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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드라이브스루로 커피 사니 편리?…교통혼잡·사고위험도 ‘시민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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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맥도날드·버거킹 등 대형 프랜차이즈

2016년 356곳서 현재 713곳 갑절로 늘어

민원도 급증…“교통영향평가·교통유발부담금 적용을”


한겨레

지난 18일 저녁 7시께 부산 동래구 안락동의 스타벅스 안락 드라이브스루 매장 앞 모습. 퇴근시간이라 차가 밀리고 있다. 이곳은 부산에서 상습 정체 구간으로 꼽힌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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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DT) 매장. 매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량 5~6대가 4차선에 줄지어 섰다. 4차선을 달리던 일부 차들은 줄을 선 차들을 피해 급하게 3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했다. 근처 맥도날드 송도지에스(GS) 드라이브스루 매장과 주유소를 이용하는 차들도 몰리자 차량 정체는 더 심해졌다. 교통 통제에 나선 모범운전자회 소속 최아무개씨는 “매번 차가 막혀서 매장에서 모범운전자회에 항상 교통 통제를 부탁하는 곳이다. 점심시간에는 매장 들머리에서 반대편 교차로 끝까지 (차량들이) 줄을 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전 11시40분께 찾은 대전 유성구 가정동의 맥도날드 대전카이스트 드라이브스루 매장. 대덕대로 3차선은 매장으로 들어가려는 차와 나오려는 차가 얽혀 혼잡했다. 매장에서 나가는 차가 2차선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뒤에서 달려오던 차가 경적을 울리며 아슬아슬하게 피해 가기도 했다. 매장 옆 주유소 직원 김아무개(49)씨는 “차들이 3차선을 차지하고 있으니 2차선에서 오는 차는 주유소와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 나오는 차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아슬아슬하게 피해 가는 사례들이 흔하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오후 2시께 부산 동래구 안락동의 스타벅스 안락 드라이브스루 매장 앞 충렬대로 3차선. 해운대 쪽으로 향하는 차량과 매장에 들어가려는 차량, 이 매장 바로 근처 주유소에서 3차선으로 진입하는 차량이 뒤엉켜 있었다. 길게 늘어선 차들을 보고 3차선에서 2차선으로 끼어드는 차량과 1차선인 버스중앙차로에서 2차선으로 진입하려는 시내버스가 뒤섞여 2차선도 혼잡했다. 주민 김아무개(63)씨는 “(매장으로) 들어가는 차량이 너비 2m가량 인도를 가로막기가 일쑤다. 보행자는 차량을 피해 차도 쪽 노란 실선을 타고 지나가야 해 위험하다”고 말했다. 권아무개(47)씨는 “매장 진입 차량 대기 줄이 몇백m에 이를 때도 종종 있다. 원래 차량이 막히는 구간인데, 매장 때문에 정체가 훨씬 심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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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새 두배 늘어난 드라이브스루 매장


차에 탄 채로 음식물을 주문하고 받아가는 드라이브스루 매장(승차 구매점)이 최근 몇년 새 크게 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이들 매장 대부분은 주요 대도시 가운데서도 교통량이 많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매장을 출입하는 차량이 몰리면서 교통체증을 부르고, 보행자들 또한 불편을 감수하거나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20일 현재 각 프랜차이즈 업체의 누리집을 보면, 전국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스타벅스 334곳, 맥도날드 259곳, 버거킹 95곳, 롯데리아 25곳이다. 모두 713곳으로, 2016년 한국소비자원 조사(356곳) 때에 견줘 두배로 늘었다. 업체별로는, 스타벅스가 62곳에서 334곳으로 5배 넘게 급증했고, 맥도날드는 221곳에서 259곳으로, 버거킹은 26곳에서 95곳으로 늘었다. 롯데리아는 47곳에서 25곳으로 줄었다.

