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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우는 '농구스타 출신' 감독들... 성적은 이름값 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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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선수 출신이라도 지도자 역량은 별개... 체계적인 육성 제도 필요

'농구대잔치 세대' 출신 프로농구 감독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김승기 안양 KGC 인삼공사 감독은 7년 만에 감독 통산 200승 고지에 올라섰다. 올해 감독 데뷔한 '초보' 전희철 감독이 이끄는 서울 SK는 7할대 승률로 리그 1위를 질주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이상민 감독은 꼴찌로 추락한 팀성적에 소속선수의 음주운전 파문-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등 악재가 겹치며 8년 만에 서울 삼성 사령탑직에서 불명예스럽게 사임하여 대조를 이뤘다.

김승기 감독이 이끄는 안양 KGC는 27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과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85-72로 완승했다. 이로써 김승기 감독은 2015-2016시즌 KGC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정규리그 통산 347경기 만에 200승을 달성했다. 감독 200승은 KBL 역대 12번째이자, 최소경기로는 전창진 전주 KCC감독(335경기)에 이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김승기 감독은 2015-2016시즌 안양 KGC의 지휘봉을 잡으며 감독 경력을 시작한 이래 정규리그 승률 57.6%(200승 147패)를 기록했으며 팀을 두 번이나 챔피언에 등극시키며 명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특히 지난 2020-2021시즌에는 6강 PO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전대미문의 '10전 전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승기, 선수 때보다 빛나는 '감독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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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지시하는 KGC 김승기 감독 ▲ 3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BL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와 안양 KGC 인삼공사의 경기. KGC 김승기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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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가드'로 불리우던 김승기 감독은 농구명문 용산고와 중앙대를 졸업하고 실업 삼성전자와 프로 서울 삼성-울산 모비스-원주 동부(현 DB) 등에서 선수생활을 보냈다. KBL에서 9시즌을 활약했고 1990년대 국가대표로서도 오랜 시간 활동했던 수준급 가드였다.

하지만 하필 동시대에 이상민-강동희-주희정-신기성-김승현 등 걸출한 선수들이 넘쳐나던 '포인트가드 전성시대'라 상대적으로 가려진 측면이 컸다. 특히 프로에서는 공교롭게도 본인이 주전으로 활약했던 시즌마다 팀성적이 바닥을 쳤던 징크스 때문에 기대보다 큰 빛을 발하지 못하며 스타급 선수에는 이르지 못했다.

현역 은퇴후에는 이른바 '전창진 사단'의 일원으로 원주 동부와 부산 KT(현 수원)의 코치직을 거치며 줄곧 전창진 감독과 동행했다. 2015년에도 전 감독을 따라 안양 KGC의 코치로 부임했으나 전 감독이 승부조작과 불법도박 의혹(최종적으로 무혐의 판결)으로 부임 3개월 만에 사임하며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물려받게 되었다. 은사였던 전 감독과 프로농구에는 큰 위기였지만, 결과적으로 김승기 감독에게는 농구인생을 바꾼 일생일대의 기회가 됐다.

김 감독은 초기에는 전창진 감독에 대한 섣부른 옹호발언을 비롯하여 주전 의존도와 선수 혹사 등 경솔한 언행으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뛰어난 성적으로 여론을 반전시켰다.

부임 당시만 해도 오세근-이정현-양희종-박찬희 등 이른바 '이상범(현 원주 DB 감독) 시대'의 유산이 건재했던 탓에 운좋게 '선수빨'로 성적을 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이후 문성곤-전성현-변준형-이재도 등을 잇달아 키워내며 감독으로서의 독자적인 역량을 증명했다. 인삼공사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만년 중하위권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10년 사이에 3번이나 챔피언에 등극하며 신흥 명문으로 올라섰고 그중 2번의 우승은 바로 김승기 감독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전희철 감독도 지난 4월 문경은 전 감독에 이어 SK의 사령탑에 오르며 첫 시즌부터 승승장구하고 있다. 첫 공식대회였던 지난 9월 컵대회에서 무패 우승을 차지했고, 정규리그에서도 지난 시즌 8위로 6강 플레이오프조차 탈락했던 팀을 2021-2022시즌에는 7할대를 넘는 승률(27승 8패, .771)로 단숨에 1위까지 끌어올리며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자밀 워니, 김선형, 최준용, 안영준 등 지난 시즌에 비하여 큰 전력변동이 없음에도 환골탈태에 가까운 변화는 전희철 감독의 리더십을 빼놓고 평가할수 없다.

