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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미술품 시장 바꾸는 NFT “거장 작품 쪼개서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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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기대감에 케이옥션 올해 첫 ‘따상’

조선일보

NFT 거래 플랫폼 이브아이에서 쪼개서 판매한 김현주 작가의 ‘피치 파라다이스’. 작품 하나를 50개로 쪼개서 한 조각을 약 1만2000원에 판매했다. /모핑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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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경매 회사인 케이옥션이 올해 공모주 첫 ‘따상(공모가 2배+상한가)’ 기록을 세우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상장일인 지난 24일 공모가의 2배인 4만원으로 시초가가 결정된 뒤 가격 제한 폭(30%)까지 오른 5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시가총액 100조원으로 코스피 2위에 등극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27일)을 앞두고 연초 공모주 시장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올해 1호 ‘따상’ 기업의 자리를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 아닌 미술품 경매 관련 회사가 차지한 것이다.

케이옥션의 돌풍은 최근 미술품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케이옥션은 아직 NFT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온라인 기업설명회에서 “사업 진출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NFT 수혜주로 분류됐다.

디지털 미술 작품이나 게임 아이템 유통에 주로 활용됐던 NFT 기술은 최근 그림이나 조각 등 실제 미술품으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일종의 ‘디지털 인증서’를 붙이는 기술, 혹은 그 인증서를 붙인 자산을 뜻한다. 코로나를 계기로 비대면 기술이 발달하고 메타버스(가상세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NFT 시장은 지난달 400억달러(미술품·비미술품 포함)에 달해 글로벌 미술품 시장의 규모를 넘어섰다고 최근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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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농 하철경 화백의 작품 ‘심추’. 지난해 초 50만원짜리 NFT 100개로 나누어 팔았는데 한 주 만에 ‘완판’됐다. /모핑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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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 1개를 100개 NFT로 쪼개서 판매

수묵화 거장 임농 하철경 화백은 작년 12월 한국미술협회 관계자에게 연락을 받았다. 한 업체에서 작품을 NFT로 만들어 판매해보고 싶다는 의뢰가 들어왔다며 의향을 물었다. NFT에 대해 잘 몰랐지만, 많은 사람에게 작품을 알릴 기회라는 설명을 듣고 요청을 수락했다.

NFT 거래 플랫폼 ‘이브아이’는 하 화백의 수묵화 ‘심추’를 100개의 NFT로 쪼개 각각 50만원에 판매했는데 일주일 만에 5000만원어치가 ‘완판’됐다. 하 화백은 “그동안 미술품은 화랑이나 전문 경매 등을 통해서만 유통이 되어 다소 폐쇄적인 측면이 있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로운 관객과 만날 기회가 열린 것 같아 감정가의 절반 정도에 작품을 NFT로 출품했다”고 했다.

이브아이를 운영하는 모핑아이의 김기영 대표는 “NFT 기술을 활용하면 값비싼 미술 작품의 소유권을 나누어 갖거나 그림 자체를 수백 혹은 수천개로 나누어 한 조각씩 소유권을 분산하고 거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서 “더 많은 사람이 쉽게 미술품을 소유할 길이 열리고 작가에게도 글로벌한 시장에 작품을 선보일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NFT로 제작된 실물 작품은 없애버릴 수도 있지만, 통상은 별도의 전시장 등에 보관된다.

모핑아이는 지난해 김현주 작가의 작품 ‘피치 파라다이스’를 NFT 50개로 쪼개서 판매했다. 한 조각에 약 1만2000원을 받고, 추첨을 통해 그림의 한 ‘부분’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거대한 복숭아, 하늘, 무지개 등이 밝은 색조로 그려진 작품으로 분할된 조각 중 어디를 가져갈지는 무작위로 정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달 산수화 작가인 류재춘 화백의 작품 ‘월하 2021′을 NFT 200개로 만들어서 완판했다.

◇고가 미술품 조각 판매로 거래 활성화

NFT를 통한 미술품 거래의 장점은 미술 작품 소유의 대중화다. 대중이 그동안 엄두를 못 냈던 거장의 작품을 ‘조각’이나마 보유할 길이 열리게 된다. 이런 시장이 활성화하면 NFT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로 판매되는 미술품이 늘고 경매 회사인 케이옥션의 시장도 더 넓어질 것이라고 보고 돈이 몰렸다.

고가의 미술품을 조각 단위로 쪼갰기 때문에 거래도 한층 활발해졌다. 최근 KB국민카드는 모핑아이와 함께 하철경 화백의 ‘심추’ NFT 100개 중 20개를 마이데이터 가입자를 위한 경품으로 쓰기 위해 판매가보다 20% 높은 개당 60만원에 사들였다. KB카드에 판매한 심추 조각 구입자들은 개당 10만원씩 실제 수익을 거뒀다.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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