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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시다 총리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신청한다”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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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등 자민당 보수파에 백기 든 기시다 총리

등재 가능성 낮아 보류 생각했으나 입장 바꿔

한국 정부 “강한 유감 표명, 중단하라” 촉구


한겨레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상징과도 같은 금 채굴 현장이었던 브이(V)자 산봉우리 ‘도유노와레토’ 모습. 사도시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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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조선인이 대규모로 강제동원됐던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강행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거듭된 경고에도 등재를 추진키로 결정한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러한 시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8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추천한다고 표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단에 “올해 신청해서 조기에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등재 실현의 지름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2월 1일 각의(국무회의)를 거쳐 유네스코에 신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23년 세계유산 등재 심사를 받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다음달 1일까지 유네스코에 추천서를 내야 한다. <교도통신>은 “보통의 상황이라면 유네스코 자문기관이 올 가을께 현지 조사를 하고, 2023년 5월 등재 여부를 권고해 그해 여름 세계유산위원회 심사를 받는다”며 “(등재를 반대하는) 한국과 양자 협의가 요구돼 심사가 보류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기시다 정부가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강행하면서 일본의 강력한 요구로 새로 마련한 유네스코 절차를 스스로 부정한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오노 히카리코 외무성 보도관은 지난 2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세계유산위원회에서도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에 (반대 의견 등이 있을 경우) 당사자 간 대화를 촉구하는 지침이 지난해 7월 마련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할 때 회원국이 반대하면 심사를 중단한 뒤 기한을 정하지 않고 당사국 사이에 대화를 계속하도록 하는 제도가 일본의 강력한 요구로 도입됐는데, 세계유산에도 비슷한 취지의 지침이 생겼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기시다 총리와 일본 외무성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신청을 보류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 등 자민당 내 보수파가 강하게 반발하며 일본 정부 내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베 전 총리는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역사전(쟁)을 걸어온 이상 피하면 안 된다”고 적었다. 2015년 ‘군함도’(하시마)가 포함된 ‘메이지 산업혁명유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당시를 거론하며 “그때도 등재가 안 될 위험이 있었지만 미룬다고 사태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기시다 정부는 등재를 미룰 경우 오는 5월 니가타현 지사 선거나 7월 참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도 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이제훈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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