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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불러들인 관광객 만큼 쓰레기 동반 성장…‘청정제주’ 다시 찾으려면 [탄소중립 제주, 미리 가 본 미래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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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없이 먹고 살 순 없을까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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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의 남원읍의 한 농어촌 민박 객실 내 비치된 친환경 욕실용품과 나무 수저 세트. 이 민박은 투숙객들에게 여행 기간 가급적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을 것 등을 약속받는 서약도 받는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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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절제한 에너지 사용이 만든 쓰레기
묻고 태우는 과정에서 탄소 또 배출
에너지 남용 경각 있어야 ‘전환’ 가능

현재 전 세계인이 매일 사용하고 있는 형태의 플라스틱 칫솔은 1938년에 미국에서 발명됐다. 보통 사람들은 3~4개월에 한 번씩 칫솔을 교체한다. 해마다 전 지구에 칫솔 230억개가 버려지는데, 84년 전 만들어진 최초의 제품을 포함해 플라스틱 칫솔들은 아직까지 단 한 개도 썩지 않은 채 땅속이든, 바닷속이든 지구상에 남아 있고, 인류에겐 ‘플라스틱의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

탄소중립의 핵심은 흔히 에너지 전환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하는가’란 질문 역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빠질 수 없다. 인류의 막대한 에너지 사용량을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쓰레기이다. 쓰레기를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과정에서도 엄청난 탄소가 발생한다. 쓰레기가 많다는 것은 에너지를 무절제하게 사용한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쓰레기 문제에 경각심을 갖지 않고 에너지 전환만 한다면 탄소중립은 이룰 수 없다.

세계적으로 봐도 한발 앞서 ‘탄소 배출 없는 섬(CFI·카본프리아일랜드)’ 정책을 시작한 제주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에너지 전환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교훈도 일찍 얻었다. 제주는 탄소중립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전기차 인프라를 보급하면서 관광산업의 파이도 늘려갔다. 고립된 섬이란 특성상 제주에는 경제성장의 결과물을 환경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일찍 찾아왔다. 바로 쓰레기 대란이다.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속도로 경제활동을 하고 성장을 해야 탄소중립에도 가까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제주는 뒤늦게 배웠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전략’에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인 ‘순환경제’의 개념이 등장했다. 일회용품을 줄이고 자원의 재사용을 지원하는 법안들도 잇달아 실행된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쓰레기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활동의 모습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쓰레기는 과거 탄소를 배출한 흔적이면서 앞으로 배출될 탄소이기도 하다. 쓰레기를 적게 배출할수록 미래 세대가 감축해야 할 탄소의 양도 줄어든다.

쓰레기 쌓이는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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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인근 돌틈에 낀 쓰레기를 주민들이 줍고 있다.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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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로 일하던 한정희씨(44)는 건강 문제로 이주한 제주에서 예상치 못한 풍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낚싯줄, 스티로폼, 목재, 페트병, 캔, 비닐봉지…. 산에 있던 온갖 쓰레기들이 비가 오면 집 근처 하천으로 떠내려왔고 파도가 치면 바다 밑에 있던 쓰레기들이 해안가로 밀려 올라왔다. “제주라고 하면 깨끗한 환경, 청정자연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쓰레기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죠. 비현실적 장면이었다고 할까요.”

그가 환경부 통계를 바탕으로 계산해보니 한 해 제주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일회용컵만 6300만개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때문에 제주의 1인당 일평균 쓰레기 배출량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2019년 기준 1.8㎏으로 전국 평균(1.1㎏)보다 63% 더 많다. 도내 인구가 증가한 데다 관광객까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실제 제주 경제는 지난 10년간 관광객과 쓰레기가 증가한 만큼 성장했다. 제주 산업의 70%는 관광을 중심으로 한 3차 산업이다. 2011년 874만명이던 관광객이 2019년 1528만명으로 증가하면서, 제주 지역 내 총생산은 같은 기간 12조2070억원에서 20조3090억원으로 66.4% 늘었다. 같은 기간 폐기물은 하루 평균 764t에서 1233t으로 61.4% 증가했다. 공공·상업시설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11만5294t에서 22만1860t으로 92.4% 증가했는데, 관광객들의 온수, 전기 사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로 데운 물도 하수처리 과정에서는 탄소를 배출한다. 제주에서 생활쓰레기와 오·폐수를 포함한 폐기물 소각·처리로 배출된 탄소는 11만8315t에서 19만9549t으로 68.7% 늘었다. 성장의 발자국마다 탄소와 쓰레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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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넘쳐나는 쓰레기는 난개발의 결과이기도 하다. 풍광이 좋은 곳이면 해안부터 중산간 지역(해발 200~600m)까지 호텔, 리조트와 같은 대규모 관광시설이 들어섰다. 중산간 지역에 대한 개발은 제주의 생명수나 다름없는 지하수 오염 문제와 직결되고, 곶자왈과 같은 온실가스의 중요 흡수원을 파괴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돼왔다. 호텔에서 사용하는 일회용품, 관광객들이 유명 맛집에서 일회용기에 담아 포장해오는 음식, 음식물쓰레기 등이 모두 쓰레기와 오·폐수 등으로 연결된다.

