문과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장면이 많이 나와야 했다.

이 때 필요한 게 '미끼'였다. 상대 수비를 끌어당기는 미끼가 될 선수가 필요했다. 유인 작업이 성공해야 한 쪽에 공간이 발생하고 이 틈을 파고 들어 슈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투톱이 번갈아 가며 미끼가 됐다. 둘은 최전방에만 있지 않고 좌우, 2선, 심지어 3선까지 끊임없이 움직여 수비 시선을 끌었다. 레바논 수비는 순간적으로 황의조 혹은 조규성에게 집중하다 공간을 내줬다.

주로 우측에 위치한 권창훈, 이용이 침투를 했다. 좌측에 위치한 이재성, 김진수는 상대적으로 공을 배급하는 쪽에 집중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레바논 수비를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과감한 패스와 위협적인 슈팅이 동시에 나왔다. 선제골 장면에서 언급한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좌측에서 빌드업이 이뤄졌고 황의조가 빠져나가며 수비가 쏠렸다. 황의조는 중앙으로 공을 보냈고 수비 빈 틈에 들어간 조규성이 마무리했다.

# 의의와 아쉬운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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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성 선제골을 지킨 한국은 1-0 승리를 따냈다. 값진 의의가 있었다. 일단 포메이션 다앙성이 확보된 것이다. 벤투 감독의 고착화된 4-2-3-1 포메이션은 상대에게 읽히기 쉬웠다. 선수 교체 자체도 4-2-3-1 포메이션에 기반해 예측이 수월했다. 이번 A매치 기간 동안 새롭게 얻은 4-2-2-2 포메이션으로 향후 상황, 상대에 맞게 요긴하게 변화할 수 있게 됐다.

조규성의 발견도 꼽을 수 있다. 조규성은 FC안양에서 데뷔 시즌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 전북 현대로 이적했고 김천 상무에 군 입대를 한 이후에도 폭풍 성장을 거듭한 K리그 최고 유망주다. 그가 대표팀에서도 존재감을 뽐내 더욱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가 됐다. 평가전에 이어 최종예선에도 골 맛을 봐 자신감이 올랐을 게 분명하다. 향후 대표팀에 큰 자산이 될 조규성이다.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도 확실히 존재한다. 벤투 감독은 교체를 사용하지 않았다. 평가전 기간 동안 좋은 모습을 보인 김진규와 같은 선수들을 내보내지 않았다. 선수들이 체력 문제를 드러내며 전반과 달리 정확성이 떨어지는 순간에도 교체 카드를 아꼈다. 의도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지만 같은 포메이션에서 내보낼 대체 자원으로 누가 적합할지 볼 기회를 잃은 건 분명했다.

손흥민, 황희찬이 부상을 당했을 때처럼 좋은 호흡을 보인 레바논전 선발진 중 누가 언제 빠질지 알 수 없다. 평가전과 다른 분위기, 중압감이 형성된 최종예선에서 계획에 있는 선수들을 쓸 수도 없었지만 벤투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주전들을 향한 믿음이지만 향후 독이 될 수 있다는 부분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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