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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깜짝실적은 똑같은데…애플 주가는 급등, 테슬라는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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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엇갈린 애플·테슬라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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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뉴욕증시 상장 종목인 애플과 테슬라가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희비가 엇갈렸다.

애플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며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5% 급등한 반면, 테슬라 주가는 11% 이상 급락했다. 반도체 공급난에 대한 대응 가능 여부가 시장 판단을 갈랐다.

애플은 27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9~12월)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늘어난 1239억달러(약 149조1000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록적인 매출에 힘입어 순이익도 전년 동기(287억달러)보다 25% 늘어난 346억달러(약 41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날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29% 하락한 159.22달러에 장을 마감했지만,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5.04% 상승했다.

애플의 주가 상승세에 대해 미국 금융투자사인 코웬의 크리시 산카르 애널리스트는 "애플 주식은 시장이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에도 안전자산으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주가 하락기에 완벽에 가까운 실적을 발표했기 때문에 상승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공급망 문제 측면에서 지난해 4분기가 지난해 3분기보다 더 상황이 나빴다"면서 "올해 1분기에는 상황이 개선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쿡 CEO는 "장기적으로 공급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애플의 수요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의 수요가 어떤지에 대해서도 알아야만 공급 상황을 예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쿡 CEO는 1998년부터 애플에서 일하며 공급망과 물류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월 단위가 아니라 하루 단위로 공급망 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도록 사업 구조를 만들어왔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와 공고한 관계를 기반으로 반도체 칩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고 이 같은 관계 때문에 올가을 아이폰14를 비롯해 가장 많은 하드웨어 신제품을 쏟아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이폰14뿐만 아니라 무선 이어폰 에어팟 프로2도 함께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애플도 반도체 부족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다. 디스플레이 구동칩이나 전력 관리칩 등 다른 제품과 혼용하는 반도체 부문에 수급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월가는 애플의 신제품 출시 일정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과 함께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것이란 기대감을 유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자들은 올해 아이폰의 판매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애플에 몰리는 것은 새로운 제품군인 혼합현실(MR·mixed reality) 헤드셋 출시에 베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애플보다 하루 앞서 실적을 발표했던 테슬라는 27일 주가가 829.10달러로 11.5% 급락했다. 하루 새 시가총액이 1090억달러(약 131조4000억원) 증발한 것이다. 테슬라는 전날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지만,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우려감을 불식시키는 데 실패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칩 공급난을 이유로 성장동력으로 꼽혔던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을 연내에는 출시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머스크 CEO는 "계속되는 칩 부족으로 인도하고 있는 총 차량 수를 줄이지 않고서는, 새 모델을 출시하는 것이 현재 불가능하다"면서 "이 때문에 올해는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지 않겠다.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개발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자율주행 완성을 통한 경쟁력 확보로 방향을 돌렸다. 테슬라의 반도체 공급난 해소가 언제쯤 풀릴지 전망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칩 공급 부족이 최소 2023년은 돼야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완성차 업체 모두 같은 고민을 떠안고 있다. 대다수 완성차 업체가 5일 수준의 재고만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반도체 부족 심화에 대비해 너도나도 물량 확보에 나선 상태다. 특히 반도체 수요는 증가하지만 전동화에 필요한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 수가 소수로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테슬라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차량용 반도체가 가전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보다 대부분 높은 기술적 난도와 안전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 상황이 당장 해결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날 테슬라 주가가 하락하면서 경쟁 업체인 루시드와 리비언 주가도 각각 14.10%와 10.50% 급락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테슬라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이매뉴얼 로스너 도이치뱅크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목표주가를 1200달러로 유지하면서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과 제조 능력이 자동차 산업의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이는 테슬라의 주도권을 확장하는 데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마크 델라니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자동차 생태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라면서 "올해 매출이 5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테슬라는 소프트웨어를 미래 이익과 가치 창출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완전 자율주행을 달성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기차 분야 선두주자로 여전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 = 이상덕 특파원 / 서울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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