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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디폴트옵션 도입되는 퇴직연금… 연금 백만장자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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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9일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도입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오는 7월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디폴트옵션 도입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은행에 사실상 방치된 퇴직연금 중 상당수가 생애주기형 펀드인 타깃데이트펀드(TDF)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연 1~2%대에 머물러 있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획기적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TDF나 ETF는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손실 발생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된다고 해도 노후 자산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퇴직연금을 안전하게 지키려는 문화가 쉽게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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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퇴직연금 90%가 원리금 보장형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대부분 예금과 같은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의 원리금보장상품 편입 비중은 2018년 90.3%, 2020년 89.3%, 2021년 9월 86.4% 등이다.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높은 이유는 우선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는 확정급여(DB)형 비중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21년 9월 말 국내 퇴직연금 총 적립금 규모는 266조원이고 이 중에서 DB형은 151조2000억원으로 56.9%를 차지한다. DB형 운용 책임은 기업이 지게 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보다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대부분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적립금을 넣어두고 있다. DB형은 가입자가 아무리 펀드나 ETF에 투자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은 가입자인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퇴직연금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DC와 IRP 가입자들도 손실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원리금보장상품 투자를 선호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나면서 DC·IRP 적립금을 실적배당 상품에 투자하는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DC·IRP의 실적배당형 상품 편입 비중은 2018년 각각 15.9%·24.3%에서 지난해 9월 20.9%·33.7%로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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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 영국·호주 등서 도입

디폴트옵션은 DC·IRP 가입자가 퇴직연금을 운용하지 않고 일정기간 방치할 경우 금융회사(사업자)가 사전에 가입자와 맺은 계약에 따라 운용을 대신해주는 제도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 이미 도입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저금리시대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 에서 퇴직연금을 예금에만 넣어두면 노후 소득 증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은 DC형, IRP 퇴직연금제도 가입자의 적립금 운용을 지원하기 위해 법상 절차를 거쳐 정부의 엄격한 승인을 받은 적격 연금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라며 “해외의 거의 모든 국가에서 도입·운영하고 있으며, 퇴직연금의 장기 운용을 위한 필수 제도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각 나라별로 도입하고 있는 디폴트옵션은 약간씩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가 도입하는 디폴트옵션에 따르면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거나, 디폴트옵션으로 운용을 원하면 사전에 지정한 디폴트 상품으로 운용된다. 구체적으로 최초 계약 이후 또는 기존에 운용지시한 상품의 만기가 도래한 이후에도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4주 이상 내리지 않으면 사업자가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된다는 사실을 가입자에게 통지한다. 통지 이후에도 운용지시가 없으면 2주 경과 후부터 사전에 정한 디폴트 상품으로 운용된다. 디폴트 상품으로 운용 중에도 가입자는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운용 상품을 바꿀 수 있다. 또 가입자가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다가 디폴트옵션으로 전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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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 상품 종류 뭐가 있나

디폴트옵션이 작동하려면 우선 가입자와 사업자가 원리금보장상품이나 TDF·혼합형펀드, 스테이블 밸류 펀드, 부동산 인프라 펀드 중에서 하나 이상을 사전에 정하는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런 상품을 적격 디폴트 상품이라고 부른다. 당초 원리금보장상품은 적격 디폴트 상품에서 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디폴트옵션 도입 취지가 예금에 방치된 퇴직연금을 실적배당 상품 투자로 이끌어 장기 수익률을 높이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면서 예금을 적격 디폴트 상품에 포함했더니 대부분의 퇴직연금 가입자가 예금을 선택해 수익률 제고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적격 디폴트 상품에 예금이 포함됐지만 예금만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금+TDF, 예금+혼합형펀드 등의 조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사전 선택이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TDF는 은퇴 목표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주식)과 안전자산(채권) 비중을 운용사가 알아서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다. 각 운용사의 TDF 상품명에는 반드시 2030, 2045 등 은퇴 목표시점을 나타내는 숫자가 포함된다. 이 숫자가 높을수록 은퇴 목표시점이 뒤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젊은 투자자들이 가입하게 되고 위험자산 비중이 높다. 반대로 숫자가 낮을수록 은퇴 시점이 임박했다는 뜻으로 위험자산 비중은 낮고 안전자산 비중은 높다.



