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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우리는’ 이나은 작가, “홀로 아닌 ‘우리’여서 청춘은 빛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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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과 꼴찌가 짝꿍으로… 최우식·김다미 주연의 청춘물

“일기를 뒤적이며 채운 대본… 누구나 못 잊는 ‘그해’가 있죠”

“‘청춘’은 혼자서는 빛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내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홀로 존재한다면, 청춘이란 게 무의미하지 않을까요. 그 당시에 내 모습을 봐주고 기록해주는 주변인이 있어서, 청춘이 풋풋해 보이고 아련하게 느껴진다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정의하는 청춘은 ‘우리’예요. 이번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드라마 제목이기도 하고요.”

25일 종영한 SBS 월화 드라마 ‘그해 우리는’의 이나은(29) 작가는 27일 화상 인터뷰에서 “드라마 속 두 주인공이 힘든 과정을 거쳐 극복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쓰면서 저도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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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그해 우리는’로 2040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나은 작가가 초여름 느낌이 가득한 드라마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스튜디오N·슈퍼문픽쳐스


‘그해 우리는’은 고등학교 시절 전교 1등과 전교 꼴찌로 만나 촬영한 다큐멘터리가 역주행 인기를 끌면서 둘이 재회해 다큐멘터리를 찍는 내용. 유쾌해 보이지만 모두 상처의 조각을 안고 있다. 건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인 최우식(최웅 역)은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은 트라우마에 홀로 남겨지는 걸 두려워하고, 김다미(국연수)는 가정이 풍비박산 나면서 웅과 이별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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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꼴찌와 1등으로 만났다, 연인으로 발전한 최웅(최우식)과 국연수(김다미). 국연수의 갑작스런 이별 통보에 서로 힘들어하던 둘은 다큐 촬영을 위해 다시 만난 뒤 서로의 마음을 재확인 하고는 각자 감췄던 비밀을 이야기 함께 상처를 보듬는다. /스튜디오N·슈퍼문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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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에 대한 짝사랑과 어머니의 부재(不在)로 고통받는 김성철(김지웅)과, 최정상 아이돌이지만 최웅이 그리는 ‘구불구불한 선’처럼 살얼음판 같은 주위 시선 속에 따뜻한 인간애를 갈망하는 노정의(엔제이) 등이 마치 서로 딱 맞는 퍼즐 맞추기를 하듯 부족함을 사람으로 채워나간다. 이 작가는 “제가 스무살 때부터 끊임없이 해왔던 고민들, 연인에 대한 사랑과 우정, 가족에 대한 사랑, 꿈, 이 네 가지 줄기가 청춘이란 단어를 앞세워 작품을 끌어가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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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미(국연수)역에 대한 오랜 짝사랑을 꾹 누르며 그 둘의 고등학교 이후 10년 뒤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방송국 교양PD 김지웅 역으로 분한 김성철/스튜디오N·슈퍼문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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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식(최웅 역)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해 짝사랑의 감정을 품는 톱스타 엔제이역의 노정의/스튜디오N·슈퍼문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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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영상미와 음악, 현실적인 대사와 맞춤 옷을 입은 듯한 연기까지 어우러지며 해외 팬들까지 사로잡았다. 글로벌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그해 우리는’은 26일 기준 글로벌 드라마 9위. 한국을 비롯해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베트남 등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으로 데뷔한 이나은 작가에게 장편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 ‘전짝시’가 웹드라마 최초로 조회 수 1억 뷰를 돌파하고, 2019년 웹드라마 ‘연애미수’로 다시한번 인기를 끌면서 ‘청춘 로맨스물 장인(匠人)’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2020년 초부터 이번 작품을 준비했다는 이나은 작가는 “전교 1등과 전교 꼴찌가 한달 간 짝이 돼 변화를 엿보는 EBS 다큐멘터리를 본 뒤 ‘지금은 어떻게 돼 있을까’라는 상상의 실타래를 연장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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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드라마 주인공인 김다미(왼쪽)과 최우식 고등학교 시절/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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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엔 그의 경험담을 다수 녹여냈다 말했다. 6회 에필로그에서 최웅이 아버지에게 버림받는 순간을 설명하면서 누워서 빌딩 층수를 세는 장면이 대표적. “어릴 때 아빠가 ‘63빌딩이 몇 층인지 알려면 누워서 세봐야 한다’는 말씀에 한참 세고 나니 아빠가 안 보여 정말 놀란 적이 있었다”며 “아빠는 귀여운 장난을 치신 건데, 그때의 충격이 빌딩 숲 속 웅이로 표현됐다”며 웃었다. 웅이의 야간 전시 장면은 보통 새벽에 글을 쓰는 그의 모습을 웅에게 투영했다. 연수가 웅이를 홀로 유학 보내며 “혼자인 줄 알았는데 한번도 혼자인 적이 없었다”고 내뱉은 대사 역시 경험담이라고. “힘들었던 순간 늘 함께해주던 친구들이 있었고, 덕분에 그 시기를 지나니 여유가 생기고 단단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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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쵤영을 위해 재회한 국연수(김다미)와 최웅(최우식)/스튜디오N·슈퍼문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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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곳곳에 인용된 책은 그의 인생 철학을 엿볼 수 있었던 장면. 7회 에필로그에 인용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이 작가에게 많은 영감을 준 책 중 하나라고 말했다. “웅이와 연수의 10년간의 여정을 통해 니체가 말한 영원회귀(永劫回歸·영원한 시간은 원형을 이루고, 그 원형 속에서 우주와 인생이 영원히 되풀이된다는 사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드라마에 인용했다”고 말했다.

‘그 해 우리는’은 드라마지만 ‘다큐’에서 실마리를 풀어가는 소재를 얻었으며, 매 회차마다 영화 제목이 부제로 쓰였다. 이 작가는 “다큐와 드라마 모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영화의 제목을 따오면 상상력의 창고가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인생은 다큐멘터리라 하더라도 때로는 드라마같은 순간이 펼쳐져 있고, 궁극적으로 삶이 영화 같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따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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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주인공 김다미(국연수 역)와 최우식(최웅 역)/스튜디오N·슈퍼문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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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메모를 통해, 또 일기를 뒤적이며 ‘요즘 말’로 대본을 채웠다. “자신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 위로받았다는 메시지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누구나 잊지 못하는 그해가 있다’는 웅이의 내레이션처럼 저에게도 잊지 못하는 그해로 남을 것 같아요. 그래도 이제 시작이잖아요. 내레이션을 다시 빌리면 ‘우리에게, 그해는 끝나지 않았어요’.”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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