김승기와 전희철, 두 감독의 공통점은 '준비된 지도자'라는 점이다. 빠른 1972년생(90학번)인 김승기 감독과 1973년생(92학번)인 전희철 감독은 현역 은퇴 이후 코치 경력만 무려 10년에 달한다. 각각 전창진과 문경은이라는 KBL에서 큰 성공을 거둔 선배 감독들을 오랜 시간 보좌하며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물려받을 수 있었다.

현재 KBL을 대표하는 유재학(현대모비스), 전창진, 유도훈, 이상범 등 이들보다 한 세대 위의 감독들이 대부분 40대 초반, 빠르면 30대 후반에도 처음 프로 지휘봉을 잡은 것과 비교하면 이들의 감독 데뷔는 많이 늦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일찍 감독직을 시작했다가 시행착오를 겪어야했던 선배들에 비하여 초보답지않은 '안정감'과 '노련함'이라는 장점을 가질 수 있었다.

이상민, 최고 스타플레이어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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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삼성 이상민 감독 사임 ▲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이상민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삼성 구단은 "이상민 감독이 성적 부진과 선수단 관리 부족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감독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26일 밝혔다. 사진은 2021년 12월 20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경기를 지켜보는 이상민 감독.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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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전희철의 성공가도와는 대조적으로 최근 '스타 출신 감독'들의 잇단 실패사례는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산소같은 남자' 이상민 삼성 감독은 현역 시절 당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로 꼽혔던 레전드 포인트가드 출신이었지만, 삼성에서는 8시즌간 구단 역대 최장수 감독으로 활동하고도 통산 승률이 3할대(160승 241패, .399)에 그치는 처참한 성적을 남기고 불명예 퇴진했다.

'매직 히포'로 불렸던 현주엽 전 창원 LG 감독도 3시즌(2017-2020) 동안 정규리그 통산 성적 63승 87패(.420)에 그치며 재계약에 실패했고 현재는 농구계를 떠나 방송인으로 활동중이다. '소리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 전 KCC 감독은 2015년 감독 대행을 시작으로 정식 사령탑에 올라 정규시즌 우승 1회를 비롯하여 통산 95승 90패(.514)의 성적을 남겼으나 2018년 11월 성적부진으로 사임했다. 조동현 전 감독은 부산 KT에서 3년간 51승 11패, 승률 .315에 그치며 사임한 이후, 현재 울산현대모비스의 코치를 맡으며 감독에서 코치로 돌아간 특이한 사례다.

일찍 감독직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젊은 감독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지도자로서의 자질이나 경험보다는 '선수 시절의 명성'에만 의존하여 지휘봉을 잡았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지도자 수업을 받을 시간도 매우 부족했다. 현주엽은 아예 코치 경력없이 방송인으로 활동하다가 갑작스럽게 낙하산으로 프로구단의 지휘봉을 잡았고, 이상민-추승균도 현역 시절을 보낸 소속팀에서 막내 코치로 시작했다가 전임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감독으로 초고속 승진하기까지는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선수시절에 아무리 뛰어난 기량과 리더십을 보여준 선수라도 지도자로서의 역량은 엄연히 별개다. 물론 허재나 문경은 감독처럼 별다른 코치 경력 없이도 감독으로서 성공한 사례도 있기는 하지만, 충분한 준비와 과정없이 감독직에 도전한다는 것은 프로의 세계에서 확률 낮은 도박에 가깝다.

또한 스타 감독들이 선수 시절의 높은 명성에 비하여 감독으로서는 리더십과 전술적 역량, 혹은 한국농구의 방향성을 위한 비전이나 담론 등에서 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섣불리 감독직에 도전했다가 뼈아픈 실패를 맛본 이들은 지도자로서 재기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는 한국농구 차원에서도 큰 인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한국농구는 선수를 키우는 것 이상으로 체계적인 지도자 육성에 있어서도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절반이 넘는 6개 구단이 1960년대생들로 이루어져있다. 1977년생인 이규섭 삼성 감독대행을 제외하면, 어느덧 나이 50를 바라보는 김승기와 전희철 감독이 정식 감독 중에서는 막내급에 해당한다. 점차 '구세대'가 되어가고 있는 농구대잔치 세대 이후를 이끌어갈 40대 이상의 젊은 지도자들이 몇 년째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농구의 '감독급 인재풀' 부족을 심각하게 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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