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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르포]포항 터잡은 티몬 '상생 실험'…"라방으로 물회 맛보실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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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과 맞손, 지자체 최초 커머스센터 오픈 앞둬

고객·판로 잃은 지역 소상공인, 라방 통해 '윈-윈'

"철의 도시? 온갖 수산물에 서핑 등 관광자원도 풍부"

장윤석 '이커머스3.0' 관통…상생·콘텐츠 먹힐지 귀추

[경북 포항=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하루가 멀다하고 한파가 불어닥친 올 겨울 모처럼 따스한 햇볕이 든 26일 오후였지만 포항 상원동 영일만친구야시장 거리엔 왠지 모를 썰렁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제법 긴 시간 관리의 손길을 받지 못한 허름한 건물들, 개중엔 이미 임대 표지판이 내붙인채 텅 빈 상가들이 곳곳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한때 포항을 대표했던 핵심 상권에서 이젠 몰락한 구도심이 되어버린 이 곳에서 상권 부활을 위한 ‘새로운 실험’이 곧 시작된다기에 이날 그 현장을 서둘러 찾았다. 국내 대표 이커머스 업체 티몬이 포항시와 손잡고 이르면 올해 1분기 중 오픈을 앞두고 있는 ‘커머스센터’가 바로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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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찾은 포항 상원동 영일만친구야시장 거리. 포항시와 티몬이 손잡고 오픈을 준비 중인 ‘커머스센터’ 사방으로, 곳곳 공실 상태의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남궁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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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물회에 서핑까지 있는데…“이런 포항이 죽어가요”

“포항이 많이 어렵다는건 이미 기정사실이에요.”

이날 커머스센터에서 만난 손정호 포항시 일자리경제국장의 첫 마디를 듣자니, 방금 전 시장 거리에서 느낀 썰렁함은 비단 이 시장에 국한된 상황은 아니었나보다. 2010년대 중반 포항 인구는 52만명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최근 2년여간 포항을 떠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지난해 12월 기준 50만3852명으로 내려앉아 2년 연속 인구 50만명 유지가 기준인 대도시 자격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손 국장은 “계층별로 살펴보면 50~60대는 오히려 늘었는데 20~40대가 빠져나갔다. 이중 청년층인 20대가 제일 많이 빠져나갔는데, 이는 곧 청년들이 일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항이 지방자치단체들 가운데 가장 먼저 지역 특화 커머스센터를 오픈하려는 것 역시 이같은 위기를 풀어가기 위한 차원의 노력이다.

이번 커머스센터는 경쟁력 있는 포항 특산물을 지역 소상공인이 직접 소개하고 판매하는 소위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다. 요즘 유통가에서 가장 ‘핫’한 소비 창구인 ‘라이브커머스’, 다른 말로는 ‘라이브방송(라방)’을 통해서다. 라방과 관련 콘텐츠 제작을 위한 인력은 비록 소수이지만 지역 인력들로 채울 방침이다. 총 4개 층인 커머스센터에는 상품들을 소개할 쇼룸과 라방 제작을 위한 스튜디오, 지역 소상공인들을 상대로한 이커머스 교육장, 그리고 상주 직원들의 사무실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라방에 참여하게 될 소상공인 규모나 인력 채용 방침 등 운영 계획은 논의 중이고 커머스센터 역시 오픈 예정임을 알리는 외관 랩핑 외 내부 인테리어 공사조차 끝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미 포항 지역 내 소상공인들의 기대감은 적지 않다고 한다. 현재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 리스트에만 50~60개가 올랐고 문의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 추후 논의를 통해 구체적 참여 방식과 업체 수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포항 과메기를, 물회를 라방으로 구매해 서울에서도 신선한 상태 그대로 맛볼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티몬과 업무협약을 통해 커머스센터 현지 운영을 맡은 정재윤 팔콘이앤엠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사실 포항하면 대부분 철강을 떠올리겠겠지만 정말 매력적인 상품이 너무 많다”는 그는 앞선 과메기와 물회 등 각종 수산물에 더해 최근에는 포항에서도 한라봉이나 천혜향 등 아열대 과일들도 생산되고 있다고 했다. 주 생산지인 제주도 대비 물류비 측면에서 가격대 강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특히 그는 “보통 바닷가 도시라해도 해수욕장이 두세개에 그치는데 포항에는 무려 16개가 있어 최근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 각 포인트들마다 주요 관광지들이 있고 해안을 따라 풀빌라나 팬션, 카라반, 대형 카페 등이 갖춰져 있어 좋은 관광상품을 갖추고 있다”며, 티몬의 기존 강점인 여행 바우처 판매 역량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최소 목표는 연 거래액 100억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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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호 포항시 일자리경제국장이 지난 26일 포항 상원동 영일만친구야시장에서 이르면 올해 1분기 내 오픈 예정인 ‘커머스센터’를 소개하고 있다.(사진=티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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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스센터 관통하는 장윤석 ‘상생·콘텐츠’ 전략

사실 티몬이 이번 커머스센터 지원에 나서게 된 결정적 배경엔 지난해 7월부터 티몬을 이끌고 재도약을 노리는 장윤석 대표가 콘텐츠와 상생에 방점을 찍어 내세운 ‘이커머스3.0’ 전략과 상당 부분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현재의 이커머스 시장은 값싼 상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데에 집중돼 있다면 이 다음은 스토리가 있는 상품(콘텐츠)으로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이커머스 시장이 도래할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당초 팔콘이앤엠은 포항 특산물을 발굴해 티몬에 입점시키는 것을 고민했는데 장 대표가 라방을 역으로 제안, 마침 커머스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던 이강덕 포항시장과도 손발이 맞게 됐다는 후문이다. 티몬이 지난해 11월 생산자 직접 판매(D2C) 방식을 적용해 선보인 신선식품 브랜드 ‘티프레시’도 같은 결이다.

커머스센터를 동행한 한 티몬 관계자는 “최초 지역 특화 커머스센터로 향후 티몬의 이커머스 전략의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며,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창원시 외 다른 지자체와의 협업 가능성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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