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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美 62조·中 190조 쏟아붓는데… K반도체, 민간기업에만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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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이 위치한 경기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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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 패권 및 공급망을 가져가기 위한 각국 정부의 파격적인 투자와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반도체 사업은 역대 수출 실적을 연속으로 깰 정도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음에도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반기 시행을 앞둔 반도체 산업 지원 목적의 특별법도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는 업계 평가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와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6월 백악관 주도로 낸 공급망 점검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국의 기술 우위 유지를 위한 연구개발(R&D)분야와 생산설비 구축지원, 인재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확대 등을 검토했다. 미국 의회 역시 520억달러(약 62조2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제조 인센티브 법안(CHIPS for America Act)를 마련해 2026년까지 반도체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에만 25조원을 반도체 R&D와 인력 투자지원에 쓸 예정이다.

중국 역시 2015년부터 10년간 1조위안(약 190조원) 규모의 대규모 국가 펀드 지원으로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려 한다. 특히 중국이 발표한 ‘14.5 규획(1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는 미국의 공급망 조사 대상인 반도체를 7대 핵심육성 기술로 선정해 단순 공급 차원이 아닌 기술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030년까지 1450억유로(약 196조원)를 반도체 분야에 집중 투자해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 EU 국가 점유율을 현 10%대에서 20%로 끌어 올리기로 했다.

다만 한국은 반도체 산업 투자, 지원과 관련해 특별한 수치조차 제시하고 있지 않다. 현재 알려져 있는 한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은 지능형 반도체 R&D 사업에 1조원, 신개념 반도체 PIM(프로세싱 인 메모리) 사업 착수에 4000억원, 반도체 설비투자 특별 자금 1조원 등이 전부로, 주요 국가에 비해 지원이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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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SK하이닉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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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반도체·디스플레이·인공지능(AI) 등 국가 첨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이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해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해당 법안은 정부가 국가·경제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연관효과가 큰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총리실 산하에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설치해 기본계획(5년)과 실천계획(1년)을 수립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전략기술 보유 기업이 해당 기술을 수출하거나 인수합병(M&A)하려는 경우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고, 전략산업 특화단지 운영으로 기반시설 조성과 운영에 대한 지원도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이 법은 세제 지원 부분에서 경쟁 국가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시설에 투자하면 투자금의 25%를 돌려주는 반도체투자촉진법(FABS)을 추진 중이고, EU는 반도체투자 금액의 최대 40%를 정부가 지원한다. 중국 또한 10년간의 법인세를 면제한다.

한국 특별법은 시설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6%에 불과하다. 투자에 따른 추가 공제 4%를 포함해도 최대 10%, 적용 기한도 3년으로 짧아 제대로 된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40조원을 시설투자에 쓴다고 가정하면 미국에선 10조원, 유럽에선 16조원을 지원하나, 국내에선 4조원 지원이 전부라는 것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노동 유연성과 관련해서도 특별법은 충분한 요구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계는 첨단기술 R&D는 집중 근무 필요성이 높아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전문기술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 대학 관련 학과의 정원을 늘려달라고 한 부분도 법에 들어가지 못했다. 특히 대학 정원을 늘리는 일은 정치적 이유로 무산돼 아쉬움이 더욱 크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또 화학물질 등록기준 완화, 공장입지 규제 철폐 등 기업 현안도 대부분 제외됐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반도체산업에 대한 파격 지원을 외쳤지만 특별법 의미가 퇴색돼 버렸다”라며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지만 소재, 부품, 장비 등을 해외 공급에 의존하는 공급망 취약국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하려면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들어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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