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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중국 손 들어준 WTO “대미 보복관세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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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2년 미국 관세 폭탄 맞서
‘미국산 7730억원’ 보복 가능
통상 갈등 악순환 재현 우려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해 중국도 보복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며 WTO 개혁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미·중 간 통상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WTO 중재인은 26일(현지시간) 중국산 제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한 미국에 대한 맞대응으로 중국이 매년 6억4500만달러(약 773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 부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이 특정 수출산업에 장려금이나 보조금을 지급해 가격경쟁력을 높일 경우 수입국이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부과하는 관세다.

중국은 2012년 미국이 정부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태양광 패널 등 22개 중국산 공산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하자 WTO에 제소했다. 이에 WTO는 2014년 미국이 제시한 보조금 입증 자료가 불충분하고 보조금 계산 과정에도 잘못이 있다며 미국에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이 WTO 결정을 이행하지 않자 중국은 다시 2019년 WTO에 보복 조치를 할 수 있게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WTO가 이에 대해 중국의 보복 관세 부과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WTO가 결정한 보복 관세 부과 금액은 중국의 요구액보다는 적은 것이다. 중국은 당초 매년 24억달러(약 2조8764억원)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럼에도 블룸버그통신은 WTO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중국에 새로운 ‘관세 무기’를 부여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결정으로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표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이 실제 보복 관세를 시행하면 미국이 다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당장 “실망스럽다”며 WTO를 비난하고 나섰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중국의 비시장 경제 관행을 감싸는 데 사용된 WTO 규정과 분쟁 조정에 대한 개혁 필요성을 증대시킨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시절 이미 무역 갈등으로 큰 홍역을 치른 뒤 가까스로 봉합한 바 있다. 양국 사이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500억달러(약 60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 갈등이 촉발됐고, 서로 보복 관세를 주고받다 2020년 초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면서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전히 미국이 3500억달러(약 420조원) 규모의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 조치를 유지하고 있고, 1단계 무역합의 이후 양국 간 추가 협상이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언제든 무역갈등은 재현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한 일부 관세를 철폐할 때가 됐느냐는 질문에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따른 미국산 물품 구매 약속을 아직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중국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실제 미국 상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 보다는 WTO가 내린 결정 자체에 의미를 둘 가능성이 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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