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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곰 사육 종식' 선언했지만... "정부도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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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단체들 "곰 매입·보호시설에 정부 지원해야"
40년 만에 곰 사육 종식이 선언돼 생추어리(Santuary·보호시설) 건립이 추진되는 가운데 현재 농장에 남아 있는 사육곰 매입 등이 마지막 숙제로 남았다. 시민단체가 매입 지원에 나섰지만, 정부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26일 생추어리가 설립될 전남 구례∙충남 서천군수와 농장주들로 이뤄진 사육곰협회, 시민단체 등과 곰 사육 종식에 관한 협약식을 체결했다. 생추어리는 야생으로 돌아갈 수도, 민간에서 키울 수도 없는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곳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곰 사육 종식을 선언하고, 현재 농장주들에 한해 2025년까지 유예기간을 줬다. 이에 따라 2026년부터는 곰 사육 및 웅담 채취가 전면금지된다. 협약서에는 곰 사육 종식 후 남은 곰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보호, 관리하기 위한 기관별 협력사항이 명시됐다.
한국일보

경기 용인의 한 사육곰 농장에서 불법 증식된 새끼곰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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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곰 사육 종식... 생추어리로 인계가 관건


우선 환경부는 곰 사육 종식을 법제화하기 위한 '곰사육 금지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고, 생추어리 설치와 운영을 지원한다. 생추어리는 구례와 서천 2곳에 지어질 예정으로, 2020년 12월 국회에서 관련 예산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구례와 서천은 지역 내 생추어리 설치 및 운영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사육농가도 생추어리 이송 전까지 곰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관리할 계획이다.

시민단체는 곰 매입 지원을 맡았는데, 사실상 이번 협약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사육곰을 생추어리로 인계하려면 농장주가 대가 없이 곰 사육을 포기하고 정부에 넘기거나 누군가 이 곰을 매입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014~16년에 진행한 사육곰 중성화 수술 때 마리당 420만 원씩 지원했기 때문에 추가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농가 또한 그간 곰을 사육하면서 들인 돈이 있다 보니 아무 대가 없이 포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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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이 강원도 한 사육곰 농가에서 구출한 반이. 녹색연합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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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만으로 역부족... "정부도 나서라"


결국 보다 못한 시민단체가 나선 것인데, 불법 증식까지 감안하면 400여 마리에 달하는 사육곰을 모두 매입하기는 쉽지 않다. 시민단체가 이날 곰사육 종식에 대한 환영 성명서를 내면서도 "종식 선언을 시작으로 정부가 그동안의 소극적인 대응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한다(우경선 녹색연합 공동대표)"며 아쉬움을 토로한 배경이다. 동물권 시민단체 카라의 고현선 활동가도 "사육곰 산업은 정부의 잘못된 판단에서 시작됐다"며 "그 결과 동물은 학대를 당했고, 농장주는 범죄자가 되게 생겼으니 정부가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사육곰 매입 지원 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정부 생추어리가 수용할 수 있는 개체수가 130여 마리에 불과해 2026년이 돼도 곰사육을 무조건 불법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은 곰의 80%가량은 10살 이하로, 사육곰의 평균 수명이 30년임을 감안하면 어린 나이인 데다 도축도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도축은 10살 이상만 가능하다.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는 "농장주들은 데리고 있어도 불법, 도축해도 불법인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다"며 "정부가 이 같은 상황을 자초해 놓고 2026년이 됐다고 해서 무작정 처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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