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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핵·ICBM 시험 재개' 시사한 뒤 저강도 도발…북한의 묘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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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발사 등 군 행보 보도 '로키'…김정은 경제 시찰 부각

'대결전' 명분 세우며 국방력 행보 지속 의도로 분석

뉴스1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함경남도에 새로 건설 예정인 연포남새온실농장 건설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면에 보도했다. 이날 신문은 김 총비서의 군수공장 현지지도와 지난 25일, 27일에 시험발사한 미사일 관련 보도보다 농장 시찰을 더 비중 있게 다뤘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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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의 올해 연이은 무력시위의 하나의 특징은 강도의 진폭이 크다는 점이다.

이달 5일 올해 첫 무력시위 때 북한은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11일 추가로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하면서는 '새로운 전략무기'의 대대적인 성공을 자축했다.

특히 김정은 총비서가 약 2년여 만에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에 참관하면서 대외 메시지의 효과도 있었다. 극초음속미사일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이어 북한에게 상당한 전략적 의미가 있는 무기체계임이 확인되면서다.

북한은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이후에는 무력시위의 강도를 다시 낮췄다. 14일 철도기동 미사일연대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때는 김 총비서의 참관도 없었고 대외 메시지도 없었다.

다만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단행한 이후 '불의에 화력임무가 접수'돼 미사일 발사가 진행됐다는 점에서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에 이어 나름의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평가도 동반됐다.

17일에는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는 탄두의 파괴력이 높아진 탄도미사일로, 국제사회의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무기체계다. 다만 이 때에도 북한은 별도의 메시지를 내진 않았다.

김 총비서는 이후 19일 정치국 회의를 주재해 미국에 대해 '새로운 대응 방향'을 세울 것을 시사하며 2018년 중단을 선언했던 핵실험과 ICBM 발사 중지라는 '모라토리엄'을 철회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북한이 평화 국면을 완전히 깨는 '레드라인'으로 여겨졌던 모라토리엄의 철회 가능성이 제기되자 북한의 군사 행보 위협의 강도가 다시 대폭 높아졌다.

하지만 북한은 이후 일주일 남짓 다시 무력시위를 멈췄다. 정치국 회의 이후 별도의 대외 메시지도 없었다. 이를 두고 북한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공식 일정 시작을 앞둔 중국을 의식 혹은 배려해 무력시위를 중단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25일 다시 미사일 발사를 통한 무력시위를 재개했다. 지난해 발사했던 장거리 순항미사일이 북한 내륙 상공을 두 시간 넘게 비행했다.

북한의 무력시위를 비판하는 여론이 다시 제기됐고, 이를 발표하지 않은 우리 군의 대응력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지만 순항미사일이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 아닌 이유로 북한이 '로키' 행보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았다.

이 관측은 27일에 다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깨졌다. 북한은유엔 제재 위반 사항인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발사를 재개했다.

뉴스1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전날인 27일 지대지 전술유도탄을 시험발사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25일에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고 뒤늦게 공개했다. 보도는 1면이 아닌 3면에 배치돼 다른 보도에 비해 비중을 적게 둔 듯한 모습을 보였다.[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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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김 총비서가 현장을 찾지 않고, 미사일 관련 보도도 지난 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대성공' 때와 달리 단신처럼 처리됐다.

김 총비서는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 참관 대신 두 건의 현지지도를 택했는데, 북한은 김 총비서가 '중요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군수공장을 찾았다면서도 관련 보도를 채소농장을 시찰하는 보도보다 비중이 떨어지게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일련의 북한의 행보는 지난해부터 주장하는 '국방력 강화 행보'가 외부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대응일 뿐이라는 명분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무력시위 관련 보도에서는 메시지를 자제하면서도 정치국 회의를 통해 대미 메시지는 내는 것이나, 군수공장의 일꾼들이 "공화국의 자위권을 각방으로 침해하려드는 미 제국주의자들"을 언급하면서 비난했음을 보도하는 것 역시 일정한 '선'은 지켜가면서 국면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북한은 1월 행보를 통해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을 위한 경제 문제 해결이 대외 사안에서 새 국면을 여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임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로키' 도발에 대한 유엔의 추가 제재가 '지원군'인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으로 무산되는 등 국방력 강화 행보에 대한 '장애물'을 일부 해결했다는 점에서 Δ김정은 총비서의 참관이 없고 Δ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며 Δ대대적인 메시지도 표출하지 않는 방식의 '저강도 도발'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내부적으로 '대미 대결전'의 장기화에 대비해 '대대적'이지는 않아도 지속적인 무기 개발과 시험발사가 중요하다는 명분을 유지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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