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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대법 "PC는 정경심 아닌 동양대 것"… 정경심 '마지막 카드'도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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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정경심 징역 4년 확정>
정경심 "압수 분석에 참여 안 시켜 불법" 주장
대법 "압수수색 당시 소유자는 동양대... 적법"
법조계 "조국 1심 재판도 불리하게 작용 전망"
한국일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2020년 8월 27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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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재판 상고심에서 가장 큰 쟁점은 '동양대 강사휴게실 개인용 컴퓨터(PC)'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였다. 정 전 교수 측이 위조 표창장 등이 담긴 PC를 검찰이 압수수색하면서 실질적 소유자인 정 전 교수 동의를 받지 않았고 분석 과정에 참여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정 전 교수 입장에선 1심과 2심의 유죄 판결을 뒤집기 위한 마지막 반전 카드였던 셈인데, 대법원은 27일 "PC에서 추출된 정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결론은 정당하다"며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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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전 교수 혐의별 법원 판단.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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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 등 핵심 증거 든 PC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법조계의 가장 큰 관심은 동양대 PC를 증거로 인정할 지 여부였다. 정 전 교수의 입시비리, 특히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해 동양대 총장 직인 그림 파일과 상장 양식, 딸의 아쿠아팰리스호텔 및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 등 핵심 증거가 고스란히 해당 PC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PC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유죄를 선고했던 하급심과는 다른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지난해 11월에는 '제3자가 임의 제출한 증거'의 압수·분석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이란 변수까지 등장했다. '제3자가 피의자 물건을 임의제출한 경우에도, 피의자에게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정 전 교수 측은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동양대 PC의 증거능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됐다. 실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가 해당 판례를 인용해 동양대 PC 등을 증거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서 이 같은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대법 "동양대 PC는 정경심 아닌 동양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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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심 선고를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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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그러나 정 전 교수 측 기대와 달리 "PC에서 추출된 전자정보의 압수·수색 절차에 피압수자 측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동양대 PC는 동양대 측이 2016년 12월부터 3년 가까이 강사 휴게실에 보관하며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했다"며 정 전 교수를 해당 PC의 소유자나 관리자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PC와 여기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반에 관해선 당시 동양대가 포괄적인 관리 처분권을 보유·행사하고 있었던 것으로 인정된다"며 "실제 소유 관리를 동양대 측이 했고, 따라서 이들의 임의제출 역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정 전 교수가 분석 과정에서 참여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전원합의체 판례에 비춰볼 때도 '동양대 PC 압수는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 판례 골자 중에 '임의제출된 전자기기에선 압수 동기가 된 범죄 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만 빼내 분석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PC는 정 전 교수가 2013년 6월 16일 표창장을 위조한 행위 등을 증명하기 위한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증거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조국 부부 1심 재판에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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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지지자가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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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이날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서, 현재 1심이 진행되고 있는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동일한 PC를 두고 조 전 장관 부부의 1심 재판부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이날 상급심인 대법원이 정반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조 전 장관 1심 재판부의 판단 근거는 전원합의체 판결이었는데, 그 판결 주심이었던 천대엽 대법관이 바로 이날 대법원 재판부의 주심"이라며 "1심 재판부가 결정을 번복해야 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현재 1심 재판부의 증거 기각 결정에 반발해 재판부 기피(변경) 신청을 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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