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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설 특집] “베일 속 '선거판의 여우'… 덜 알려져 연기하기 자유로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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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메이커'의 이선균

편집자주

설 연휴를 앞두고 한국 영화 ‘킹메이커’와 ‘해적: 도깨비 깃발(해적2)’이 26일 개봉했다. 총제작비가 100억 원(‘킹메이커’), 230억 원(‘해적2’)인 화제작이다. 똘똘한 한국 영화 2편이 동시에 선보인 건 지난 추석에 이어 4개월 만이다. 극장 볼거리가 오랜 만에 풍성하다. ‘킹메이커’는 정통 정치 드라마, ‘해적2’는 코믹 퓨전 사극이다. 색깔이 확연히 다른 두 영화로 설 관객맞이에 나선 배우 이선균과 한효주를 최근 화상 인터뷰로 각각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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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은 영화 '킹메이커'에서 선거 전략가 서창대를 연기했다. 1960~70년대 선거판의 여우로 부렸던 엄창록을 모델로 한 인물이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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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메이커’는 1960~70년대 정계를 묘사한다. 무명 정치인 김운범(설경구)이 참모 서창대(이선균)의 권모술수로 유력 정치인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명분을 중시하는 김운범, 권력 쟁취를 우선하는 서창대의 협력과 갈등이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선균으로선 오스카 4관왕의 위업을 이룬 ‘기생충’(2019) 이후 첫선을 보이는 영화다. 그는 “‘기생충’ 이후 첫 영화라 부담되지 않냐는 질문을 곧잘 받는데, 그 시기는 이제 지난 듯하다”며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도) 개봉하게 돼 너무 감사하고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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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메이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킹메이커’는 실존 인물들의 실화를 밑그림 삼았다. 김운범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서창대는 베일 속 선거 전략가 엄창록을 모델로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영호(유재명)로, 이철승 전 국회 부의장이 이한상(이해영)으로 등장한다. 엄창록은 선거판의 여우, 선거 귀재로 불렸던 인물이지만 이력이나 구체적인 언행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선균은 “각본을 보고 역할을 맡기에 많이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인물의 깊이를 담아낼 수 있을까 두려움이 컸으면서도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함께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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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은 설경구, 유재명 선배, 조우진, 윤경호 등 출연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이 좋았다며 '킹메이커' 촬영 당시를 돌아봤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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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결심을 한 큰 이유는 설경구와 변성현 감독이었다. 이선균은 “(설)경구 선배님과 연기를 너무도 해보고 싶었고 변 감독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을 아주 좋아했다”며 “둘과 함께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고 밝혔다. 그는 “연기 전공을 하게 된 시절부터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등 경구 선배가 출연한 작품들을 봤다”며 “롤모델은 없다 생각하며 연기했는데, 돌아보면 경구 선배나 (송)강호 선배 작품들이 가이드 역할을 해준 듯하다”고 덧붙였다.

엄창록은 소문만 무성한 인물이다. 여당과 야당을 오가며 숨은 ‘킹메이커’ 역할을 했으나 그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내용은 거의 없다. 이선균은 “(유명인을 바탕으로 한 인물을 연기한)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부담이 덜 하고 연기하기에 자유로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창대를 “똑똑하고 통찰력을 지닌 인물이나 태생적인 한계를 가진 인물”이라고 규정했다. “이북 출신으로 어렸을 적 아버지가 빨갱이로 몰려 죽음을 당하는 걸 목격한 인물이라 굉장히 큰 트라우마에 시달렸을 것으로 생각하며” 캐릭터를 구축했다. 스스로 정치 전면에 나설 수 없으니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세상을 바꿔줄 인물을 만나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을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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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대(왼쪽)는 무명 정치인 김운범과 진한 우정을 나누나 김운범이 점차 거물로 성장하면서 갈등을 빚게 된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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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대는 김운범의 조력자로 음지에서 일하나 만만치 않은 야심을 지녔다. 두 사람은 협업하며 진한 우정을 빚어내지만 현실 정치에 대한 입장 차이로 파국에 이른다. 김운범과 서창대의 결별을 기점으로 영화는 절정을 향한다. 이선균이 “(결별 장면은) 굉장히 신경 쓰이고 잘하고 싶었던 대목”이라며 “몰입감 있게 촬영이 잘 됐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됐다”고 말했다.

2001년 뮤지컬 ‘록키 호러 쇼’로 데뷔한 지 21년. 2000년대 중반부터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선균은 30대를 주로 로맨스물 주인공으로 관통했다. 이후 스릴러와 액션 등 활동 폭을 넓혔다. “가족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마흔 중반에 이른 그는 이제 “캐릭터와 함께 나이를 잘 먹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제가 출연하는 작품이 더 잘되고, 저에 대한 믿음이 조금이라도 커지면 제가 책임지는 역할을 자주 맡게 되는 듯해요. 그렇게 활동하면서 맡는 배역의 폭이 더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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