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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한주 새 20%p 빠진 호남 지지율…광주 붕괴현장 고개숙인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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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 경기방문 일정바꿔 광주행

붕괴 피해자 만나 “죄송”…“사고반복 기업 면허취소해야”

‘흔들리는 집토끼 잡자’ 판단…이낙연과 함께 ‘원팀’ 강조

“박정희 정권, 경상도 투자·전라도 소외” 지역감정 발언도


한겨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7일 광주시 서구 광주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을 방문, 실종자 가족들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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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첫날인 27일, 광주 서구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방문해 “중대재해 사고를 반복해서 일으키는 기업에 대해서는 위험한 기업활동을 못 하도록 건설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애초 경기도를 방문하기로 했던 이날 일정을 변경해 광주를 찾았다. 이 후보는 “붕괴 사고 피해자 위로” 등을 광주 방문 이유로 내세우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텃밭’으로 여겨온 호남에서 최근 이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 일정 변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똑같은 사업체에서 똑같은 지역에서 똑같은 유형의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 참으로 안타깝고 기가 막히다. 죄송하다”며 “돈을 벌기 위해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이런 잘못된 산업 문화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라도 이런 중대재해를 방치하거나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경영주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한다”며 “그래야 다른 기업들도 다시는 이렇게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 목숨을 빼앗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날 이 후보를 만난 피해자가족들은 피해자 구조·수습은 물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국가적인 역량이나 방안이 총동원될 수 있도록 국무총리가 직접 관여해 수색과 수습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총리에게 건의, 요청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 “이번 사고에서 발견된 대피과정에서 부족한 문제나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점 등 강력한 책임 묻고, 보상받는 상황 챙기고, 제도개선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이소영 대변인이 전했다.

이 후보는 이날 광주 서구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 방문에 앞서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문화하고 ‘광주 군공항 이전’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광주지역 공약’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광주 광산구 광주공항에서 광주지역 공약 발표에 앞서 “국민 주권이 흔들리고 민주주의가 억압당할 때 항상 맨 앞에 서주신 광주” “앞으로도 죽비이자 회초리로 우리 민주당을 바로잡아 주실 광주”라고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또 오후에는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충장로우체국 앞 ‘우다방’을 찾아 ‘원팀’을 강조했다. ‘우다방’은 충장로우체국 앞 계단을 의미하며, 5·18 당시 시위군중들의 예비 집결지이자 정보를 주고받았던 곳이다. 이 후보는 이곳에서 이 전 대표와 손을 맞잡고 “우리는 하나죠. 우리는 통합의 길을 갈 거죠”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광주 개혁정신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모두가 힘을 합쳐서 한길로 힘있게 나아가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도 “시민 여러분 이 후보를 뜨겁게 품어주셔서 감사하다”며 “민주당 아직도 못난 구석이 많다. 시대가 요구하는 수권정당으로 광주시민들과 함께 노력하겠다는 이 말씀으로 사죄를 대신한다”고 말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 전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아직도 마음이 덜 풀린 게 있고, 이 후보 자체에 대한 친밀감도 부족한 측면이 있는데 이날 두 사람의 행보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원래 이날 예정됐던 경기도 일정을 취소하고 광주를 찾은 데는 설 직전 ‘흔들리는 집토끼’를 확실히 잡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크게 하락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4~26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호남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47%로 한 주 전 조사(67%)보다 20%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전주 조사보다 6%포인트 오른 14%, 안 후보도 4%포인트 오른 14%를 기록했다. 다만 ‘지지후보 없다/무응답’이 전주 12%에서 10%포인트 오른 22%로 ‘부동층’이 증가했다. 광주 선대위 관계자는 “광주 아이파크 (붕괴 사고) 상황도 영향이 있다. 시장도 우리 당인데, 2주가 넘도록 실종자 수습도 안 되고 하다보니 대선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고, 이런 상황에서 선거운동 하고 다니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다급한 마음 때문인지, 이 후보는 이날 우다방 유세에서 영호남 간 격차를 언급하며 “박정희 정권이 자기 통치 구도를 안전하게 만든다고 경상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전라도는 일부 소외시켜서 싸움시킨 결과란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며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오리엔트 시계공장을 다니던 1980년 5월, 이런 사실도 모르고 광주를 욕했다고 반성하며 “다신 다른 사람들에 속아서 기득권자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가난하고 힘든 사람끼리 서로 싸우지 않게 하겠다고, 공적인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광주 공약 발표 뒤 ‘호남 지지율이 과거 민주당 후보들보다 낮은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에 (대선) 후보들도 대동소이하게 여론조사는 60%였다가 득표율은 80~90%대였다”며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일정을 변경해 광주를 찾은 까닭에 대해 “붕괴 사고 피해자분들을 위로하고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을 말씀드려야겠다는 게 첫번째”라며 “광주·전남 지지율이 낮아서라기보다 우리 민주주의 에너지 원천은 호남이 분명한 만큼 설 전에 인사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광주를 ‘민주당의 중심’ ‘개혁진영의 핵’이자 ‘가장 큰 힘의 원천’이라고 치켜세웠다.

광주/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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