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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엔 이준석 있다, 민주당엔 누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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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2001년 정풍운동은 대박 났지만, 2022년 86용퇴론은 미풍에 그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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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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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자신이 '86'에 해당하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6용퇴론'을 제기하는 악역을 맡았다. 이후 송영길 대표가 솔선수범해 2024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런데 그 뒤로 별다른 반향이 없다.

우리가 생각해볼 지점은 두 가지다.

첫째, '86 용퇴론은 반향이 있을 것인가'다. 다시 말해, 2022년 대선에서 '표'에 도움이 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 한국 정치사에서 '세력교체론'으로 크게 성공했던 대표 사례는 2001년 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의원이 제기한 '정풍운동'이었다. 당시 '권노갑 퇴진'을 주장했다. 세명을 일컬어 '천·신·정'이라는 조어(造語)가 생겨났고, 천신정은 단번에 '정치개혁'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

즉, 이 질문은 2001년 천신정의 정풍운동은 대박을 쳤는데, 2022년 86용퇴론은 미풍에 그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과 같다.

2001 정풍운동과 2022 86용퇴론

두 번째 질문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2001년 10월 동대문과 구로에서 재보궐선거가 있었다. 이때는 김대중 정부의 말기였고, 2002년 대선을 앞둔 시기였다. 2001년 10월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참패했다. 10월 재보궐 선거의 참패 직후 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은 '권노갑 퇴진론'을 제기했다.

권노갑은 어떤 사람인가? 권노갑은 김대중 대통령의 가장 충직한 심복으로, 온갖 굳은 일을 하던 사람이고 정치자금을 담당하던 사람이었다. 권노갑은 1970년대부터 김대중 대통령이 죽음을 넘나드는 정치를 할 때부터 김대중 대통령을 충심으로 모시던 측근 중에 측근이었다.

2001년께까지 민주당은 김대중 총재 중심의 정당이었다. 사실상 '김대중당'이었다. 김대중은 명망있는 1980년대 학생운동가를 발굴해서 '공천권'을 주고, 호남향우회 지역조직을 통해 '조직력'을 지원해주고, 심지어는 권노갑을 통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선거자금'을 지원해줬다(즉, 공천도 주고, 조직력도 주고, 돈도 줬다). 김대중 총재 시절에 영입된 민주당 정치인 중에서 권노갑(김대중)의 정치자금 지원을 안받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종합해보면, 권노갑은 '아무 죄'가 없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 정부 하에서 감옥갈 각오를 하고, 김대중을 엄호하며 온갖 '악역'과 '굳은 일'을 담당하던 사람이었다. 자기 개인의 사리사욕을 따로 챙긴 것도 별로 없었다.

그래도 2001년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천신정은 권노갑의 전면퇴진을 요구했다. 더 놀라운 것은 당시 언론은 매우 적극적으로 천신정의 편을 들며 환호했다. 지원사격을 해줬다.

잘못 없는 권노갑의 전면퇴진을 요구했는데, 왜 여론과 언론은 열광하고 지원사격을 해줬을까? 민주당의 내밀한 사정을 중심으로 보면, 천신정의 행태는 권노갑(김대중)의 도움으로 정치적 성공을 한뒤, 오히려 은혜를 저버린 배은망덕으로 볼 수도 있었다.

천·신·정이 성공한 두 가지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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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권노갑, 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전 의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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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신정의 '정풍운동'이 성공한 이유는 두 가지 요인이 결합됐기 때문이다.

첫째, 김대중 대통령이 '정권재창출'을 위해서 천신정의 정풍운동을 측면 지원해줬기 때문이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말에 레임덕 상태였다. 지지율이 왕창 빠져있는 상태였다. 다르게 말하면, 정권재창출의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천신정의 권노갑 전면 퇴진론을 지렛대로 민주당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자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천신정의 권노갑 전면 퇴진 요구를 적극 수용한다.

즉, 천신정의 권노갑 퇴진 요구도 '용감한' 행동이었던 것이 분명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이들의 용감한 (그러나 생각하기에 따라 배은망덕하고 무례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둘째, 권노갑은 '동교동계의 상징적 인물'이었고, 천신정은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실은 이 지점이 훨씬 더 중요하다. 여론이 왜 정풍운동을 지원했는지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천·신·정의 당시 나이는, 천정배(1954년생) 48세, 신기남(1952년생) 50세, 정동영(1953년생) 49세였다(참고로, 정치인 노무현은 1946년생 당시 56세였다). 천·신·정은 세 명 모두 1950년대생이지만, 실제로는 86세대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마치 현재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나이는 37세이지만, 20대 남성의 지지를 받는 것과 같다. 중요한 것은 해당 정치인의 '생물학적 나이'가 아니라, 누구를 '대표'하는 정치를 하느냐다.

여기서 '86세대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미는 86세대 국회의원들이 지원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86세대 유권자들, 86세대 오피니언 리더들, 86세대 기자들이 동교동계의 2선 후퇴를 바라고 있었다.

