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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헌재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 원칙적 비공개는 위헌"… 헌법상 '의사공개원칙'에 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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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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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국가정보원 등을 관장하는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를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도록 한 국회법 조항은 헌법상 의사공개의 원칙에 반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그동안 다른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는 원칙적으로 공개돼왔지만,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는 이번 헌법소원 사건에서 문제가 된 국회법 제54조의2 때문에 인사청문회나 공청회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때문에 국정원이 정보위에서 북한의 동향 등 민감한 국가 기밀을 보고하면 여야 간사가 조율해 언론에 일부 회의 내용을 브리핑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날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 정보위 회의를 비공개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국회법 개정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설정될 전망이다.

27일 헌재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의 연대체인 '국정원감시네트워크'와 시민단체 군인권센터가 "국회 정보위 회의를 공개하지 않도록 한 국회법 제54조의2 1항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번 헌법소원은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의 연대체인 '국정원감시네트워크'와 시민단체 군인권센터가 정보위 회의 방청이나 회의록 특정 부분의 공개를 국회에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낸 것이다. 헌재는 2018년과 2020년 접수된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해왔다.

앞서 국감넷은 지난 2018년 국정원법 개정 법률안에 대한 법안심사를 모니터하기 위해 정보위 법안심사소위원회 방청을 해달라고 신청했지만 위 법 조항에 따라 방청을 거부당하자 그 행위와 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2018년 11월 22일 국정원법 개정 법률안에 대한 법안심사를 모니터하기 위해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에게 국회 정보위원회 제1차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에 대한 방청을 신청했다. 하지만 사무처 담당직원으로부터 '국회법 규정에 의해 이 사건 회의는 방청 허가 여부 자체가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므로 문서로 답변을 보내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자 국정원감시네트워크 소속 A씨 등은 이 사건 회의를 공개하지 않은 조치와 근거 규정인 국회법 제54조의2 1항 본문이 헌법 제50조 1항에 규정된 의사공개의 원칙에 위배되고 알 권리 등을 침해한다며 2018년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또 군인권센터 소속 B씨는 국회 사무총장에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회의록 중 특정 부분의 공개를 청구했지만 거부당하자 정보공개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고, 재판 도중 거부 처분의 근거가 된 국회법 제54조의2 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2020년 7월 24일 법원이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24일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먼저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이 방청을 불허한 행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이미 회의가 종료돼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소멸됐다는 이유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헌재가 해당 조치가 위헌적이었다는 결정을 내놓는다고 해도 이미 침해된 기본권이 회복될 수 없기 때문에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헌재는 '정보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 다만, 공청회 또는 제65조의2에 따른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경우에는 위원회의 의결로 이를 공개할 수 있다'고 정한 국회법 제54조의2(정보위원회에 대한 특례) 1항 중 본문(정보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는 부분의 경우 헌법상 의사공개의 원칙에 위배돼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의사공개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50조 1항은 '국회의 회의는 공개한다. 다만,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거나 의장이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같은 조 2항은 '공개하지 아니한 회의내용의 공표에 관하여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고 하위 법률에서 비공개 회의 내용을 공표하는 구체적인 절차와 기준을 정하도록 위임했다.

먼저 헌재는 이 같은 헌법 조항의 해석과 관련 "헌법 제50조 1항의 구조에 비춰 볼 때, 헌법상 의사공개원칙은 모든 국회의 회의를 항상 공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나 이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에는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헌재는 "또한 헌법 제50조 1항 단서가 정하고 있는 회의의 비공개를 위한 절차나 사유는 그 문언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이에 대한 예외도 엄격하게 인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따라서 헌법 제50조 1항으로부터 일체의 공개를 불허하는 절대적인 비공개가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는 바, 특정한 내용의 국회의 회의나 특정 위원회의 회의를 일률적으로 비공개한다고 정하면서 공개의 여지를 차단하는 것은 헌법 제50조 1항에 부합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헌법의 위임에 따라 법률에서 국회 회의를 비공개할 예외를 규정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헌법상 의사공개의 원칙에 따라 회의 공개를 원칙으로 삼으면서, 예외적으로 비공개로 진행할 수 있는 경우를 엄격하게 설정해야 하는데, 문제가 된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에 관한 국회법 조항은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었다는 취지다.

헌재는 "심판대상 조항은 정보위원회의 회의 일체를 비공개하도록 정함으로써 정보위원회 활동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견제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헌재는 국회 회의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요건인 헌법 제50조 1항 단서의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은 각 회의마다 충족돼야 하는 요건이기 때문에, 입법 과정에서 문제의 국회법 조항(국가 정보위 회의 비공개)이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됐다는 사실만으로 충족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7명의 헌법재판관은 "심판대상 조항은 헌법 제50조 1항에 위배되는 것으로 청구인들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결론 내렸다.

한편 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정보위의 모든 회의는 실질적으로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으므로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비공개가 필요하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문제가 된 국회법 제54조의2 1항은 헌법상 의사공개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국회의 회의의 공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의사공개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헌법 제50조 1항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확인한 결정"이라고 이번 결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선고를 환영하며 "국방, 안보와 관련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기관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정보 제한으로 알권리를 침해하고, 감시와 견제를 불가능하게끔 하는 위헌적 법령과 제도를 바로잡는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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