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공간 성폭력 급증세…성범죄자 계정차단·처벌 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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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ㄱ아무개양은 메타버스에서 활동하다 한 교복 입은 남성 캐릭터 ㄴ에게 ‘왕게임’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응했더니 ㄴ은 ‘사진을 보내달라’며 점점 더 무리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ㄱ양은 ㄴ계정을 차단했지만, ㄴ은 ‘부계’(부계정)를 만들어 ㄱ을 따라다녔다.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언행을 지속했고, 급기야 메타버스 상 ㄱ양의 집 담벼락에 ‘XX년’이라고 낙서까지 했다. ㄴ계정은 ㄱ양에게 거짓 소문을 퍼트리겠다고 협박하면서 이를 막으려면 아바타를 탈의한 채 유사성행위를 하는 듯한 행동을 반복하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전자다. 피해자의 ‘아바타’에게만 행한 비신체적, 비접촉적 성폭력을 처벌해야 하는지,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아직 공백 상태에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 등 14명이 27일 ‘메타버스 매개 아동·청소년 성착취 현황과 대응방안 토론회’를 개최한 배경이다. 이 자리에는 박선옥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장, 이병귀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과장, 서지현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TF 팀장, 정희진 탁틴내일 팀장,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 김현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수사기관과 피해자 지원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메타버스를 매개로 발생하는 각종 성폭력 현황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위 사례는 이 자리에 발제자로 참석한 신민영 변호사가 논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직·간접적 체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허구다.
27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 등 14명이 공동주최한 ‘메타버스 매개 아동·청소년 성착취 현황과 대응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메타버스 파출소’ ‘메타버스 용 바디캠’ 등 메타버스 성착취를 막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사진: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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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완전 ‘허구’는 아니다. 디지털 공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날로 증가하고 그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탁틴내일에 따르면, 에스엔에스(SNS)·사이버공간·휴대폰에서 발생한 성폭력 범죄는 2016년 전체의 4.7%에서 2020년 12.9%로 세배 가까이 증가했다. 성범죄 가운데 디지털성범죄 비율이 23%에 달하며, 피해자의 89.1%는 10∼20대다(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TF). “아직까지는 메타버스를 매개로 일대일 대면에서 발생한 범죄가 주를 이룬다”(이병귀 과장)고 하나, “아이가 메타버스 안에서 음란물 주고 받는 걸 봤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문의도 있다”(정희진 팀장)고 한다. 메타버스가 더 대중화되면 성폭력 이슈 또한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계’(부계정)와 ‘멤놀’(멤버놀이)이 주된 문화인 메타버스 특성상 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이기에 법적·제도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희진 탁틴내일 팀장은 “아동·청소년은 가입 시 부모님 동의를 받으나, 가입 이후 부계정을 운영할 수 있고 아바타의 성별·나이 등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그 안에서는 ‘왕과 노예’ ‘아이돌 멤버 놀이’처럼 역할놀이가 주로 이뤄지며, 상대방에 대한 경계도 비교적 약하다. 이 모든 조건들이 성폭력 발생에 유리하다”고 했다.
정 팀장은 “메타버스 내에 경찰 및 사법서비스 도입, 메타버스 내 성범죄자 계정 차단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온라인 영역에도 경찰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신민영 변호사와 서지현 팀장도 냈다. 오프라인에서 경찰은 가정폭력 등 일부 긴급한 사안에 한해 가해자를 제지하고, 가·피해자를 분리하는 등의 임시·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이를 온라인에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아동·청소년이 메타버스에 입장할 때 일종의 ‘바디캠’을 착용하게 하자”는 아이디어(정준화 입법조사관)도 나왔다. 메타버스는 영상물도 방송도 아니어서 성폭력을 당해도 아무 증거가 남지 않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메타버스 안에서 발생하는 비접촉, 비신체적 성폭력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법체계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지현 팀장은 “메타버스 안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대부분 언어적 성희롱이다. 그런데 현행법상 이런 성희롱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모욕·명예훼손 같은 ‘비성범죄’뿐”이라며 “이 경우 신상공개, 전자발찌 같은 처벌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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