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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北 정초부터 미사일 '섞어쏘기'…'요격난해' 종합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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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1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해 '성공'했다고 12일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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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새해 초부터 미사일 섞어 쏘기에 나서며 한·미 군의 요격 방어망을 파고 들고 있다. 북한은 27일 오전 2발의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동해상으로 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이날 미사일이 20㎞고도로 190㎞를 날아간 것으로 파악했다.

한·미 군 당국은 탐지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종류를 분석중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올해 들어 가장 거리가 짧은 미사일"이라며 "초단거리 미사일을 새로 개발한 것인지, 기존 미사일의 발사 고도와 거리를 조정해 전술적인 혼란을 주려는 것인지는 북한의 공식 발표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통상 탄도미사일 발사를 한 다음날 노동신문 등을 통해 공개해 왔다는 점에서 당국은 정밀분석 결과를 북한이 발표할 경우 대조해 보겠다는 방침이다.

당국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북한이 '섞어쏘기'에 나선 배경이다.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 여섯 번째로, 북한은 모두 10발의 미사일을 쐈다. 북한은 앞서 지난 5일과 11일 각각 자강도에서 최고속도 음속의 10배(마하 10)을 기록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이어 14일엔 평북 의주에서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을 쐈다. 속도가 빠르거나 사전 발사 징후를 드러내지 않는 미사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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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올들어 발사한 미사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사흘 뒤인 17일엔 발사 장소를 평양 순안공항으로 옮겨 목표물 상공에서 기동을 하며 요격을 회피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2발을 동해의 '알섬'으로 날렸다. 북한은 이날 발사 실험을 실전배치를 시사하는 '검수시험'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또 25일엔 순항미사일(2발)을 쏘는 미사일 시위에 나섰는데, 이날 발사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27일 발사한 미사일을 제외하더라도 올 들어 최소 네 종류(극초음속·열차발사·북한판 이스칸데르·순항)의 미사일을 과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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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형 미사일 4종 제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들 미사일의 공통점은 모두 현재 한미의 대응 체계로는 요격이 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극초음속, 따라잡기 어려워



극초음속 미사일은 정점 고도 이후 분리된 탄두부가 음속 5배(마하 5·시속 6120㎞)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며 목표물을 공격하는 전략무기다. 전문가들은 회피 기동 때문에 탐지가 어렵고 속도가 빨라 현재 한·미의 미사일 요격체계로는 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떨어뜨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철도 이스칸데르, 발사원점 못 찾아



북한 전역의 철도망을 이용해 화물열차를 개조한 TEL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철도기동 미사일 부대도 새로운 위협이다. 이는 발사 징후 포착은 물론 원점 반격도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난 14일 평안북도 철도기동 미사일 연대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을 철로위 열차에서 발사했다. 이스칸데르는 방공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목표물에 근접한 후 회피기동을 한다. 미사일이 야구에서 투수가 타자를 교란하기 위해 던지는 마구와 비슷한 궤적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요격이 어렵다.



에이태큼스, 변칙 비행으로 회피



북한판 에이태큼스로 불리는 KN-24는 북한이 대남 타격용으로 개발한 단거리 전술 지대지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은 목표물 상공에서 변칙 기동을 하는 것은 물론 최대 비행 고도가 30~50㎞에 불과해 탐지·요격이 힘들다. 확산탄으로 구성된 자탄을 넣을 경우 축구장 3~4개 크기의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으며, 전술핵 탑재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KN-24는 일반적인 탄도미사일과 같이 포물선 형태로 비행하지만, 최고 고도가 낮기 때문에 탐지·추적·요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순항미사일, 저고도라 탐지 어려워



북한판 토마호크로 불리는 순항미사일은 100~300m의 저고도를 마하 0.8(시속 970㎞) 내외의 속도로 비행한다.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이나 방사포(다연장 로켓)와 달리 낮고 느리게 기동하는 특성 때문에 탐지 자체가 어렵고 방향을 자유롭게 바꾸는 비행이 가능해 요격 회피에 유리하다.

즉 북한이 쏜 미사일들은 모두 패트리엇(PAC-3 MSE)과 고고도미사일 방어(THAAD·사드) 체계 등을 한미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어 위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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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요 신형 미사일 비행궤도와 한국군 요격체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특히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대형 핵탄두 제조 능력을 과시한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할 경우 이들 미사일들을 섞어 쏘면서 핵탄두 미사일을 이들 사이에 포함시킬 경우 핵 위협은 훨씬 가중된다. 무엇이 핵미사일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날라오는 미사일의 궤적을 따라잡기도 어렵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기존에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미사일로 요격하는 건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오는 얘기였다"며 "하지만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현실로 등장했고, 창이 발전하면 방패도 발전하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에 대응하는 요격체계도 개발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상 미사일 개발은 극도의 보안속에 이뤄지는게 일반적"이라며 "그럼에도 북한이 이렇게 대놓고 연이어 미사일을 쏘는 건 내부 결속과 함께 한국과 미국을 향해 대북제재 해제 등 자신들의 기존 주장을 수용하라는 주문"이라고 덧붙였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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