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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미국,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에 서면 답변 전달…"공은 러시아 코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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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서면 답변을 보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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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에 대한 서면답변을 러시아 측에 전달했다. 미국과 나토는 옛 소련 국가의 나토 가입을 배제하고 러시아 인근 지역에 배치된 공격용 무기를 철수하라는 러시아의 핵심 요구는 거부했지만 상호 핵무기 군비통제 및 군사훈련 제한 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나토의 답변에 러시아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 사태는 전쟁이냐, 외교적 해결이냐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존 설리번 주러시아 대사가 이날 러시아 외교부를 방문해 미국 측 답변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나토 역시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에 유사한 내용의 답변서를 전달했다. 지난 21일 미·러 외무장관 담판 회담 이후 6일만이다.

블링컨 장관은 답변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가 제기한 우려에 대한 “원칙에 입각한 실용적 평가”를 바탕으로 “유럽 내 군사훈련과 작전에 관한 신뢰 증진 방안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 내 병력태세에 관한 상호 투명 조치들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 답변을 통해 러시아에 “진지한 외교적 길을 제시했다”고 자평했다.

러시아는 그간 우크라이나 인근에 10만명이 넘는 병력을 집결시킨 뒤 미국과 나토에 우크라이나·조지아 등 옛 소련 소속 국가들의 나토 가입 배제, 러시아 인근 국가에 배치된 탄도미사일 등 공격용 무기 철수 등을 서면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나토의 문은 열려 있고 계속 열려 있을 것”이라면서 러시아의 나토 동진 중단 요구는 애초부터 협상 대상이 아니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제 공은 저쪽 코트에 있다”면서 “러시아가 문서를 읽고 다음 조치에 관해 논의할 준비가 된 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며칠 안에 대화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미국은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도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다시 러시아에 손을 내밀어 대화의 길을 통해 정치적 해결과 긴장완화를 시도하지만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돼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미국과 나토가 마련한 문서를 사전에 검토해 승인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과 나토는 군비통제와 핵무기 군사훈련 제한 등 상호 신뢰 구축을 위한 협상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미국의 탈퇴로 해체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복원을 비롯한 단·중거리 핵미사일 배치 상호 제한, 군사훈련 규모 및 지역 제한 등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배치된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러시아의 사찰을 허용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이 시설이 자국을 겨냥한 미사일 발사에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해온 반면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해 왔다. 또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우위를 보이고 있는 흑해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자는 제안도 포함됐다.

현재로선 미국과 나토가 서면으로 답변한 내용은 그간 러시아와의 외교적 협상에서 밝힌 기본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가 여러 주 동안 말해왔던 것을 공식적으로 반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의 요구에 서면으로 공통된 입장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다음 단계로 가는 과정에서 분기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테르팍스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7일 미국의 답변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를 요청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은 없었다”라며 “진지한 대화의 시작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이는 부차적인 문제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위기 해소를 위한 회담이 계속될 가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링궁 대변인도 미국의 응답과 관련해 “러시아의 우려가 고려됐다거나, 그렇게 하려는 의지를 (미국이) 보였다고는 말할 수 없다”라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그는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입장을 확인했으며 시간을 들여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과의 실무 접촉은 계속될 것이며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간의 회담이 향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뉴욕타임스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외교와 전쟁 사이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러시아와의 협상 기회가 최소 한 차례는 더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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