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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매경의 창] MZ세대의 마음을 사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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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부터 모든 후보가 MZ세대의 마음을 사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지만 그리 성과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MZ세대가 좋아한다는 '밈'도 만들어보고 '짤'도 만들어 소통하는데 왜 이들은 열광하지 않는 걸까?

MZ세대는 진정한 디지털 원주민 세대다. 이들이 이전 세대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문명을 사용하면서 스스로 권력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모든 것을 소비자가 선택한다. 유튜브도 내가 골라 보고, 배달 음식도 내가 고르고, 옷도 내가 고르고, 웹툰도 내가 고르고, 모든 것을 내가 고른다. 또한 매우 개인적이다. 혼밥, 혼술, 혼고기, 혼영, 혼행 등 혼자 하는 게 익숙하다. X세대에게는 매우 생경한 문화적 특징이다. 이런 생활을 통해 이들은 이전 세대와 전혀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전혀 다른 시장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디지털 문명의 권력은 소비자에게 있다. 과거 TV 광고를 퍼붓기만 하면 많이 팔리던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의 자발적 선택을 받아야 성공할 수 있다. 유튜버는 '구독'과 '좋아요'를 받아야 하고, 웹툰 작가는 조회 수를, 식당은 별점을 높게 받아야 성공할 수 있다. 이렇게 소비자 팬덤이 형성돼야 성공할 수 있는데 개인화된 사회라 취향 또한 매우 다양하다. 팬덤은 오직 소비자의 좋은 경험에서 시작된다. 셀럽을 이용한 광고는 잠깐의 인기를 끌 수 있지만 오래갈 수는 없다. 경험해본 소비자가 올린 후기야말로 MZ세대에게는 믿을 만한 기준이 된다. 이미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긍정적 댓글의 수가 판매량과 정확히 비례한다는 분석이 있고, 그래서 댓글 관리에도 엄청나게 신경을 쓴다. 기업에서 가짜로 댓글이나 리뷰를 조작했다가 들통이 나면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이 된다. MZ세대는 이미 10년간의 훈련을 통해 이 시스템에 능통하다. 댓글의 진정성에도 매우 예민하다. 결국 진정한 팬덤을 얻고 싶다면, 진짜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실력이다.

대선후보들이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하고 밈과 짤을 쓰는 건 과거의 일방적 광고문화를 그대로 적용하려는 시도다. 586세대는 국밥 먹는 흑백 사진이나 눈물 뚝뚝 떨어지는 사진 하나 TV에 올리면 다들 진짜인 줄 알았고 열광했다. 기성세대는 모두가 같은 TV를 보고 자랐고, 모두가 같은 교육을 받았으며, 모두가 같은 상명하복의 조직 생활을 하며 살았다. 그래서 대중매체로 선동할 수 있었고 학교 교육으로 이념을 주입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MZ세대는 그들이 스스로 권력자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오직 스스로 선택한다. 밈이든 짤이든 대선후보의 정책이 올라오면 자기들끼리 댓글을 달아 열띠게 토론한다. 익숙한 문화다. 진정성이 다수에게 전달될 때 비로소 팬덤이 형성되고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준은 무엇일까?

MZ세대는 구세대에 비해 공정한 경쟁에 익숙하고 높은 도덕적 잣대를 갖고 있다. MZ세대에서 가수가 되려면 방송국 PD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게 아니라 팬덤을 만드는 진정한 실력이 있어야 한다. 실력만 있으면 BTS처럼 세계 최고도 될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MZ세대의 성공 기준은 오직 실력이고, 권력은 대중의 선택에서 나온다. 그것을 매일매일 경험하고 선택하는 것이 MZ세대다. 웹툰 작가도, 유튜버도, 아티스트도, 부장님도, 대통령 후보도 대중이 인정할 만한 훌륭한 실력이 있을 때 비로소 선택을 받고 성공할 수 있다. 정치인이 MZ세대를 사로잡고 싶다면 이들의 편에 서서 겸허하게 진정 이들이 원하는 사회 변화가 무엇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이들이 진정 공감할 수 있는, 진정 심장이 울릴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실력이다. 팬덤은 심장에서 나온다. 스티브 잡스가 남긴 말이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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