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이재명과 윤석열, 모든 장점 덮어버릴 단점을 조심하라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사진=매경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96] 이제 20대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국가 최고 지도자가 될 수 있는지 대선후보들의 자질 검증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유력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살아온 과정이나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이 후보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거친 삶을 살았습니다. 언변과 임기응변이 뛰어나지만 말을 자주 바꾼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윤 후보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사법고시에 여러 차례 떨어지며 좌절을 맛보았지만 이 후보와 비교하면 시련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정치인으로서 경험이 많지 않은 것도 단점으로 꼽힙니다. 두 후보가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확실한 사실은 장점이 아무리 많아도 그것을 덮어버릴 단점이 있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 가지 단점 때문에 패망한 사람이 있습니다. 춘추시대에서 전국시대로 넘어갈 무렵 진(晉)나라 권력을 좌지우지했던 '지요'라는 인물입니다. 그는 역사의 무대에 등장할 때부터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의 부친 서오는 그를 가문의 후계자로 세우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씨 일족인 지과는 이런 이유를 들며 반대했습니다. "지요는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다섯 가지 장점이 있고 다른 사람보다 못한 한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아름답고 긴 수염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고, 활쏘기와 수레 몰기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지요. 다양한 재주와 굳세고 용감한 점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며, 교묘한 지혜로 임기응변을 잘하는 점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납니다. 그러나 탐욕스럽고 잔인하여 성격이 어질지 못한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섯 가지 장점으로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고 한 가지 단점으로 다른 사람을 닦달하면 누가 그를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지요를 후계자로 세우면 우리 지씨 가문은 반드시 멸문지화를 당할 겁니다."

하지만 서오는 지과의 경고를 무시했습니다. 지요가 아들 중에 지혜나 능력이 가장 출중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그를 후계자로 삼는 게 당연했습니다. 실제로 과감한 결단력이나 명석함, 실행력에서 지요를 따라올 사람은 없었습니다. 지요가 후계자로 확정되자 지과는 족보를 보씨로 바꿨습니다. '지요 리스크'에 대비해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려고 유력 가문의 기득권을 포기한 것이지요.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지요는 막강한 권력과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했지만 결국 한, 위, 조씨의 협공으로 패망합니다. 그 원인은 지과가 지적한 대로 상대를 용납하지 않고 깔보는 성격에 있었습니다. 그는 다른 권세가인 위, 한, 조씨를 없앤 뒤 이름뿐인 군주까지 몰아내고 진나라를 차지할 야심을 품었습니다. 그는 아무 이유도 없이 무력으로 경쟁자를 제압하다가는 반격을 받을 위험이 있어 묘안을 짜냅니다.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월나라 정벌을 내세워 세 가문의 세력을 약화시켜 하나씩 없애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이 계획에 따라 지요는 먼저 세 가문에 각각 100리씩 땅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그곳에서 나오는 세금으로 월나라와 전쟁하는 데 쓸 비용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꼼수에 불과했습니다. 땅을 내놓지 않으면 군주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는 죄를 물어 제거하고 땅을 바치면 그만큼 힘이 약해질 것이기에 꿩 먹고 알 먹는 격이었습니다. 한씨와 위씨는 막강한 힘을 가진 지요의 강요에 울며 겨자 먹기로 땅을 내놓았습니다. 속셈을 뻔히 알고 있었지만 지요가 파놓은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조씨는 달랐습니다. 조씨의 당수 무휼은 지요와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씨의 요구를 거절합니다. 그리고 공격에 대비해 '진양'이라는 곳으로 근거지를 옮겼습니다. 진양은 성이 튼튼하고 백성들의 충성도가 높은 곳이었습니다. 진양성에서 조씨는 1년 넘게 버티었습니다. 하지만 지요는 집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진양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산에 올라 지형을 살피다가 성을 깨뜨릴 해법을 찾았습니다. 진양성 주변 강들을 활용한 수공(水攻)을 펼치기로 한 것이었죠. 성 인근에 뚝을 쌓고 큰 연못을 만들어 물을 모은 뒤 뚝을 일시에 무너뜨려 진양성으로 쏟아져 들어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작전은 적중했습니다. 진양성이 물이 잠기자 무휼과 백성들은 당황했습니다. 이때 조씨의 모사 중에 '신의 한 수'를 떠올린 사람이 있었습니다. 조씨 가문의 지략가 장맹담입니다. 그는 지요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한씨와 위씨가 지요에게 땅을 바친 건 마지못해 한 일입니다. 지금 군사를 보낸 것도 지요의 압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했을 겁니다. 제가 성 밖으로 나가 한씨와 위씨 당수인 한호와 위구를 만나 지요를 함께 공격하자고 설득해 보겠습니다. 지씨를 멸하고 그 땅을 나누자고 하면 우리가 바라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장맹담은 뛰어난 언변과 이해에 기반한 논리로 한호와 위구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조씨와 위씨, 한씨 세 가문은 진양성으로 향했던 물줄기를 은밀하게 지씨 진영으로 돌렸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역습으로 지씨 군대는 괴멸했습니다. 지요도 사로잡혀 최후를 맞았습니다.

지요는 식견과 결단력이 뛰어났지만 탐욕스럽고 잔인한 성격으로 망했습니다. 단점 하나가 모든 장점을 덮은 결과입니다. 지도자는 자신의 단점을 냉철하게 직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장점을 살려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대선후보들은 국민에게 장점만 내세우며 표를 얻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국가와 국민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단점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해도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그로 인한 분란과 피해가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