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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취재파일] 피, 땀, 눈물…성과급 받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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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휴일 근무 때 있었던 일입니다. 그날 다룰 뉴스 꼭지를 정리하기 위해 근무자들이 모였는데 늘 그렇듯 회의 시작 전 담소가 오갔습니다. 이런 저런 잡담 도중 누군가 문과생들만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 나왔고 그 때 마침 당직 국장이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들어 왔습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요? 그 국장님이 바로 언론사에 몇 안 된다는 공대생 출신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엔지니어가 대부분이라) 친구들 중에서 내 연봉이 가장 작다"라며 던진 농담에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반도체 성과급 경쟁



연봉이 정해진 급여라면 성과급은 지난 한해 조직이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추가 보상입니다. 코로나 여파로 경제 전반에 타격이 적지 않지만 몇몇 분야에선 기업들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리며 '불황 속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업계의 실적이 눈에 띕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부문에서 작년 한 해 94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해 미국의 인텔을 제치고 3년 만에 반도체 매출 세계 1위로 복귀했습니다. 작년 한 해 매출 279조6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07%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51조6천300억 원으로 전년보다 43.45%나 늘었습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연간 매출 전망치가 43조654억 원, 영업이익은 12조2천589억 원에 달할 걸로 추정됩니다. 매출 규모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 때인 2018년(40조445억원)에 기록한 기존 최대 실적을 뛰어넘는 수치며, 영업이익은 2018년(20조843억원) 이후 3년 만에 최대치입니다.

이런 실적은 성과급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매출 1위 달성을 기념해 메모리사업부 임직원들에게 기본급 300%의 추가 성과급을 주기로 했습니다. (삼성은 앞서 지난해 말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에 특별 격려금으로 기본급의 최대 200%를 지급한 바 있습니다.) 또 메모리사업부가 성과를 낼 수 있게 지원한 유관 부서 직원들도 200%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질세라 SK하이닉스도 어제(26일) 지난해 분 성과급으로 기본급 기준 1,000%를 지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급일은 오는 내일 (28일)입니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지난해 말에는 연간 사상 최대 매출과 미국 인텔 낸드 플래시 사업부 인수 등을 기념해 특별 성과급 300%를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성과급 경쟁의 '이면'



우리나라에서 성과급을 처음 지급한 것도 삼성전자였다고 합니다. 20년도 더 된 지난 2000년 처음 지급됐는데 이후 성과급은 보너스 개념으로, 주면 좋지만 안 줘도 대놓고 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종의 연말 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노력한 것에 걸맞은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 SK하이닉스의 한 직원이 성과급 규모에 불만을 담은 이메일을 임직원 전체에게 보낸 게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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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업의 속성상 직원들이 요구한다고 다 들어줄 리 만무합니다. 기업이 필요하니 돈도 쓰는 게 아닐까요? 돈 되는 반도체 부문에 인력 수급이 절실한데 있던 인력까지 빠져나간다면 여간 낭패가 아닐 겁니다. 성과급은 보상인 동시에 중요 인력이 경쟁사로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한 내부 단속용인 셈입니다.

인재 지키기 경쟁이 치열한 건 단순히 경쟁사의 빼가기 때문 만은 아닙니다. 젊은 층의 달라진 직업관도 한 몫 합니다. 평생 직장 개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랩니다. 공채 출신이라고 해서 입지가 굳건한 것도 아니고 경쟁력만 있으면 어디라도 옮길 수 있는 게 요즘 세상입니다. 경력직이 환영 받는 시대입니다. 특히나 인력이 달리는 IT와 첨단 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역설적인 건 구성원의 의욕을 높이기 위한 성과급이 오히려 일할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같은 삼성전자라도 어느 부문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성과급에 차이가 있습니다. 다 이유야 있겠지만 누구는 더 받고 누구는 덜 받는다고 하는 게 모두에게 기운 나는 소식은 아닐 겁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성과급과 공모주 대박 소식이 꼭 달갑지만은 않은 요즘입니다.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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