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핫식스’ 이정은의 각오… “코로나로 인한 일시 부진, 한국 여자골프 올해 반전 보여줄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환기의 한국여자골프 릴레이 인터뷰/ 데뷔 첫해 US오픈 우승했던 이정은6… “한국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오히려 자극제” “미국 무대 짧은 페어웨이, 단단한 그린 등 코스 적응 중요” “주니어 골퍼 걱정 없이 연습할 환경 만들어주자”

조선일보

이정은 6의 호쾌한 드라이버 샷./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핫식스’ 이정은(26)은 2019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첫 우승을 박세리의 ‘맨발 투혼’ 정신이 살아있는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이루었다. 미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1위로 통과한 이정은은 LPGA 투어 데뷔 9번째 경기 만에 여자골프 최고 권위의 대회이자, 한국 여자골프의 신화가 시작된 성지(聖地) US여자오픈에서 첫 승리를 장식했다.

이정은은 당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파71·6535야드)에서 열린 제74회 US여자오픈(총상금 55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0타를 쳐, 단독 6위로 4라운드를 출발하고도 합계 6언더파 278타로 공동 2위 유소연(29), 에인절 인(미국), 렉시 톰프슨(미국)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두었다.

이정은은 지난 2년간 우승은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해낼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헝그리 정신이 사라졌다”, “도전 정신이 약해졌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레토릭이다. 이정은에게 지난 2년간 한국 여자골프의 세계무대 부진 이유를 묻자,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모든 선수가 코로나로 인해 매년 해왔던 루틴이 깨지면서 준비가 부족했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의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를 동기부여 삼아서 더 열심히 준비한다면 올해는 다시 한국 선수들의 우승을 자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정점을 찍고 나서 2019년 미국 진출 첫해 US여자오픈 우승컵과 신인상을 차지했다. 한국 최고의 선수는 미 LPGA투어에서도 바로 통한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그는 “KLPGA 투어 우승과 많은 경험을 통해 얻은 자신감이 LPGA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면서도 “스윙이나 퍼터를 봐줄 수 있는 선생님 없어 대회를 뛰면서 스윙에 많은 변화가 생겨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은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미국에 온 것에는 전혀 후회가 없고, 다시 한 번 선택의 상황을 준다 해도 미국 투어를 선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LPGA투어가 한국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이정은의 이야기이다. “일단 가장 많이 다르다고 느낀 점은 잔디의 상태와 코스 세팅이 조금 더 딱딱하고 짧아서, 정확한 아이언 콘택트가 필요했다는 점과 메이저 대회의 경우 그린이 딱딱해서 공을 세우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매 대회 골프장의 특징이 달라서 주어진 환경에 맞게 빨리 적응해야 했고, 그린 주위에서 여러 가지의 샷들이 필요했다.”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계무대를 대비하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KLPGA투어 코스 세팅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코스 전장을 늘여 장타자들이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이정은의 생각은 약간 달랐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좀 더 빠른 그린 스피드와 짧은 페어웨이를 통해 정확한 아이언 컨택트와 그린 리딩, 퍼팅 스피드로 경기 할 수 있는 세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코스 길이를 늘이는 것보다 이런 변별력 있는 코스가 선수들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되고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게 해준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KLPGA투어가 발전해도 한국 선수들의 세계무대 진출은 이어질 것으로 보았다. 이정은은 “국내에도 워낙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해외에서의 성적과 별개로 인기가 충분히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외 투어가 상금 증가와 동시에 다양한 부분에서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후배들의 생각도 점차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부터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복귀하면서 큰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이정은은 “올림픽은 예전과 다른 동기 부여가 되고 있고 다른 선수들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며 “올림픽 정식 종목 복귀 이후 많은 분이 더 큰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여자골프가 세계 최강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로 샷의 정확도가 높고 섬세한 퍼팅 감각을 갖추었다는 점, 정신력과 승부욕이 남다른 점 등을 꼽았다. 앞으로도 한국 여자골프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니어 골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부담없이 골프를 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통해 어린 선수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주니어 선수들이 어디서든 쉽게 쇼트 게임을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비용 걱정 없이 연습할 수 있어야 세계무대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지속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정은은 이날 올해 처음 출전한 LPGA투어 게인브리지 LPGA 1라운드 1번 홀(파5)에서 이글을 잡는 등 5언더파 67타를 기록하며 데뷔전을 치른 최혜진(23) 등과 공동 4위에 올랐다.

리디아 고가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잡아 9언더파 63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고, 개막전에서 우승한 재미교포 대니엘 강(미국)이 2타차 2위(7언더파)를 달렸다.

[민학수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