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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국보 경매'···왜 유찰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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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케이옥션 '간송컬렉션' 국보 2점 출품

시작가 27억,31억원 못 넘기고 모두 유찰

간송 유족 재정난 호소했으나 여론 냉랭

재단 아닌 개인소유···"잇딴 경매는 간송 유지 어긋나"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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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처음으로 경매에 오른 국가지정문화재 ‘국보’이자 ‘문화독립 운동가’로 불리는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애지중지했던 불교 문화재 두 점이 모두 유찰됐다.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102370) 본사에서 열린 1월 메이저경매에 간송의 수집품 국보 ‘금동 계미명 삼존불입상’(구 관리번호 국보 제72호)과 ‘금동 삼존불감’(구 관리번호 국보 제73호)이 올랐으나 모두 응찰자 없이 유찰됐다. 출품번호 222번이었던 국보 ‘금동 삼존불감’은 시작가 27억원, 호가 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으나 응찰에 나선 이가 없었다. 뒤이어 출품번호 229번이자 이날 경매의 마지막 작품으로 나온 국보 ‘금동 계미명 삼존불입상’은 시작가 31억원에 호가 5000만원으로 출발했지만 결국 유찰됐다. 국보 경매가 알려진 직후인 지난 23일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국보 DAO(탈중앙화 자율 조직)’을 결성해 클레이튼(KLAY) 코인을 받아 모금에 나섰지만 목표 금액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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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컬렉션, 보물 이어 국보도 경매에
‘간송컬렉션’의 경매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0년 5월에도 케이옥션에 보물로 지정된 ‘금동여래입상’(구 관리번호 보물 제284호)과 ‘금동보살입상’(구 관리번호 285호)이 각각 시작가 15억원에 나왔으나 유찰됐다. 해당 불상들은 경매 종료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이 22억원에 매입해 국유 문화재가 됐다.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간송 유물’이 경매에 나왔다. 이번에는 국보였다. 하지만 ‘보물 경매’ 당시 간송 집안을 지원해야 한다던 여론은 싸늘한 반응이었다.

문화재계에서는 상속세 ‘0원’으로 물려받은 개인 소장의 문화재를 국가 재정으로 운영되는 박물관이 구입해 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지난 2013년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설립됐으나,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는 국가지정문화재는 모두 유족 소유이며 세금이 부과되는 비지정문화재만 재단에 귀속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간송 소장품 중 국보·보물의 국가지정문화재 44건은 간송의 차남 전영우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과 간송의 장손인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 그의 동생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의 공동소유로 신고돼 있다”면서 “국보·보물 총 48건 중 4점만 전인건 관장 단독 소유”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전 관장 단독 소유의 문화재 4점이 모두 경매에 올랐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측은 국보를 경매에 출품한 직후 입장문을 통해 “2013년 재단 설립 이후 재정적인 압박이 커진 것”을 언급하며 “전성우 전 이사장의 소천 후, 추가로 상당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상속세와는 무관하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도 “전 이사장 타계 후 간송미술관의 미술품과 문화재로 인해 발생한 상속세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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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측 입장문에서는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신축수장고와 대구에 건립될 대구간송미술관도 거론됐다. 하지만 여기에도 간송미술관 측 비용은 별도로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오는 3월 완공 예정인 간송미술관의 신축 수장고 사업에는 국비 45억3,000만 원과 서울시비 19억4,000만 원이 각각 투입됐다. 간송 측 부담 비용은 없다. 지난 25일 착공을 시작한 대구간송미술관 역시 “대구시립의 공립미술관 사업으로 약 400억 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는 것이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 관계자의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미술관 건립에 간송 측 부담은 없다. 일각에서는 간송컬렉션이 연거푸 케이옥션에 출품된 것을 두고 “문화재를 담보로 대출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간송미술관과 케이옥션 측은 모두 부정하지 않은 채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말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국보 훈민정음을 NFT로 제작해 1억 원 짜리 한정판 100개를 판매하는 등 재정 확립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으나 국보를 경매에 올리는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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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국보' 어디로 가나

‘간송 국보’가 경매에 나오자 세간의 눈은 일제히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쏠렸다. 역사적 가치가 큰 고가의 문화재를 구입할 곳이 많지 않은 데다, 지난번 ‘간송 보물 불상’도 박물관이 매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경매에 입찰하지 않았다. 박물관 측 관계자는 비공식입장을 전제로 “구매에 대한 협의를 제안할 경우 응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각각 시작가 27억원, 31억원의 유물 모두를 매입하려면 최소 58억원이 필요한데 국립중앙박물관의 연간 유물구입 예산은 39억 원에 불과하다.

비용 만이 문제는 아니다. 불교문화재 전문가인 A교수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지난번 ‘보물’ 불상을 박물관이 사들인 상황에서, 간송의 유지를 받들어 최소한 유물이 흩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면 경매 출품 전 박물관에 사전 의사타진을 하는 등 최소한의 배려가 있었어야 한다”면서 “간송 유물을 무조건 국가 기관이 구입해야 한다는 것은 억지”라고 말했다. 또다른 불교문화재 전문가인 B교수는 “간송미술관은 매년 봄·가을 두 차례의 전시로 유물을 공개했을 뿐이며 특히 불교문화재는 거의 공개하지 않아 연구자들의 접근도 어려웠다”면서 “비공개 문화재의 매입에 국가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부 개인 수집가들이 이번 ‘간송 국보’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으나 세간의 이목이 쏠려 응찰을 포기했다. 문화재 등 고미술을 수십년 거래해 온 전문가 C대표는 “귀한 국보가 경매에 나온 것도 씁쓸하지만, 최고가 출품작이 매번 유찰되는 상황이 가뜩이나 얼어붙은 고미술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라 유감”이라며 “떠들썩한 공개 경매가 아닌 개인거래를 추진했다면 명분과 실리 모두를 챙길 수 있었을 것”이라 말했다.

출품작 ‘금동 계미명 삼존불입상’은 계미년(563년)이라는 제작시기가 확인되는 불상으로 한반도 불상의 연원을 확인시켜주는 학술적 가치가 높고, ‘금동삼존불감’은 불상뿐만 아니라 건축적 사료로서의 가치까지 갖고 있다. 박물관 같은 연구기관이 체계적으로 관리해 가치를 확인하고 전시를 통해 국민에게 공개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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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미술전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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