제주의 쓰레기 처리 역량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등에 따르면 도내 전체 하수처리장 8곳의 처리용량은 하루 25만1500t, 유입처리량은 23만9903t으로 처리율이 95.4%에 달한다. 여름철 집중호우가 오면 오·폐수가 흘러넘쳐 바다로 쏟아져 나갈 가능성도 크다. 제주도는 제주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지난해 두 차례 입찰공고를 냈지만 응찰한 업체는 아직 없다.

쓰레기 매립 및 소각시설도 부족하다. 2019년 제주에서 1만t이 넘는 쓰레기를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했다가 반송돼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같은 해 대규모 매립장과 소각장을 갖춘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가 준공됐지만 제주도는 올해 다시 신규 소각장 후보지를 공개 모집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 내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해당 지자체 안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협력금을 내도록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됨에 따라 그동안 육지로 내보냈던 해양쓰레기와 하수 슬러지, 대형폐기물 등을 태워야 할 새 소각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청 앞은 매립장과 소각장 사용 연장, 하수처리장 증설 등을 둘러싼 주민들의 항의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제주는 이대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넘쳐나는 쓰레기는 제주의 자연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개발과 성장이 이뤄져 왔다는 증거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제주의 쓰레기 매립장 문제는 섬이라는 닫힌 공간에 갑자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유입돼 벌어지는 것”이라며 “ ‘제주가 ‘작은 지구’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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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종료를 앞둔 제주시 봉개동 쓰레기 소각장. 제주도는 육지로 반출해 왔던 해양쓰레기와 하수슬러지 등을 섬 내에서 처리하기 위해 추가로 소각장 부지를 공모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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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어떻게 줄일까

한정희씨는 지난해 사회적기업 ‘푸른컵’을 차려 텀블러 대여서비스를 시작했다. ‘쓰레기 없는 제주 여행’을 돕기 위해서다. “제주로 여행 오는 이들에게 텀블러를 들고 오라고 일일이 주문할 수 없어요. 그렇다면 애초 일회용컵을 쓰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첫 시도는 제주공항에서였다. 지난해 6월 공항에서 텀블러를 대여하고 반납하는 시범사업을, 같은 해 7~8월 한 업체와 협력해 렌터카에서 텀블러를 대여 반납하는 시범사업을 했다. 각각 500여명, 300여명이 이용했다. 참여자의 98% 이상이 재사용이나 추천 의사를 밝힐 정도로 반응은 좋았다. ‘일회용컵 사용에 대한 미안함에서 벗어났다’ ‘제주도 환경보호에 동참한 것 같다’ 등의 응원 메시지도 많았다.

푸른컵 텀블러는 대여소 역할을 하는 제휴 카페 30여곳 등에서 빌린 뒤 사용하다 반납할 수 있다. 텀블러를 대여할 때 카페별로 빨대와 일회용품 사용 여부, 채식 옵션 여부, 반려동물 동반 가능 여부 등의 정보를 담은 카페 지도도 제공한다. 그는 “환경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주를 더럽히면서 여행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관광객들이나 카페 사장님들이나 환경에 도움이 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고 대안이 없어 일회용품을 쓰는 분들이 많았어요.” 푸른컵 제휴 카페 주인 엄은정씨(38)는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한계는 있지만 최대한 플라스틱 일회용품은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빨대 사용을 자제하고 플라스틱컵도 모두 종이컵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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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 푸른컵 대표가 제주시 노형동의 한 카페에서 푸른컵의 텀블러 대여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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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의 남원읍에서 농어촌 민박을 하는 최유진씨(44)는 지난달부터 제주관광공사가 시작한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투숙객들에게 친환경 욕실용품을 제공하고 여행 기간 최대한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을 것, 쓰레기 줍기 활동을 1회 이상 할 것 등을 서약받는다. 예약 확인 문자를 보낼 때 다회용 식기가 있으니 일회용품을 가져오지 말라고 안내한다. 투숙객 30% 이상이 응원 메시지를 남긴다고 한다.

