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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극적으로 친부모와 재회했지만 “두번 버려졌다”…中소년 결국 극단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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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SohailSNAhmed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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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을 통해 극적으로 친부모와 재회했지만 또다시 거부 당한 중국의 10대 소년이 7000자가 넘는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 중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26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새벽 류쉐저우(劉學州)는 7000자가 넘는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중국 하이난(海南)성 산야(三亞)해변에서 세상을 떠난 채 발견됐다. 이는 그가 친부모를 찾아 재회하고 한 달만에 벌어진 일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6일 류쉐저우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친부모를 찾는다는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에서 그는 “2004~2006년 쯤 허베이성에서 태어났다”며 “양부모가 자신을 생후 3개월이 됐을 때 사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양부모마저 4살 때 폭죽 사고로 죽었고 이후 그 친척들과 어렵게 살아왔다”며 “지금은 단기대학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류쉐저우의 사연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지역 경찰이 나서 유전자(DNA) 검사를 진행해 그의 친부모를 찾았고 지난해 12월 27일 그는 허베이성에 사는 친아버지와 재회하게 됐다. 그러나 친부모는 일찍이 이혼한 상태였고, 친아버지는 재혼했다며 그를 거둘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친어머니 또한 새 가족과 “조용히 살고 싶다”며 그를 아들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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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아버지와 재회한 류쉐저우./MapagmahalCyrus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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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는 친부모로부터 자신의 출생의 비밀도 전해 듣게 됐다. 류쉐저우는 자신이 태어났을 때 친부모가 너무 어리고 가난해서 그를 키울 수 없어 돈을 받지 않고 입양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둘의 결혼 자금 마련을 위해 생후 3개월 된 류쉐저우를 2만 7000 위안(약 480만원)에 양부모에게 팔아넘긴 것이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친아버지는 그 돈 중 6000위안(약 108만원)을 가져갔고 그 절반은 결혼 지참금으로 친어머니 측에 보냈다고 한다. 나머지는 인신매매 브로커가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얼마 후 류쉐저우는 친부모에게 지낼 곳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가 두 사람 모두에게 냉대를 받았다. 친부모를 찾으러 나서면서 양부모 친척들과의 사이가 나빠져 마땅히 지낼 곳이 없었던 류쉐저우는 작은 방이어도 좋으니 거처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친부모 모두 이를 거절했다. 친어머니는 그의 연락을 아예 차단하고 소셜미디어에 류쉐저우를 ‘하얀 눈의 늑대((white-eyed wolf)’라고 표현했다. 이는 중국에서 은혜를 모르며 냉혈한에 잔인한 사람을 의미한다.

이에 류쉐저우는 지난 17일에는 친어머니와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18일에는 친어머니의 막말이 담긴 녹음파일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고 친부모와의 갈등을 알렸다. 이를 본 일부 네티즌들은 류쉐저우에게 ‘돈 때문에 친부모를 찾았다’는 식의 악플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그는 소셜미디어에 남긴 유서를 통해 “지난 며칠 동안 도우인(틱톡)과 웨이보에서 날 공격하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온갖 형태의 저주와 ‘음흉한 자식’ ‘빨리 죽어버려라’ ‘역겹다’ ‘사기꾼’ 등의 말을 들어야 했다”고 전했다.

결국 그는 24일 하이난(海南)성 산야(三亞)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류쉐저우는 유서 말미에 “친부모에게 두 번 버려졌다”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WP는 충칭대 미디어 연구자의 말을 인용해 “사이버 괴롭힘이 류쉐저우의 자살에 큰 영향을 끼쳤다”라며 “그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비합리적인 피해자로 비쳐졌다. 그러나 그가 거칠게 행동했어도 결국 그는 10대다”라고 보도했다.

한편 유서에는 류쉐저우가 중학교 시절 남성 교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이에 25일 공안은 류쉐저우 해당 성추행 사건과 함께 류쉐저우 관련 인신매매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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