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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헬기가 부딪쳐도 멀쩡했다”… HDC현산, 관양현대 수주전서 자화자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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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안양 관양현대 재건축 수주전에서 “헬기가 부딪쳐도 멀쩡한 삼성동 아이파크를 만들었다”며 자화자찬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 실종자 수습도 전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안전을 강조하며 무리한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비즈

지난 16일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입구에 HDC현대산업개발의 수주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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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관양현대 홍보설명회를 위해 최근 제작·배포한 영상에서 “이번 광주 사고와 관련해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40년 동안 약 50만가구의 현대아파트를 공급하고 국내 주거문화를 이끌어온 회사”라고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어 “저희는 헬기가 부딪쳐도 멀쩡했던 삼성동 아이파크를 만들었고, 부산 지역 침수사태 때 유일하게 바닷물을 차단한 해운대 아이파크를 만들었다”면서 “새롭게 탄생할 관양현대가 조합원님들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각오로 시공에 있어서도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 능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자, 20여년 전인 2004년 준공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사례를 꺼낸 것이다.

물론 이는 사실이다. 김포공항에서 잠실 헬기장으로 이동하던 LG전자 소속 헬기가 2013년 삼성동 아이파크 24~26층에 충돌한 뒤 화단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삼성동 아이파크는 멀쩡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화정아이파크 사고가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양현대 수주를 위해 무리하게 자화자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관양현대에서 여러 차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 569자 분량의 짧은 입장문을 냈는데, 관양현대 수주전에선 대표이사 명의의 879자 자필 사과문을 보냈다. 당시 무엇이 중요한 지를 제대로 모른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관양현대 홍보설명회에 나선 HDC현대산업개발 측 발표자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영업정지 처분과 관련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이 발표자는 “코오롱건설(코오롱글로벌)이 지난해 10~12월 3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는데, 5년 전 사건으로 인해 영업이 정지된 것”이라면서 “왜 이렇게 오랜 시간 뒤에 행정조치가 실행되냐면, 모든 행정조치는 시공사에 의견을 청취하고 소명할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행정조치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고 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관양현대 사업을 진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역시 반성하는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다.

HDC현대산업개발 경영진의 인식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7일 사내 게시판에서 대표이사 명의로 “기존 수주 사업지를 면밀히 관리해 회사의 충격을 최소화하며, 과도한 제재에 대해서는 전사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강경 대응 메시지인 셈이다.

이날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붕괴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정부가 현재 운영하는 모든 법규, 규정상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페널티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HDC현대산업개발 제재를 시사한 바 있다.

한편, 관양현대 입구에는 ‘안전한 아파트를 바라는 관양현대 시니어모임’이 내건 HDC현대산업개발 규탄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들은 현수막에 “우리의 재산과 목숨을 현산에 맡길 수 없다”, “현대산업개발, 보증금 돌려줄 테니 제발 떠나주세요”라고 적었다.

또 ‘안전한 재건축을 바라는 관양현대 청소년과 청년모임’ 회원 20여명은 지난 25일 안양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산은 역사와 전통을 얘기하며 이번 사고를 전화위복으로 삼겠다고 수주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미혹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지금은 반성해야 할 때이지 미래의 먹거리를 개척해야 할 때가 아니다”면서 “현산은 모든 정비사업지의 수주 활동을 즉각 중단하고 사고 수습에 총력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은 진솔한 사과와 재발방치 대책이어야 한다”면서 “두 차례 비슷한 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은 대대적인 혁신과 개혁을 통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데, 무리한 수주 활동에서 보인 영업에만 치중하는 모습이 분노를 더 키웠다”고 했다. 이어 “기업 위기관리 측면에서 지금은 영업활동보다는 사고 수습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고성민 기자(kurtg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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