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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터뷰] '킹메이커' 설경구 "김대중 전 대통령 役 부담, 처음엔 안 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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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가 '킹 메이커'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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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설경구(54)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김운범 캐릭터로 올 설연휴 극장가를 찾았다.

설경구는 지난 26일 개봉한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에서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이 동반된 승리를 추구하는 김운범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킹메이커’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 분)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드라마를 그린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의 변성현 감독과 주요 제작진이 뭉쳤다.

설경구는 출연 계기를 묻자 “‘킹메이커’는 ‘불한당’할 때 같이 받은 시나리오다. ‘불한당’ 할 때도 드문드문 ‘킹메이커’ 이야기를 했다. 직접적으로 하자는 말은 안 했는데 ‘불한당’ 개봉하고 1년 뒤에 보니까 내가 하게 되어 있더라. 촬영감독, 미술감독도 다 하기로 되어 있더라”면서 “‘킹메이커’는 ‘불한당’ 촬영 때는 솔직히 재미있게 읽지 않았다. 정치 이야기를 제가 즐기는 편도 아니고 ‘불한당’에 집중하자 싶었다. ‘불한당’을 끝내고 변성현 감독이 ‘킹메이커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고 이 팀과 같이 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했다”고 밝혔다.

‘불한당’ 변성현 감독과 제작진에 대한 신뢰로 함께한 설경구는 고 김대중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김운범 캐릭터가 워낙 잘 알려진 실존 인물이라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엔 캐릭터 이름도 김대중이라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름을 바꾸니 조금 낫긴 한데, 너무 많이 알려지고 존경받은 인물이라 영화를 보면 누군지 다 알게 되는 인물이라 부담됐다. 처음에는 안 하고 싶었다”며 “배우로서 크게 할 부분이 없다고 생각했다.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캐릭터지만, 영화상 자리를 지키는 인물이라 입체적으로 와닿지 않더라”고 말했다.

이어 “변성현 감독에게 김운범은 다른 사람을 캐스팅하고 내가 서창대를 하면 안 되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때는 이선균 캐스팅 전이었다. 그만큼 부담이 컸고 지금도 관객들이 어떻게 볼까 걱정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지난 14일 열린 유료 시사회에는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가족과 함께 참석했다. 설경구는 “어떻게 보실지 걱정돼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다행히 잘 보고 가셨다고 해서 조금 안심했다”며 “저에게는 어려운 인물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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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가 '킹메이커'에서 김운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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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산어보’에서도 실존 인물인 정약전을 연기한 그는 정약전과 김운범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설경구는 “‘자산어보’의 정약전도 ‘킹 메이커’의 김운범도 큰 판을 깔아주는 역할”이라며 “‘킹메이커’의 킹이 되려고 하는 김운범은 큰 틀을 짜주고 제자리를 지키는 캐릭터다. 킹메이커인 이선균이 복잡한 감정을 갖고 놀아야 한다면 난 자리를 잡아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산어보’ 정약전도 실존 인물이지만 많이 안 알려져서 섬에 가서 책에 주어진대로 잘 표현하면서 이준익 감독과 교감하며 잘 만들어내면 됐다. 김운범은 근대사부터 현대사까지 아우른 분이라 그 부담이 컸다. 감히 모사할 수도 없고 오히려 모사하려고 했으면 조금 더 부끄러운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설경구는 “목포 국회의원이기도 하고 해서 처음엔 사투리를 공부했다. 처음엔 사투리를 썼는데, 느낌만 가져가고 결국엔 빼자고 했다. 걷어내는 작업을 하면서 저와 실존 인물의 중간 지점에서 타협한 것 같다. 완전히 무시할 수 없지만 따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중간 지점에서 타협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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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가 이선균 변성현 감독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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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김운범과 함께 극을 이끄는 킹메이커 서창대 역의 이선균과 호흡은 어땠을까. 설경구는 이선균에 대해 “좋은 사람이다. 제가 했던 배우들 다 좋은 사람이지만, 이선균은 기복이 없다. 후배지만 멘탈도 강하고 자리를 잡아주더라. 단단하고 든든한 사람이었다. 이선균이랑 즐겁게 잘 촬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변성현 감독에게 이선균을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이에 그는 “툭 생각난 사람을 던진 거다. 그때가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방송 중이었다. 매회 찾아서 보지는 않았는데 틀어서 나오면 보게 되는 작품이 ‘나의 아저씨’였다. 이선균이 눈에 딱 들어왔다. 변 감독이 그때 이선균을 생각 안 하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내가 의견을 냈다. 당시 드라마 극장 장면에서 영화 ‘박하사탕’이 나왔는데, 그것도 인연이면 인연인 것 같아서 감독님에게 말씀 드렸다”고 귀띔했다.

무언가를 얻으려고 작품을 하는 건 아니지만, ‘킹메이커’를 통해 ‘사람’을 얻었다는 설경구는 “작품도 남지만, 결국엔 좋은 배우 좋은 사람들이 남는다. 이 영화의 미덕은 배우 보는 맛이 있는 것”이라며 ‘킹메이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영화 속 ‘서창대’ 같은 존재가 있냐는 물음에 “같이 한 배우, 현장의 모든 스태프들이 저의 ‘서창대’다. 배우만 바라보고, 배우가 원하는 걸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스태프들이 가장 최고의 서창대”라며 늘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함께하는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설경구는 ‘불한당’ ‘킹메이커’에 이어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으로 변성현 감독과 또 한 번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그는 “변성현 감독과 ‘길복순’도 같이 하게 됐다. 사담이지만 내 나잇대 역은 무조건 나한테 와야 한다고 반 강제협박을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제 나랑 만날 일 없을 거라고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내 분량이 많지 않은데 재미있을 것 같았다. 내가 지금까지 받은 책 중에 제일 상업적이다. 또 다른 변성현의 맛이 나올 것 같더라. 분량은 작아도 해보고 싶었고, 서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며 변성현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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