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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김학의 의혹 9년 만에 모두 무죄 “사업가 증언 신빙성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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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심서 뇌물 혐의도 무죄>
“법정진술 전 검사와 사전면담 압박 가능성”
검찰, 증인 면담 진행방식 등 자료 내지 못해
윤중천 성접대 등 다른 혐의 이미 무죄 확정
한국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뇌물수수 혐의' 관련 파기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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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3년 법무부 차관에 임명됐다가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사퇴한 지 9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이대로 확정되면 김 전 차관은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에 따라 기소됐던 모든 혐의에 대해 면죄부를 받게 된다.

법원 “검찰 회유 없었다고 보기 어려워”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박연욱 김규동 이희준)는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차관의 파기환송심에서 "(뇌물 공여자) 최모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학의 전 차관은 2012년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뒤 경찰 수사와 검찰의 무혐의 처분, 그리고 검찰의 재수사를 거쳐 뇌물수수와 성접대를 받은 혐의 등으로 2019년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선 김 전 차관이 별장 성접대 동영상 및 오피스텔 성접대 사진 속 인물이 맞다고 판단했지만, 공소시효 만료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면소 및 무죄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도 지난해 6월 윤중천씨와 관련한 성접대 의혹과 뇌물수수 혐의는 원심처럼 면소 및 무죄를 확정했다.

다만 최씨와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에 관해선 재판부 판단이 달랐다. 1심 재판부는 대가성 입증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500만 원, 추징금 4,3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씨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아 최씨 관련한 뇌물 혐의 일부를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증인이 법정진술 전에 검사와 사전면담을 했다면 회유나 압박 등으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 담보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직접 최씨를 불러 비공개 신문했다. 사전면담 과정에서 검사의 회유나 압박 등이 있었는지 여부를 직접 들어보고,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재판부는 "(최씨에게) 회유나 압박 등이 없었다는 점이 명확하게 해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금품을 건넸다는 핵심 증인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검사의 사전면담 행위가 '증인친화'(법정에서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게 돕는 것)을 넘어 '증인점검'(반대신문에 대비하는 등 진술 관련 사항을 점검하는 것)에 이르렀다는 점을 꼬집었다. 재판부는 "수사와 공판에서 최씨를 직접 신문한 검사가 사전면담을 주관하면서 증인으로 하여금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유도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사전면담에서 진술조서 등을 제시받은 최씨 입장에서는 법정에서도 그 내용에 따라 진술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낄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최씨와의 사전면담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점도 무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증인친화를 넘어 증인점검까지 나아간다면, 검찰은 증인 사전면담 과정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며 "증인 사전면담은 증인을 상대로 한 수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봐주기 수사' 논란 속 9년 만에 모두 무죄로


검찰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김학의 전 차관을 2013년 무혐의 처분해 '봐주기 수사'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었다. 2014년 원주 별장 등에서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이모씨가 김 전 차관을 검찰에 고소했지만 결론은 같았다. 검찰은 동영상에 나온 여성을 이씨로 특정할 수 없다며 무혐의 결론을 냈다.

하지만 2019년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김 전 차관 사건을 재조사하도록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 권고해 3차 재수사가 진행됐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윤중천씨와 최씨 등에게서 받은 뇌물이 1억8,000만 원이라고 보고 구속기소했다. 뇌물수수 액수가 1억 원 이상이면 공소시효 15년이 적용되기 때문에 10년이 지난 사건임에도 기소가 가능했다.

검찰이 여러 혐의를 끌어모아 김 전 차관을 어렵게 법정에 세웠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하나둘씩 무죄가 선고되더니, 이날 파기환송심 선고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가 났다.

검찰이 재상고하면 김 전 차관은 대법원에서 재차 최종 판단을 받게 되지만, 결과가 다시 뒤집혀질 가능성은 적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국일보

그래픽=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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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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