제주에서는 이처럼 민간 영역에서부터 관광산업의 구조를 친환경적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씨는 행정당국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친환경 관광·소비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당국이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 상인들은 여전히 일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팔고 있는데 방법이 없어 그러는 것 같아요. 도가 나서서 시장 상인들에게 다회용 포장용기를 쓰도록 하고 이를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안 되나요?”

최씨와 한씨는 제주의 관광산업 형태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본 경험을 통해 대다수 시민들이 환경문제에 공감하고 있으며, 대안만 있다면 익숙한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개인의 실천에만 맡기지 말고 제도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고은숙 제주관광공사 사장은 “지금까지는 탄소중립이나 친환경을 위한 관광에 힘을 싣지 못했다. 앞으로 관광산업군 자체가 친환경적으로 구조를 바꾼다면 가시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며 “폐기물 배출을 줄이고 환경보호에 적극적인 기업, 숙박업소, 식당, 관광상품에 인증하고 인센티브를 줘 여행객들이 친환경 소비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열 소장은 제주가 ‘카본프리아일랜드’에서 나아가 ‘플라스틱프리아일랜드(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섬)’ ‘재사용아일랜드’를 선언할 것을 제안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일상의 가장 큰 원리로 삼으면 관광산업의 형태는 자연스럽게 바뀐다. 그는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단번에 전체를 바꾸는 실험을 할 수 있다”며 “제주에서 먼저 모델을 만들어가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활용하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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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오라동 감귤 농가에서 이성찬씨가 교체된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전동운반차를 밀고 있다./제주테크노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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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30일 제주시 오라동에 있는 한 농가의 감귤 비닐하우스. 감귤을 가득 담은 플라스틱 컨테이너를 여러 개 실은 농업용 운반 차량이 농부의 손길에 따라 조용히 움직였다. 전기차에서 사용한지 오래돼 교체된 배터리를 단 농업용 운반 차량이 첫선을 보였다. 성능이 떨어져 차량 운행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손수레보다 조금 큰 농업용 운반 차량에는 충분히 사용이 가능한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것이다. 이날 전동운반차 실증사업에 참여한 농가 대표 이성찬씨는 “조작이 편리했고 소음과 매연이 없어 좋았다”는 반응을 내놨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전기차를 보급한 제주는 사용 후 버려지는 배터리에 대해서도 고민을 안 할 수 없게 됐다. 제주도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의 회수와 보관, 활용까지 전 주기적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번 농업용 운반차량도 제주도, 제주테크노파크가 배터리 재사용을 위해 민간업체와 손잡고 진행한 실증사업이다. 폐배터리는 리튬, 니켈 등이 포함된 유독물질로 분류돼 매립할 수 없다. 제주도는 지난해 말 기준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에 폐배터리 200여대를 보관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영업용 전기차에서 사용했던 배터리가 다량 나오는 등 폐배터리 배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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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바이오의 송명화 대표가 가축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로 전기를 생산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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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업과 에너지 생산을 결합한 ‘가축분뇨 바이오매스’ 발전에서도 순환경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당오름길에 있는 ‘한라산바이오’는 돼지 분뇨에 미생물을 섞어 액체비료(액비)를 만들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로 전기를 생산한다. 액비는 농가에 제공돼 다시 밭에 뿌려져 유기농업에 사용된다. 돼지똥으로 연간 500가구가 사용하는 전기를 만들 수 있지만 버려지는 자원은 없다. 분뇨악취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분뇨 바이오매스 발전은 풍력이나 태양광과 달리 언제든 발전이 가능해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한라산바이오는 지속적인 발전수익을 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시로 변동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과 전력거래소가 전력을 사들이는 가격인 전력도매가격(SMP)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 되면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예컨대 SMP의 경우 유가에도 연동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다. 그렇다보니 바이오매스 사업자에게는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 한라산바이오의 경우 SMP가 떨어졌을 때에는 분뇨 재처리로 가까스로 시설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송명화 한라산바이오 대표는 “정부도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대한 의욕은 있는데 제도 정비가 아직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시장과 가격체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육지에도 올 쓰레기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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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자원순환센터에 각지에서 수거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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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처리는 육지에도 곧 닥칠 문제이다. 당장 3년 뒤 수도권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천시는 2025년부터는 인천 서구 쓰레기매립지에 서울과 경기에서 오는 쓰레기를 받지 않기로 했다. 서울과 경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처리할 매립지 부지는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 게다가 2026년부터 수도권에서는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봉투째 매립하는 것이 금지된다. 인천, 서울, 경기 세 지자체는 좁은 수도권 매립지의 할당량을 두고 다투고 있다. 다른 지자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이후 플라스틱 폐기물도 크게 증가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가 환경부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은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을 조사한 것에 따르면, 다회용컵 사용 비율은 2019년 92.8%에서 2020년 45.2%, 2021년 61.8%로 나타났다. 환경부 통계를 보면 2020년 플라스틱 생활폐기물의 하루 평균 발생량은 923t으로 전년인 2019년 776t에서 19%가량 증가했다. 제주가 겪고 있는 쓰레기 문제가 좀 더 공간이 넓은 육지에 조금 늦지만 닥칠 가능성이 확실시된다.

