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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페이스북이 시장지배적 지위가 없다?…"빅테크 반독점 규제 체계 개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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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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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들어 종전에 없던 디지털경제가 출현하고 무형자산을 가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독과점 시장구조를 형성하면서 반독점 규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경쟁기업 인수·합병 등을 통한 사업 확장, 데이터 독점, 부당 경쟁, 소비자의 선택권 통제 등 독점력을 남용해 불공정한 시장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정선영 부연구위원은 27일 '디지털 경제와 시장 독과점 간 관계'를 주제로 한 BOK이슈노트에서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독과점 시장구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변화하는 산업 환경을 반영하기 위한 반독점 규제체계 개편 논의가 글로벌 차원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반독점 규제 개편의 방향성을 제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시대의 독과점 구조는 거대 IT기업인 빅테크들이 시장을 독식하는 승자독식 형태를 가진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5대 빅테크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S&P500 시가총액의 약 22.9%(지난해 8월말 기준)를 차지할 만큼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정선영 부연구위원은 "빅테크의 등장이 사회적 후생에 미치는 효과는 긍정적·부정적 측면이 혼재하나, 최근에는 빅테크의 과도한 시장지배력과 독점력 남용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빅테크의 독점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소비자 후생과 가격 중심의 기존 반독점 규제 체계 하에서는 빅테크들의 경영 전략이 반경쟁 행위인지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반독점법 위반했다" 미국 FTC 제소했다 패소

정 부연구위원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리나 칸 위원장의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을 주제로 한 논문을 인용, "소비자 후생과 가격 중심의 기존 반독점 규제 체계 하에서는 빅테크들의 경영 전략이 반경쟁 행위인지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2020년 말 미국 FTC가 제소한 페이스북의 반독점법 위반에 대한 1심 소송에서 페이스북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만한 법률적 증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FTC가 패소했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 FTC는 우리나라로 비교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주요 빅테크가 기반을 두고 있는 미국의 현행 반독점 규제법은 독과점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가격을 높게 설정함으로써 소비자 후생을 악화시킨다는 전제에 기반한다"면서도 "빅테크는 양면시장 구조를 활용해 생산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가격을 장기간 낮게 유지하면서 독점력 행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양면시장은 소비자, 생산자 등 서로 다른 복수의 집단을 상호 중개해 네트워크 효과를 내부화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는 시장구조를 의미한다.

그는 "빅테크는 타기업과 경쟁 관계이면서 동시에 경쟁 기업이 의존하는 필수 인프라를 컨트롤하는 시장조성자로서의 이중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현행법의 체계에서는 이같은 점을 독과점 판단에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존 반독점 규제 체계에서는 빅테크의 독점력과 경쟁제한성을 판단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됨에 따라 새로운 산업 환경을 반영해 반독점 규제 체계를 개편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201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티롤 교수는 양면시장을 장악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서는 시장지배력에 대한 정의, 독과점에 대한 규제방식이 기존의 단면시장과는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이런 맥락에서 "반독점 규제 역시 새로운 기업 형태인 빅테크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시장환경 변화에 맞게 개편함으로써 역기능 작용은 최소화하고 순기능 측면은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시장 조성자로서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중립적 입장에서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 마련을 목표로 규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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