드라이브스루 매장과 관련한 불편신고 증가세는 이를 뛰어넘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승차 구매점 관련 민원 분석’ 자료를 보면, 2015년 38건이던 관련 민원은 2019년 303건, 2020년 549건까지 늘었다. 5년 새 10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민원 내용은 ‘불법 주정차와 교통법규 위반 행위 불만·신고’ ‘차량 정체에 따른 불편 및 해소 요구’ 등 매장 근처 도로의 차량 통행 방해와 관련된 내용이 전체의 51.4%(576건)로 가장 많았고, ‘불법 주정차 등 인도를 침범하는 차량으로 인한 보행자 불편’이 32.2%(361건)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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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전 11시40분께 대전 유성구 가정동의 맥도날드 대전카이스트 드라이브스루 매장. 출입구가 하나인데 출입 차들이 얽혀 혼잡한 모습이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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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혼잡 등 유발하지만 책임 못 물어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교통혼잡과 보행자 통행 불편을 일으키는 드라이브스루 매장 규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건축물 신축·증축·용도변경 때 도로에 끼치는 영향과 주차 등으로 인해 대량의 교통수요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지 살피고 그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는 교통영향평가 제도가 있지만, 연면적 1만5000㎡ 이상인 건축물에만 해당돼 대부분 연면적 1000㎡ 이하인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해당 사항이 없다.

대부분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교통혼잡 등을 일으킨 시설에 부과되는 교통유발부담금 부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시설물 연면적이 1000㎡ 이상인 경우에만 부담금을 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매장 50곳 가운데 6곳에만 부담금 17만~120만원을 부과했고, 대전시의 경우 32곳 매장 가운데 단 1곳에만 부담금 15만5천원이 부과됐다. 부산시는 2020년 드라이브스루 매장 55곳 가운데 7곳에 교통유발부담금 20만~80만원을 부과했다.

용인시 등 일부 기초자치단체가 최근 드라이브스루 매장 신축 건축심의·허가 신청 때 대기차선 확보 등 ‘교통성’을 검토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미 영업 중인 매장에는 별다른 조처를 못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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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2시께 부산 동래구 안락동의 스타벅스 안락점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차들이 줄을 서 있다. 이곳은 부산에서 상습 정체 구간으로 꼽힌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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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수준 교통유발부담금 부과를”
시·군·구의 도로점용 허가만 받으면 매장을 내고 운영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만큼, 드라이브스루 매장 규제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적정한 수준의 교통유발부담금이 부과돼야 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실제 부산시는 2020년 8월 국토교통부에 차량 이용 고객이 많은 드라이브스루 매장의 특성을 고려해 적정한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내용은 부과 기준이 되는 시설물 면적 산정 대상 조정, 교통유발계수 신설 등이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차를 이용해 물건을 사는 공간인 만큼 매장에 딸린 주차장도 시설물의 연면적에 포함시켜야 하고, 일반음식점과 같은 수준인 드라이브스루 매장의 교통유발계수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근린생활시설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계수가 2.56이다. 가장 높은 계수(7.21)가 매겨지는 백화점·전문판매점의 3분의 1 수준이고, 여객자동차터미널(5.56) 공연장(3.55)보다도 낮다. 교통유발부담금은 연면적·단위부담금·교통유발계수를 반영해 산정되기 때문에, 연면적이 넓고 계수가 높을수록 부담금도 많아진다. 부담금은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교통 개선 재원으로 사용된다.

지역 시민단체에서도 드라이브스루 입지 제한 규정 신설 등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도한영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매장 설계 때부터 교통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교통영향평가 대상에 포함하거나 도로 점유 방지를 위한 대기차선 확보 요구, 스쿨존 등 교통약자 보행안전 우선지역 입점 불가 등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대응은 굼뜨기만 하다. 지난해 5월에야 ‘승차 구매점 관련 제도 도입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국토부 생활교통복지과 쪽은 “드라이브스루 매장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5월께 발표할 계획이다. 일종의 규제 강화 조처라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도입할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전국종합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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