그럼 86세대 유권자들, 오피니언 리더들, 기자들은 왜 동교동계의 2선 후퇴와 86세대의 전면적 부상을 원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당시 개혁성향 유권자들 다수는 86세대가 동교동계에 비해 '대안적인' 세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언론을 포함해서, 천신정의 반란을 정풍운동으로 인정해줬던 것이다.

86 용퇴라지만... 대안세력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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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2월 24일,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이 열린우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의장 출마를 선언했다. 송영길 의원의 출마기자회견은 젊은 초재선 의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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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보자. 2022년 86용퇴론과 2001년 천신정의 정풍운동은 무엇이 다른가?

첫째, 2001년 천신정의 정풍운동은 '대안으로 인정받는 실체'가 있는 투쟁이었다.

사람들은 권노갑의 퇴진을 바란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대안으로 생각하는 86세대가 정치의 전면에 나서기를 바랬던 것이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당시 국민들은 정풍운동이라는 '논리'를 지지한 게 아니다.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세력'을 지지한 것이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보자. 86세대가 과거 운동권 마인드를 가진 경우가 많고, 경제적 관념도 희박하고, 말로 떠드는 것과 실제 행동하는 것이 따로 국밥이고, 내로남불이라는 것은 86세대 본인들도 알고 있다. 그런데, '86세대보다 더 나은 세력'은 누구인가?

민주당에는 이미 2030세대 국회의원이 20여 명 정도 있다. 40대(1970년대생, 1990년대 학번) 국회의원도 꽤 있다. 굳이 이름을 거론하지 않아도 우리들 머릿속에 연상되는 아무개 아무개들이 있다. 이들 중에 86세대 정치인보다 '희망적'인 사람은 누구인가?

과거 노무현이 그랬던 것처럼 민주당의 20·30·40세대 국회의원 중에 '가슴 설레는' 정치인이 있는가? 이들 중에 민주당 대표를 하면, 서울시장을 하면, 대통령이 하면 '희망'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 나는 없다. 여러분은 있는가?

둘째, 세대교체의 본질은 생물학적인 '나이 교체'가 아니라 '세계관의 교체'이다.

2012년 한국 대선에서 청년들의 지지를 받았던 정치인은 안철수였다. 안철수는 1962년생이다. 당시 안철수 나이는 51세였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청년들의 지지를 받았던 정치인은 버니 샌더스였다. 버니 샌더스는 1941년생이다. 그때 버니 샌더스의 나이는 76세였다.

왜 한국의 20대는 나이가 50대인 안철수를 지지했고, 왜 미국의 20대는 나이가 70대인 버니 샌더스을 열광적으로 지지했는가? 그 이유는 세대교체의 본질이 '생물학적인 나이교체'가 아니라 '세계관의 교체'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나이로만 본다면, 민주당의 2030세대 국회의원 숫자가 국민의힘 2030세대 국회의원 숫자보다 더 많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 나이가 아니다. 민주당의 2030세대 국회의원들이 '86세대보다 더 86스러운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말짱 도루묵이고 자기들끼리의 자리다툼에 불과하다.

세계관을 교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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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6월 11일 국민의힘의 새 얼굴로 선출된 이준석 당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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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대국민 서비스업이다. 게다가 정치는 '당내 배지' 싸움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국가운영의 적임자'를 둘러싼 쟁탈전이다. 그럼 현재 민주당이 필요로 하는 대안 세력의 본질은 '86보다 유능한 정치인 그리고 정치세력'의 등장이다.

국회의원이든 원외에 있든,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2030세대 정치인을 통틀어서 '86세대보다, 정치적으로 유능하고, 정책적으로 유능한' 사람은 누구인가?

국민의힘에는 있다. 그게 이준석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민주당에 그런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정치투쟁에서 특정세력 퇴진론은 국민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본질적으로 거버넌스 이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정세력 퇴진론에 가장 관심 많은 사람들은 '배지'를 달고 싶어하는, 원외 비주류들이다.

그래서 86용퇴론은 민주당의 원내 90년대 이하 학번들, 민주당의 원외 86들, 민주당의 원외 2030세대 정치인들에게는 엄청난 관심사다. 하지만 이들을 다 합쳐봤자 대한민국 전체 인구에서 1000명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 대부분은 관심 없는 이슈다.

정치의 역사에서 특정 세력 퇴진론이 성공하는 유일한 경우는 '국민들로부터 인정받는, 대안 세력'이 그 주장을 하는 경우다.

1971년 김대중의 40대 기수론이 성공했던 것이 김대중이 40대여서가 아니다. 김대중이 대안 정치인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2001년 천신정의 정풍운동이 성공했던 것은 '권노갑 퇴진론' 주장 자체가 옳았기 때문이 아니다. 당시 국민들은 86세력을 대안 정치세력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치의 역사에서는 언제나, '대안 정치세력'의 존재가 '세력교체 담론'에 선행한다.

최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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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최병천씨는 전 서울시 정책보좌관입니다. 이 글은 최병천씨의 페이스북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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