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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상직 당선무효형 재판장 일갈 "선거에 미친 폐단,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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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550억 원대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무소속 이상직(전북 전주을) 국회의원이 지난 12일 선고 공판을 앞두고 전주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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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도 징역 1년 4개월·집행유예 2년



"피고인들은 거짓 응답을 권유·유도하는 방법으로 국민의 의사를 왜곡해 정당이 추천한 국회의원 후보자의 민주적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 김성주 부장판사가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무소속 이상직(59·전북 전주을) 국회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하면서 한 말이다.

재판부는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선출직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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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공공운수노조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이스타항공 부실 주범 이상직 일가 탈세 제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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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2600만원 상당 전통주 등 기부



이 의원은 크게 여섯 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이 가운데 1심 재판부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➀측근 A씨와 공모해 2019년 1월 설날과 같은 해 9월 추석 무렵 3차례에 걸쳐 선거구민 377명에게 2600만 원 상당의 전통주 등을 기부한 혐의 ➁전과기록 소명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 ➂2020년 2월 26일~3월 3일 더불어민주당 전주을 당내 경선 투표와 관련해 권리당원들에게 권리당원 투표 외에도 일반 시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권리당원임을 숨기고 일반 시민 자격으로 중복 투표를 하도록 한 혐의 등 세 가지 혐의를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은 정당이 국회의원 등 공직 후보자를 추천할 때 정당 내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소수 권력자가 아닌 국민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반영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후보자를 선별할 수 있도록 당내 경선의 방법으로 여론 조사를 허용했다"며 "정당의 당내 경선 절차도 공직선거 절차에서와 같이 공정하게 이루어져 국민의 의사를 왜곡 없이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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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 원대 이스타항공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무소속 이상직(전북 전주을) 국회의원이 지난해 11월 3일 재판에 출석하기 전 전주지방법원 1층 로비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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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거짓 응답 권유·유도, 폐단 심각"



그러면서 거짓 응답 권유·유도 행위가 가진 '본질적인 위험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정 정당의 지지율이 일방적으로 우세하다고 평가되는 지역에서 이뤄지는 당내 경선에서 민주적 정당성 내지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세 가지 부작용을 꼽았다.

①당내 경선에서 선출되는 것이 해당 선거에서의 당선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 비춰 선거 결과에 미치는 폐단이 심각한 점 ②전·현직 국회의원 등 정당 안에서 자신의 조직·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는 기존 정치인이 당내 선거를 정당 내부 조직의 세력 대결로 만들거나 조직적인 선거 부정 행위를 통해 국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자신의 기득권을 강화할 우려가 생기는 점 ③국민의 의사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는 정치적 신인의 발굴을 저해할 수 있게 되는 점 등이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의원은 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다가 이스타항공 횡령 의혹이 일어 당 윤리감찰단에 회부되자 자진 탈당했다. 당시 전북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10명 중 9명이 민주당 소속일 정도로 전북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통한다.

이 의원은 권리당원들에게 중복 투표를 하도록 한 혐의에 대해 "범행을 공모하거나 가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1·2심 재판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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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공대위, 전북민중행동,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관계자들이 지난해 4월 27일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배임횡령·정리해고 주범 이상직 구속처벌 및 악의적 운항중단·임금체불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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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 원대 이스타 배임·횡령 혐의 법정 구속



재판부는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행으로 평가함이 마땅하다"고 했다. ▶피고인들의 거짓 응답 권유·유도 행위가 경선 기간 내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무차별하게 이뤄진 점 ▶처벌을 피하기 위해 명시적·직접적 표현만을 삭제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던 점 ▶여러 사람이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실행했던 점 ▶범행이 득표율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댔다. 이어 "수사 단계부터 공판 과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피고인과 증인, 참고인이 이 사건 공소 사실에 관해 허위 진술을 일삼았는데, 이는 적어도 피고인 이상직을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미숙 전주시의회 부의장은 1심과 같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박형배 전주시의원은 "범행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벌금 200만원에서 90만원으로 감형됐다. 나머지 선거캠프 관계자들은 1심과 같이 벌금 100만원∼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내려졌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12일 이스타항공 주식을 계열사에 저가로 팔도록 해 회사에 430여억 원의 손해를 끼치고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배임·횡령)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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