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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LG생활건강, 실적 악화에 '중국 의존' 전략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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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영업익 2410억 원…전년比 5.9% 감소·전분기比 29.6%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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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선택한 '중국 집중 전략'이 매출 타격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LG생활건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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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최수진 기자]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선택한 '중국 집중 전략'이 특정 시장에 대한 의존도 문제를 일으키며 매출 타격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실제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고, 전분기 대비로는 29.6% 급감했다. 2005년 부임 이후 18년째 LG생활건강을 이끄는 차 부회장은 그간 K-뷰티의 주무대였던 중국 시장을 공략하며 LG생활건강을 글로벌 뷰티 브랜드로 키웠으나 과도한 의존도로 인한 매출 타격이 현실화되자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LG생건, 4분기 실적 악화…'다이궁 의존'에 매출 타격

27일 LG생활건강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2조231억 원, 영업이익은 5.9% 감소한 2410억 원을 기록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타격은 더 크다. 지난해 3분기 당시 LG생활건강의 매출은 2조103억 원, 영업이익은 3423억 원을 달성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 대비 29.6% 급감한 수치다.

이는 뷰티부문에서 실적을 내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LG생활건강 매출의 절반가량은 뷰티부문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번에도 뷰티 매출을 1조 원 안팎으로 전망된다.

통상 뷰티부문의 매출 가운데 40%가량은 면세 채널에서 나온다. 분기당 면세채널을 통한 뷰티부문 매출은 약 4000억 원이며, 월별 매출은 1000억 원대라는 의미다.

그러나 지난 17일 LG생활건강은 "면세점 채널에 한해 가격 정책에 따라 12월 면세점 매출이 일시적으로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만약 면세 채널에서 12월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 전체 매출의 1000억 원이 사라지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면세시장의 경쟁 심화로 인해 조정된 수수료 정책이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면세시장이 크게 축소됐고, 이로 인해 시내면세점의 다이궁 의존도가 높아졌다. 다이궁에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높아졌고, 결국 면세점에서는 판매를 통한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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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2조231억 원, 영업이익은 5.9% 감소한 2410억 원을 기록했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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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석용, 중국 아닌 '북미' 공략 선언…중국 비중 낮출 수 있나

연간 기준으로 따져도 LG생활건강의 뷰티부문 실적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뷰티부문 연간 매출은 4조4414억 원, 영업이익은 876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출은 0.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5% 늘었다.

다만,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 코로나19 타격으로 인한 기저효과 영향이며, 코로나19 이전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감소한 수치다. 실제 2019년 당시 뷰티부문의 연간 매출은 4조 7458억 원, 영업이익은 8977억 원이다. 2019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매출은 6.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4% 줄었다.

LG생활건강의 가장 중요한 사업인 뷰티부문의 포트폴리오가 중국 사업에 치중된 결과로 해석된다. LG생활건강이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 것은 2010년대 중반부터다. 이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신년사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2014년 차 부회장은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뷰티 사업의 해외시장 확장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 일본, 동남아, 북미 등에 이미 확보한 지역 거점을 빠른 기간 내에 안정화하고 활성화시키고, 시장선도 잠재력이 검증된 더페이스샵을 지역거점에 우선적으로 론칭하여 시너지를 창출하고, 새로운 지역거점도 추가로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하며 중국을 언급했다.

2015년 중국 집중 전략을 더 강조한 신년사를 냈다. 당시 차 부회장은 "향후 주력사업의 집중 육성을 위해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겠다"며 "시장의 규모 및 성장성, 사업여건을 고려해 중국 및 중화권 국가를 최우선 목표 시장으로 설정하고 본사의 앞선 조직역량 전개 및 한국과 동시 출시 등으로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듬해인 2016년에도 중국 언급은 계속됐다. 차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화장품과 퍼스널케어 집중으로 해외사업 성장을 지속해야 한다"며 "최근 몇 년간 중화권을 중심으로 력셔리 이미지의 '후'를 통해 큰 성과를 창출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숨, 빌리프 등 다른 브랜드들도 중화권 및 해외지역 성장을 지속해야 한다. 성장 잠재력이 큰 프리미엄 퍼스널케어 사업의 중국 진출을 본격화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계속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 결과, 해외 매출 비중은 2015년 당시 20% 수준에서 현재 40%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뷰티 실적 역시 2015년 매출 2조4490억 원, 영업이익 3901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매출은 4조4414억 원, 영업이익은 8761억 원으로 크게 개선됐다.

문제는 중국 매출 비중도 높아지면서 해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뷰티사업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이며, 이 가운데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96조 원으로 집계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19년 중국 화장품 시장 규모(약 73조 원) 대비 약 23조 원 이상 확대된 수치다. 중국 뷰티 시장은 지속 확대되고 있으나 LG생활건강의 중국 내 성장세는 둔화됐고,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차 부회장은 북미 시장 비중을 높여 포트폴리오를 안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뷰티부문 해외사업에서 북미 시장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이다. 차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뷰티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사업 확장 가능성이 큰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를 필두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진정한 글로벌 명품 뷰티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최대 시장인 동시에 트렌드를 창출하는 북미 시장에서 사업 확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jinny061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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