육지의 경우 생활쓰레기뿐 아니라 막대한 산업폐기물도 문제가 된다. 환경부와 환경공단에 따르면 산업폐기물은 2019년 기준 하루 20만t이 발생해 전년도의 16만t보다 20.8% 늘어났다. 산업폐기물 처리비용도 2016년 t당 6만5000원에서 지난해 20만원으로 3배 넘게 급등했다. 폐기물업계에 따르면 2023년 말까지 국내 23개 처리업체의 매립 가능 잔여량은 417만t으로 예상배출량을 그럭저럭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2024년에는 매립 가능량이 37만t밖에 남지 않는데, 예상배출량은 380만t에 이르러 산업폐기물 처리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생활쓰레기와 달리 산업쓰레기는 민간업체가 처리를 맡아왔는데 주로 해외수출 등을 통해 해결해왔다. 산업폐기물은 독성물질, 환경오염물질 등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아 매립지를 건설할 때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내기가 더욱 힘들다. 2016년부터 중국이 해외 쓰레기를 받지 않기로 하면서 산업쓰레기를 지방도시에 몰래 묻다 적발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익산의 외딴 시골마을 창고를 임차해 전국에서 수집한 폐기물 수백t을 불법적으로 버린 일당이 적발돼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쓰레기가 적발되기 전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암이 집단발병해 16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관련기사)산업폐기물 문제는 뾰족한 수가 없는 대표적 환경문제로 꼽힌다.

탄소중립을 위한 쓰레기 줄이기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제도적 변화들은 점차 본격화되고 있다. 환경부는 오는 4월1일부터 카페 매장 내 이용객들의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오는 11월부터는 빨대 사용도 금지된다.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의 일회용품 규제가 빠른 편이 아니다. 프랑스는 올 1월부터 슈퍼마켓의 포장용 비닐 등도 일절 금지했다. 중국도 지난해부터 4대 직할시, 27개 성·자치구의 성도 등 우선 시행 도시에서 마트, 슈퍼마켓 등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쇼핑백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한국에서 대응이 늦어진 이유는 기업들의 눈치를 본 영향이 크다. 김현철 군산대 교수는 “일회용품은 영세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대량 주문을 하는 곳은 주로 대기업”이라며 “일회용품 규제가 늦어지는 동안 대기업이 비용적 이익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서라도 물건을 덜 쓰고, 어쩔 수 없이 생겨난 쓰레기는 최대한 재사용해서 최소한만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이 대폭 늘었지만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지난해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9명꼴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심각(96%)하며, 코로나19 이후 더 심각해졌다(95%)고 답했다. 홍수열 소장은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결국 기체 형태의 쓰레기”라며 “쓰레기에 대응하는 것은 특정 지역이 아닌 지구 전체의 문제로 보고, 순환경제 체계로 가기 위해 제도를 정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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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탄소중립 제주, 미리 가 본 미래①]카본프리아일랜드의 카본발전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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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박미라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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