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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코로나 3년차' 설 명절 앞…"귀성길 서둘러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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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전부터 역·터미널 귀성객 몰려 '북적'

기차 하행선 '매진'…고속버스 임시편 투입

"코로나 언제 끝날지 몰라…2년 만에 고향길"

'2900만 대이동'…"독거노인들, 공적돌봄 필요"

[이데일리 이소현 김형환 이수빈 기자] “그래도 설 연휴인데 가족과 보낼 시간을 포기할 순 없잖아요.”

설 연휴를 앞둔 27일 서울 중구 서울역 승강장에서 만난 김윤지(35)씨는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기 위해 KTX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걱정된다”면서도 “이런 상황이 이제 익숙해지기도 해 최대한 조심해서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직장인 최명훈(36)씨도 “코로나 이후에 고향 집에 한 번도 안가다 보니 고령이신 부모님께서 많이 서운해 하신다”며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니 사람이 좀 덜 붐비는 때에 다녀오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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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부터 서울역에 귀성길에 오르는 승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이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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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고향 방문”…귀성객 일찌감치 몰려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를 앞두고 이데일리가 이날 찾은 역과 터미널은 귀성길을 서두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본격적인 설 연휴 전이지만, 기차 편 하행선 전 노선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 편은 거의 만석이라 임시버스까지 배치됐다.

귀향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몰려들자 역과 터미널은 코로나19 방역수칙 관련해 거듭 안내 방송을 내보내는 등 방역에 고삐를 조였다. 이날 서울역 탑승구 앞에 설치된 발열 측정 기기를 그냥 지나치는 탑승객들은 안내 직원이 잡아 세우기도 했다.

서울역 철도경찰은 “명절을 앞두고 평소 평일보다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라며 “특별 방역대책을 진행 중이라 더 자주 순찰을 하며 열 체크와 마스크 착용 등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터미널역 보안요원도 “평소보다 사람이 많아졌다”며 “오전에는 노인분들이 많은데 오늘은 젊은 층도 많다”고 했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설 연휴 기간 ‘이동 자제’를 권고하고 있지만, 올해 코로나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예년과 달리 고향을 방문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게 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선물꾸러미를 손에 든 송영임(64)씨는 “코로나 상황이 걱정돼 지난 2년간 고향을 찾지 못했다”며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걱정되지만, 친정어머니가 아프시다고 해 꼭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작년 5월 결혼한 김현아(27)씨와 조자람(31)씨 역시 “신혼부부인데 결혼하고 나서 한 번도 찾아뵙지 못해 이번엔 인사드리러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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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귀성길에 오르는 탑승객들이 고속버스에 오르고 있다.(사진=김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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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길 대신 여행도…명절 쓸쓸한 노인에 “공적돌봄 필요”

귀성 대신 여행을 택해 한 손에 캐리어를 든 이들도 여럿이었다. 직장인 박모(25)씨는 “오미크론 때문에 고령층이 많은 친척집에 방문하는 것을 포기했다”며 “대신 친구들과 오랜만에 여행을 가려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황모(25)씨도 “코로나 이후 고향에는 방문하지 못했다”며 “이번 황금연휴 기간이 아까워 부산으로 여행 간다”고 했다.

귀경객도 종종 눈에 띄었다. 강원도 원주에서 온 김상흔(64)씨는 “아들이 병원에서 일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고향에 못 온다고 해서 명절에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서 아내와 함께왔다”고 말했다. 미국 시애틀에서 왔다는 이모(54)씨는 “설 명절을 맞이해 친척들을 보러 오랜만에 한국에 방문했다”며 “이제 자가격리를 마치고 친척 집에 간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올해 설 명절 기간 2900만명에 달하는 ‘민족 대이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코로나 추이에 따른 이동 계획’ 조사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기간 총 2877만명, 일평균 480만명 규모의 이동량이 발생할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예상 이동 인원은 작년 설(409만명) 대비 17.4% 증가한 수치다. 이 조사에서 지난 설에는 집에 머물렀지만 이번엔 이동하려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40% 이상이 ‘코로나 상황이 지속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한편 이번 설 연휴에 이동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가족 간 ‘생이별’ 속 쓸쓸한 명절을 맞을 수밖에 없는 노인들이 있다. 특히 자녀와 떨어져 사는 노인의 경우 명절이 되면 우울감이 깊어지거나 사회적 고립을 겪을 수 있어 지역 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어르신들이 혼자 집에서 지내시는 것보다 지역 주민이 경로회관 등에 같이 모여서 명절에 보낼 수 있게 하는 등 ‘공적 돌봄’을 강화해야 한다”며 “전자기기에 접근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지역사회와 지자체가 협력해 태블릿PC 등을 배치하고 자녀나 손자녀들과 비대면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각 지역사회에서 독거 노인가구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어르신들을 사회로 이끌어낼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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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북문 앞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설 연휴 기간 고향 방문 및 여행 자제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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