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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LG엔솔 안 팔고 버텼는데"…코스피 폭락에 내일이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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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준發 자산시장 충격 ◆

매일경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의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 기념식에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가 상장 기념 북을 치고 있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시초가 대비 15.41% 하락한 50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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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또다시 올해 바닥을 찍었다. 세계 각국 증시가 모두 긴축 발작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27일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인한 수급 부담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외국인과 개인투자자 매도세에 지난해 8월 20일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6일 최고점 3305.21 대비 20.89% 추락했고, 2020년 12월 3일 이후 처음 2600대로 떨어졌다.

아직 지수에 반영되지 않은 LG에너지솔루션 시가총액을 제외하면 이날 코스피 시총은 1941조4260억원으로 하락했다. 하루 만에 66조2570억원이 증발했다. 전 거래일까지 유지하던 코스피 시총 2000조원도 깨졌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대다수 증권사는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2800~3400선으로 제시했다. 가장 하단은 2610선으로 전망됐는데, 결국 최저 예측치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이날 코스피 급락에는 크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기조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따른 수급 불안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26일(현지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3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당초 시장 예상에 부합했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다소 매파적이었다고 평가되면서 긴축 가속화 우려를 높였다. 이에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며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월 FOMC 정례회의 이후 연준의 긴축 가속화 관련 불확실성이 재확산했다"며 "이로 인해 미국 금리가 재차 급등하고 미국 선물시장도 하락 전환한 영향으로 코스피가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대외 악재성 요인에 더해 LG에너지솔루션 편입을 위한 수급 주체 간 수급 왜곡 현상 심화, 설 연휴를 앞둔 관망 심리가 맞물려 국내 증시에 부정적 피드백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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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외국인투자자의 매도세가 거셌다. 연준의 긴축 가속화 부담 속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달러당 원화값이 1200원대까지 떨어졌다. 외국인투자자 자금 이탈이 이어지면 원화 약세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프로그램 매매는 7659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만과 한국, 인도 등 신흥국 주식에 외인들의 강한 매도세가 관찰되고 있다"며 "금리 상승으로 리스크가 큰 제조업 기반의 신흥국에 매도세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대규모 순매도의 상당 부분은 새로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이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2010년 상장된 삼성생명 등 대형주들이 상장 첫날 코스피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대 중반이었다면, LG에너지솔루션 거래대금은 장 초반 60% 내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 종목에 거래대금이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컸다는 평가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결국 증시 주변부가 불안 심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인한 패시브 자금의 매물을 받아 줄 주체가 부재한 수급 공백이 한국 증시 낙폭을 확대시킨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해당 종목 낙폭이 이날 지수 하락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코스피 신규 상장 종목이 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상장일 다음날이기 때문에 지수에는 28일부터 영향을 준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을 포트폴리오에 담기 위한 수급 주체들이 시총 상위 대형주들을 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한 달간 주식 시장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2월 3일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 편입, 2월 9일 이후 한국 배터리 상장지수펀드(ETF) 편입, 2월 14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 3월 10일 코스피200 지수 편입 등이 예상된다.

한편 최근 코스피 과매도로 인해 기술적 반등이 가능한 저점에 도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경민 연구원은 "코스피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슈로 여타 세계 증시 대비 낙폭이 큰 상황"이라며 "2600선 초반은 낙폭 과대,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지수대이므로 투자 심리, 수급 불안 진정 시 기술적 반등 시도는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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