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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LG엔솔 상장날 2조 매수' 연기금은 공모주 초대어 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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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이 LG에너지솔루션 상장날(27일) 2조원 규모로 대거 매수에 나서며 연기금의 대어급 공모주 '묻지마 매수'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연기금이 LG에너지솔루션 상장날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대거 팔아 치우며 지수 하락을 부추켰고, LG에너지솔루션을 1조5000억원 가량 매도한 외국인에게 차익실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날(27일) 투자자별 매매현황을 보면 기관이 3조169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개인이 각 1조5007억원, 1조4393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 매수물량의 상당부분(70%)인 2조1084억원을 연기금이 매수했다.

연기금은 27일 장 초반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공모가(30만원)의 2배 가량인 50만원 후반대부터 매수를 시작해 장중 내내 LG에너지솔루션을 쓸어 담았다. 당일 연기금은 삼성전자 우선주를 제외하고 시가총액 상위 20위 종목을 모두 매도했다. 27일 연기금의 코스피내 순매수 규모(1조2231억원)가 LG에너지솔루션 순매수 규모(2조1084억원)보다 8800억원 가량 적다는 점을 볼때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대거 매도에 나선 셈이다.

이처럼 연기금이 LG에너지솔루션 풀배팅에 나서는 와중에 외국인은 대거 매도에 나섰다. 장중 내내 주가가 공모가보다 크게 높은 수준에서 거래된데다 연기금의 매수세가 탄탄하게 받쳐주는 상황에서 반대로 장중 내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연기금은 중장기 투자를 하는 대표적인 기관투자자로 지수를 추종하기 위한 차원에서 투자 포트폴리오에 없는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해당하는 공모주를 상장 당일부터 매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20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공모주 초대어급 상장시 연기금은 상장 당일부터 상당 기간 매수하는 모습을 매번 반복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2020년 연기금은 공모주 대어급에 해당하는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하이브(당시 빅히트) 중 코스닥 종목인 카카오게임즈를 제외하고 상장 당일부터 매수에 나섰다. SK바이오팜 상장(2020년7월2일) 이후 한달간 2거래일을 제외하고, 하이브 상장(2020년10월15일)이후 두달간 2거래일을 제외하고 연일 순매수했다.

지난해 상황도 유사했다. 연기금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2021년5월10일 상장)와 카카오뱅크(21년8월6일)를 각각 상장 후 2달간 3거래일을 제외하고 연일 순매수했다. 지난해 11월3일 상장한 카카오페이 역시 한달간 2거래일을 제외하고 주식을 사들였다.

연기금이 이처럼 초대어급 공모주를 상장 당일부터 매수에 나서며 상장 초기 주가가 공모가보다 높게 형성된 후 하락할 경우 평가손실이 났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장한 지 석달이 돼가는 카카오페이의 경우 연기금은 27일 기준으로 387만여주, 7209억원 가량을 매수했고 평균 매수단가는 18만338원이다. 12만원대의 현 주가와 비교하면 40% 가량 손실이 난 셈이다.

그러나 연기금의 대어급 공모주 투자가 결과적으로 손실이 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상장한 달에 하락후 이후에 상장추세를 이어갔던 하이브의 경우처럼 대어급 공모주 주가가 일정 기간 후에 상승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연기금과 같이 대규모 자금을 중장기적으로 운용하는 전문 투자자의 경우 개별 종목 투자에 앞서 주식·채권 등 자산군별 배분전략, 즉 포트폴리오를 먼저 짜는데다 개별 종목 투자에 앞서서 손실할 만회할 헤지전략을 미리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11월 기준 연초 이후 운용수익률은 8.13%다. 국내주식 운용수익률은 1.43%로 해외주식(27.9%) 등 다른 자산에 비해 부진하지만 코스피가 같은 기간 1.2%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은 924조원으로 국내채권 36.8%, 해외주식 27.3%, 국내주식 16.9%, 대체투자 11.3%, 해외채권 6.9%, 단기자금 0.6% 등으로 구성돼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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