TDF는 이미 연금 투자의 대세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미 TDF에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을 투자하고 있는 규모(순자산 기준)가 10조원을 돌파했다. 2017년에는 7293억원이었는데 불과 5년 만에 시장 규모가 1400% 이상 팽창했다. ETF가 투자 대세로 떠오르면서 공모 펀드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TDF는 글로벌 자산배분을 해 변동성을 최대한 줄이고 연 5~10%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한다. 1월 13일 기준으로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TDF의 평균 1년 수익률은 6.76%, 3년 수익률은 36.02%에 이른다. 혼합형펀드는 주식과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해 변동성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이렇게 보면 TDF와 유사해 보이지만 TDF처럼 은퇴 시점에 맞춰 주식, 채권 비중을 조절하는 건 아니다.

스테이블 밸류 펀드는 원금 보장이 거의 확실한 단기금융상품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를 가리킨다. 머니마켓펀드(MMF)가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다. 부동산·인프라 펀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투자 계획 관련 사업이나 정책에 따라 추진되는 부동산, 도로, 통신망, 공항 등의 건설·개발 사업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해 투자자들에게 배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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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올라갈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디폴트옵션이 도입에 따라 크게 두 가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수익률 상승이다. 현재 연 1~2% 수준에 머물러 있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TDF와 같은 상품에 장기 투자하면 이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TDF가 대세로 자리 잡은 미국의 경우 2009~2018년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8.3%에 이른다. 미국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미국에서 퇴직연금으로 투자되는 TDF 규모는 2007년 167억달러에서 2020년 1조3550억달러로 80배 급증했다.

수익률 상승은 퇴직연금 투자만으로도 노후 소득 보장을 가능하게 만든다. 미국에서는 최근 퇴직연금 투자로 부자가 되는 ‘401K 백만장자(401K Millionaire)’ 열풍이 불고 있다. 401K는 우리나라의 DC처럼 투자자가 직접 운용할 수 있는 퇴직연금인데, 디폴트옵션으로 TDF를 설정해두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폴트옵션 도입은 퇴직연금도 투자하는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가입자가 직접 투자·운용할 수 있는 퇴직연금인 DC와 IRP는 연말정산 세액공제 용도로만 사용돼 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DC와 IRP는 불입할 때 세액공제 혜택이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해서 수익이 나면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때 3.3~5.5%의 분리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 퇴직연금을 운용할 때는 디폴트옵션에서 제외되는 ETF 투자도 가능하다. ETF는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 실시간 매매를 하기 위해서는 은행, 보험사에 있는 퇴직연금을 증권사로 옮겨야 한다. 국내에 상장된 주식형, 채권형 ETF 모두 거래가 가능하지만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 투자는 불가능하다. 또 서학개미들이 투자하는 미국에 상장된 ETF 투자도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거래가 허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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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액공제·분리과세 더블혜택

디폴트옵션으로 투자하든 스스로 투자하든 퇴직연금을 실적배당 상품에 투자하면 크게 2가지 혜택이 있다. 우선 세액공제 혜택이다. DC 추가납입금과 IRP 납입금을 합쳐 1년에 7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예를 들어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인 근로자라면 공제율 16.5%가 적용되기 때문에 115만5000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총급여가 5500만원 초과할 경우 13.2%의 공제율이 적용돼 최대 92만4000만원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 불입액 세액공제는 개인연금저축과 합산한다. 그런데 연금저축의 세액공제 한도는 연간 400만원이다. 따라서 연금저축 400만원, 퇴직연금 300만원을 불입하면 700만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연금저축 500만원, 퇴직연금 200만원을 납입하면 600만원만 세액공제을 받게 된다. 이 경우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퇴직연금 납입액을 300만원으로 늘려야 한다.

인출 단계에서는 분리과세가 핵심이다. 퇴직연금을 투자해서 발생한 이익금에 대해서는 3.3~5.5%의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가 된다. 연금 수령 연령이 70세 미만이면 5.5%, 70세 이상 80세 미만이면 4.4%, 80세 이상이면 3.3%의 세율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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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우선 분리과세되는 대상은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에 한정된다. 애초에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이 자금은 어떻게 인출하더라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세액공제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은 ‘연금으로 수령’해야 저율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금으로 수령한다는 의미는 해마저 정해진 연금수령 한도 내에서 수령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올해 연금을 최초로 수령하는데 적립금이 세액공제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을 합쳐 5000만원이라고 해보자. [5000만원/(11-1)]*120%=600만원 공식에 따라 600만원이 올해 연금수령 한도가 된다. 따라서 600만원까지 인출하면 연령에 따라 3.3~5.5% 세율이 적용되고, 600만원을 초과해 인출할 경우 초과분은 연금 외 수령으로 분류돼 기타소득세 16.5%가 부과된다.

[문지웅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7호 (2022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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