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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정창욱이 ‘다 죽여버린다’더라”… 그날 남은 또렷한 칼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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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정창욱 셰프가 편집자들을 폭행하고 위협하는 과정에서 칼로 훼손한 벽면. /유튜브 '호드벤쳐TV' 영상


특수폭행·협박 혐의로 피소된 유명 셰프 정창욱(42)씨가 검찰에 넘겨진 가운데 피해자들이 추가 폭로 영상을 공개했다. 이들은 “정씨로부터 같은 일을 당했다가 속으로 삭힌 사람들이 있을 거다. 이걸 보고 응어리를 해소하고 힘을 얻었으면 한다”며 사건 전말을 털어놨다.

정씨의 유튜브 채널 편집자로 일하던 고소인 A씨와 B씨는 26일 유튜브 채널에 30분가량의 긴 영상을 올리고 지난해 8월 미국 하와이에서 있었던 일들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콘텐츠 촬영 도중 카메라에 포착된 정씨의 폭언 장면과 여러 만행들도 그대로 담겼다. 이어 정씨가 칼을 들고 위협하던 사건 당일을 회상하던 A씨는 “극도의 공포 속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기억했다.

◆ 지인에게 한 없이 친절하던 그가 돌변했다

지난해 8월 13일. A씨가 정씨를 처음 만난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당시 세 사람은 정씨 지인 집에서 ‘쿡방’(요리방송)을 찍었고 촬영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정씨가 음식을 만들면 지인이 맛보는 식이었다. A씨는 “정씨가 ‘지인 인터뷰를 너희 둘이 기획해보라’고 하더라. 도움이 되고 싶어 열심히 했다”며 “그리고 오후 4~5시쯤 그 집에 갔는데 정씨는 그때부터 술을 먹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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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욱씨가 편집자들에게 화를 내며 촬영을 거부하는 모습. /유튜버 채널 '호드벤쳐 TV'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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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가 술을 마시는 동안 A씨와 B씨는 지인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씨를 알게 된 계기, 함께 겪은 에피소드 등을 물었고 ‘정씨가 만들어 준 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요리는 무엇이냐’는 질문도 했다. 그렇게 모든 촬영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정씨의 폭언이 시작됐다. 그는 당일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부작용에 시달리던 B씨에게 “부작용 그게 뭐라고 넌 여기까지 와서 아프다고 XX이야. 이 XXX야”라는 욕설을 쏟아냈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온순했던 모습이 한순간에 돌변하기도 했다. 정씨는 해장을 하자며 음식을 나눠먹다 ‘지인에게 어떤 질문을 했냐’고 물었고 A씨가 설명하자 싸늘해졌다. A씨는 “기억에 남는 요리를 물었다고 하자마자 ‘무슨 질문을 했다고?’라고 하는데 분위기가 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런 쓰레기같은 질문을 생각해낸 XXXX가 누구야’ 소리치더라”고 주장했다.

◆ “주방서 칼 들고와 위협… 죽여버린다더라”

놀란 A씨가 할 말을 잃자 아픈 B씨가 “제가 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정씨의 폭행이 시작됐다. A씨는 “그냥 한 대 치고 마는 게 아니라 분노에 차서 주체하지 못했다. 약통을 쥐고 B씨의 왼쪽 후두부를 계속 쳤다”며 “그러다 내 생각이 났는지 나도 때렸다. 분노에 휩싸여 ‘내가 아무한테나 요리해줘야 하는 XX냐’며 (주먹을) 붕붕 휘둘렀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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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욱씨가 편집자들을 위협하는 과정에서 훼손한 탁상. /유튜버 채널 '호드벤쳐 TV'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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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문제는 이 다음이었다. 정씨가 주방에서 칼을 들고 와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A씨가 일어나려하자 정씨는 “움직이지마 XXXX야. 죽여버린다”고 소리쳤다. A씨는 “B씨에게 먼저 가서 칼든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겨누더라. 그 다음 내 목에 칼날을 댔다”며 “계속 위협적인 소리를 반복하다가 가까이 붙어서 칼을 댔고 내 배를 겨눴다. ‘돼지 XX야. XX 내가 만만해?’라고 하면서 힘을 주더라”고 했다.

이어 “다 죽인다고 하더니 누군가를 공격하는 포즈로 벽에 칼을 박더라. 다시 뽑아서 밥 먹던 탁상 한쪽 모서리를 또 꽂았다. 그러면서 ‘죽여버린다’는 얘기를 반복했다”며 “그때 B씨가 화장실로 가 구토하자 정씨가 칼을 든 채 멱살을 잡고 끌고 나와 ‘아픈 척 해야겠냐. 그러면 내가 나쁜 XX가 되는 것 같냐’고 하더라”고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내가 널 앞으로 얼마나 많이 챙겨줄 건데. 10억, 20억은 그냥 줄 수 있어” “가버려 XX야” “나도 부작용 심했는데 너희를 위해 참았어. 근데 넌 티를 너무 많이 냈어” “내가 화낸 건 너희 잘되라고 그런 거야” 등도 했다고 한다.

◆ “일하다 뺨 맞았다” “여성 작가들 폭행” 다른 폭로까지

A씨는 “생각보다 이걸 떨치는 게 안 되더라. 그해 9월 초 한국에 돌아와 두 달을 굉장히 안 좋은 상태로 보냈다”며 “막상 유튜브를 보면 그 사람은 계속 아무렇지 않은 척 내가 원래 알던 그 이미지대로 영상에 나오더라. 못 견디겠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만난 지 3일차에 그런 일을 당했는데 분명 저 말고도 이 이상의 일을 겪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그동안 속으로 삭힌 사람이 있다면 이 영상을 보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추후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영상이라 하더라도 감수하고 만든 거다. 나같은 일을 당한 사람이 응어리를 해소했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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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욱씨가 26일 쓴 사과문. /인스타그램


실제로 이번 갈등이 전해진 후 정씨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다른 피해자들의 폭로도 쏟아지고 있다. SBS에 따르면 정씨 식당에서 근무한 한 여성 요리사는 “‘X녀’ ‘줘도 안 먹을 X’ 등 성적인 욕설로 수치심을 줬고 뺨을 맞은 적도 있다”며 “그곳에서 일하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아 생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과거 정씨와 예능프로그램을 함께 했다는 한 방송 관계자 역시 “여성 작가들에 대한 폭력 행위로 방송이 파행 직전까지 갔다”며 “피해 작가들이 프로그램이 망가질 걸 염려해 공론화 하지 않았다. 대신 사과를 요구했으나 무시당했다”고 전했다. 당시 정씨는 본업에 충실하고 싶다는 이유로 해당 방송을 자진 하차했었다.

이날 검찰 송치 소식이 전해진 후 정씨는 인스타그램 등에 글을 써 논란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A씨와 B씨가 겪었을 공포와 참담함은 가늠할 수 없다. 사건 이후에도 당사자들에게 간단한 미안함의 표시밖에 하지 못했고 뒤처리도 전무했다”며 “엄청난 일을 벌여 놓고도 다 이해해 주겠지, 이정도면 되겠지라는 위험한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어제 정씨가 저희 측 변호사를 통해 사과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하지만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본인의 피소 사실을 인지한 지 4달이 되어가는 시점에 변호사를 통한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어 거부했다”며 “그런데도 오늘 본인의 범죄 사실은 전혀 명시하지 않은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저 타자뿐인 사과문”이라고 분노했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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