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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기억할 오늘] "사관은 군왕을 두려워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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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국가기록
한국일보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의 한 장면. mbc


'국가기록'은 사료인 동시에 권력 감시의 한 방편이다. 군주가 법 위에 군림하던 봉건시대에도 국가기록은 원칙적으로 독립·독행했다. 조선시대 사관을 소재로 한 몇 해 전 TV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에서 주인공인 여성 사관은 임금에게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사관은 군왕을 두려워하지 않고, 훌륭한 군왕은 사관을 두려워한다 했습니다.(...) 사관이 늘 전하의 곁에 있으려 하는 연유는 사필(史筆)을 내세워 전하를 감시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전하의 좋은 말과 행동을 역사에 남겨 후현들이 보고 배우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유머와 로맨스를 곁들인 이 드라마의 콘텍스트에는 세월호 참사 당일의 대통령 보고·지시 등 공식 기록 부재에 대한 고발이 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가기록원은 조직 연원의 첫 줄을 1962년 내각사무처 총무과 촬영실 개설로 기록하고 있다. 정부 중요 기록물을 마이크로필름에 담는 게 주된 업무였다. 정부 문서 등이 제대로 보존 관리된 건 1969년 총무처 '정부기록보존소'가 설립된 이후였다. 현재 국가기록원은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나라기록관 등 3개 산하기관을 두고 있으며, 고위공무원단 가등급(1급) 일반직공무원 가운데 임명되던 원장 직은 2017년부터 개방직으로 전환됐다.

1934년 설립된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은 한국보다 훨씬 독립성이 보장된 조직이다. 청장은 차관급 종신직으로, 대통령이 지명해 상원 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대통령에게 해임권은 있지만 합당한 사유를 미리 의회에 알려야 한다.

국가기록물은 사료뿐 아니라 문화(사)적으로 가치 있는 것들도 포괄한다. 미국은 2000년 국가시청각자료보존법을 제정, 시청각자료 국가기록물 보존사업을 시작했다. 2002년 1월 27일 처음 등록된 50개 중에는 토머스 에디슨의 1888년 진공관 녹음과 1897년 육군고적대 미국국가 연주,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노변정담 라디오 방송, 빌리 홀리데이의 1939년 노래 'Strange Fruit' 등이 포함됐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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