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파월 쇼크’에 코스피 2600선 위태… LG엔솔은 ‘따상’ 실패 [한강로 경제브리핑]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지난 27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94.75p(3.50%) 내린 2,614.49에 마감했다. 공동취재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준금리를 연내 5회 이상 올릴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27일 기준 코스피는 3% 넘게 급락하며 2614.49에 장을 마감했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 대비 5.1원 오른 1202.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은 SK하이닉스를 밀어내고 코스피 시가총액 2위에 올라섰다. 다만 청약 증거금 114조원, 청약건수 440만건 등 기업공개(IPO) 역사를 바꿔 쓰며 기대를 모았던 ‘따상’(공모가 2배에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에는 실패했다.

지난해 주택매매가격이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4분기 들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상승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시장 역시 4분기 들어 전반적으로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배 초과)의 상승세가 지속되는 등 ‘전세의 월세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금융시장 ‘파월 쇼크’…코스피 2600선마저 ‘위태’

파월 의장은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조건이 무르익는다면 3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며 “상당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에서 꾸준히 벗어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발언을 두고 파월이 3·5·6·7·9·11·12월 등 3월 이후 6차례 회의에서 모두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라는 전문가 해석이 잇따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금리 인상이 4차례 이상일 가능성이 커졌으며, 향후 시장이 올해 중 6∼7회 인상을 반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JP모건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은 연준 의장으로서 지금까지 발언 중 가장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전날 급락을 딛고 반등하던 뉴욕증시는 그의 발언 직후 급락세로 돌아섰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29.64포인트(0.38%) 내린 3만4168.09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4349.93으로 6.52포인트(0.15%) 하락했다. 다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82포인트(0.02%) 오른 1만3542.12에 마감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1.089%로 0.064%포인트(6.4bp) 올라 2020년 2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1.845%로 0.063%(6.3bp) 상승해 코로나19 대확산 시기의 고점에 근접했다.

지난 24일 2800선이 무너진 코스피는 닷새 연속 하락하며 2600선도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94.75포인트(3.50%) 내린 2614.49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32.86포인트(3.73%) 하락한 849.23으로 마감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번 FOMC 성명서는 대체로 시장 예상과 부합했으나, 올해 금리 인상 횟수가 당초 예상했던 3회보다 늘어날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 등이 다소 매파적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이세훈 사무처장은 금융리스크 점검회의를 갖고 “당분간 금융시장 변동성은 불가피하지만, 성장·수출 등 실물경제 여건이 양호한 상황에서 시장불안심리가 과도하게 확산하는지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박종석 부총재보는 상황점검회의에서 “국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고 필요 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일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매매 개시를 축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따상’ 기대했던 LG엔솔…데뷰하는 날 증시 대폭락 ‘불운’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시초가 59만7000원보다 15.41% 내린 5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30만원 대비해서는 68.3% 상승했다. 1주당 수익은 20만5000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시초가가 59만7000원에 형성됐다. 공모가의 2배인 60만원에 단 3000원이 모자라 ‘따’에는 못 미쳤다. 그렇지만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99% 수준에 형성돼 선방했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장 초반부터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개장 직후에만 59만8000원으로 올랐을 뿐 1분 만에 56만9000원으로 떨어졌고, 9시13분엔 시초가 대비 24.6% 하락한 45만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외국인이 1조500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주가를 끌어내렸고, 개인도 1조4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은 약 3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특히 연기금이 2조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상장 첫날 LG에너지솔루션의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18조1700억원으로 SK하이닉스(82조6283억원)를 제치고 단숨에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2위로 직행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전 그룹 전체 시가총액이 120조원 수준이던 LG그룹은 이날 종가 기준 약 233조원으로 배 가량 불었다. SK그룹(약 178조3000억원)을 제치고 삼성그룹(약 654조8000억원)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LG그룹이 시가총액 2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공모가의 덩치가 커서 ‘따상’은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긴 했지만, 상장 첫날 유통 가능 주식이 전체 주식의 8.85%에 불과해 투자자들은 내심 따상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코스피가 이날만 3% 이상 급락하면서 ‘따상’은커녕 ‘따’에도 아쉽게 실패했고, ‘상’은 어불성설인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청약 흥행을 고려해 외국인(기관) 보유 물량의 72.9%를 ‘의무보유 미확약’으로 설정해준 게 주가 하락에 직격탄이 됐다는 평가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장 초반부터 매도 폭탄을 집어던지면서 주가 급락을 이끌었다. 이날 외국인들의 LG에너지솔루션 순매도는 287만8124주, 금액은 1조4978억원 규모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첫날 거래대금은 8조864억원으로 2위 삼성전자(1조5929억원)보다 5배 이상 많았다. 이날 코스피 전체 시장에서 오간 금액이 약 19조원임을 감안하면 절반 가량을 LG에너지솔루션이 차지한 셈이다.

이날 장 초반부터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급락하다 보니 매도 전쟁이 펼쳐지면서 일부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개장 직후 수분간 접속지연 현상이 발생해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 연달아 제기됐다. 실제로 하이투자증권 MTS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하이투자증권 측은 “접속 오류는 약 40분 진행됐으며 개장 후 50분이 지난 시점에는 해소됐다”고 입장을 전했다. 하이투자증권을 제외한 증권사들은 시세지연은 있었어도 전산장애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세계일보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집값 상승세 둔화 속 전세의 월세화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7일 발간한 ‘2021년 4분기 부동산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전년 대비 9.9% 상승하며 2006년 이후 가장 높았지만, 4분기 들어 상승폭이 축소되며 3분기(2.8%)보다 1%포인트 낮은 1.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지역에서 상승세가 11월 0.86%에서 12월 0.34%로 크게 감소한 가운데 대구와 세종은 가격이 하락했다.

임대시장도 매매시장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전국 주택전세가격은 전년 대비 6.5% 올랐지만 4분기에는 3분기(2.0%)보다 낮은 1.3%의 상승률을 보였다. 다만, 4분기 준전세와 준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240배) 모두 3분기 대비 0.2%포인트, 0.1%포인트 상승하며 각각 1.2%, 0.8%를 기록했다. KDI는 “연중 급등한 전셋값 부담,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전세수요의 월세로의 이동이 일부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KDI는 2016년 이후 자산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서울과 다른 지역 간 아파트 가격 격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과 5대 광역시의 아파트 중위매매가격 간 차이는 2016년 3억1000만원에서 지난해 6억6000만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매매시장 전망과 관련해 전문가 10명 중 7명은 ‘하락’ 또는 ‘보합’일 것으로 예측했다. KDI가 교수 등 50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1.3%는 올해 주택 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합’ 예측은 18.3%였다. 매매가격 하락 전망 이유로는 ‘주택 매매가격 고점에 대한 인식과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이 31.7%로 가장 많았다. 전세시장과 관련해서는 부동산 전문가의 72.8%가 대체로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금리 얼마나 올랐을까…산업활동동향도 주목

오늘은 한국은행이 ‘2021년 12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발표한다. 지난해 11월 주택담보대출(3.51%)과 신용대출(5.16%) 금리 모두 7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로도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고 코픽스 등 지표금리가 뛰면서 12월 대출금리는 더 올랐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은 ‘2021년 연간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한다. 지난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이 2020년 대비 4.0% 성장해 전산업생산지수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지난해 11월 전산업생산 지수가 전월보다 3.2%, 전년동월대비 5.3% 증가했던 기저효과로 12월 지수는 소폭 조정됐을 가능성도 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