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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먹먹한 ‘100% 인공 눈’ 올림픽…기후변화로 신음하는 인류에 과제를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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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스노건 300대 동원·물 2억ℓ 투입
‘지구온난화 가속화’ 뼈아픈 결과물
대회 치를 수 있는 곳 점점 줄어

경향신문

오는 2월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 슬로프에 쌓인 눈은 천연 눈일까, 인공 눈일까. 일명 ‘스노건’으로 만든 인공 눈 100%다. 인공 눈을 만들려면 엄청나게 많은 물과 전력이 소비됨은 물론이다.

지난 25일 영국 러프버러 대학교 연구팀이 기후변화가 동계올림픽에 미친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와 관련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올림픽에는 스노건 300대가 동원되고 물 2억ℓ가 투입된다. 2억ℓ는 축구장 넓이로 수족관을 만들 경우, 높이 30m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로이터·AP 통신 등 서방 언론들은 “중국은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라며 인공 눈을 만드는 중국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반면 중국 언론들은 “앞선 대회에서도 인공 눈을 많이 썼다”며 “인공 눈이 녹을 경우 물기가 자연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환경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4년 전 평창에서도 90%가 인공 눈이었다. 2014년 소치에서는 80%가 그랬다. 소치 올림픽 기간에는 축구장 1000곳에 인공 눈을 보관하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지구가 받은 가슴 아픈 결과물이다. 인공 눈을 바라보는 시각을 개최국에만 줄 게 아니라 지구 전체로 옮겨야 하는 이유다.

21세기 말엔 삿포로 한 곳만 남을 듯
세계인의 겨울축제 동계올림픽
인류 생존이 걸린 시험대가 돼

베이징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동계올림픽을 치른 도시는 20개다. 러프버러 보고서와 보도에 따르면, 지금 추세로 지구온난화가 지속한다면 2050년대에 동계올림픽을 치를 수 있다고 신뢰할 만한 곳은 삿포로, 릴레함메르, 오슬로, 레이크플래시드 등으로 준다. 이런 추세가 2080년대까지 이어진다면, 21세기 말에는 삿포로, 단 한 곳만 남는다. 동계올림픽 기간 평균기온도 계속 오르고 있다. 1920~1950년대는 평균 0.4도였는데 1960~1990년대는 3.1도, 21세기에는 6.3도로 크게 올랐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세계 20개국 선수와 코치 339명 중 다수는 영하 10도에서 0도 정도가 동계종목을 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부족한 강설량으로 인한 피해도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1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알파인 스키월드컵은 부족한 눈과 높은 기온으로 곤욕을 치렀다. 일부 종목이 취소됐고 몇몇 선수는 크게 다쳤다. 여자 종목에서는 출전자 60명 중 22명만 완주하는 웃지 못할 비극도 연출됐다. 천연 눈이 없다면 인공 눈으로 대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1980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에 처음으로 등장한 인공 눈이 동계올림픽을 치르는 데 필수품이 돼 버렸다. 인공 눈은 천연 눈에 비해 표면이 더 미끄럽고 딱딱해 선수들이 다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유럽에서 겨울을 보호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쇠렌 뢰제는 “기후변화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동계올림픽과 결별해야 하는 도시가 증가하고 저고도에 있는 리조트 시설부터 차례로 문을 닫게 된다”고 경고했다. 가디언은 “전 세계가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맞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경우, 2080년대 동계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곳은 9곳으로 늘어난다”고 전했다. 동계올림픽은 세계인을 위한 겨울철 놀이터가 아니라 인류 생존이 걸린 무시무시한 시험대가 됐다. 동계올림픽 후보지를 많이 유지하는 게 세계가 생존을 걸고 함께 풀어야 하는 과제가 된 셈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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