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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승자독식 단일화 탈피, ‘독일식 공동정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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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정권 16년 내내 연정

연금개혁 등 초당적 국정 운영

권력분담 공동정권 모델로

포퓰리즘 깨고 개혁 추진

조선일보

21대 대선에서 국민 과반수가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안철수 후보간 단일화 변수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997년 15대 대선 당시 1위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지율 3%대 김종필과 권력을 나누는 ‘DJP 연합’을 성사시켜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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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독일에선 사민당⋅자민당⋅녹색당 3당 연립정부가 출범했다. 메르켈의 16년 집권 후 정권 교체의 산물이다. 3당은 177쪽의 국정 운영 합의서를 만들었다. 기후변화 대응책, 코로나 대책, 디지털 경제 전환 등 굵직한 국가 어젠다가 포함돼 있고, 2030년까지 석탄 발전 중지, 전기차 1500만대 보급 등 구체적 정책이 적시돼 있다. 매년 1000억유로(약 135조원)씩 세금으로 때워주는 연금 적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도 들어있다.

연금 가입자들의 추가 적립을 유도하기 위해 주식 투자용 연금 펀드를 별도로 만들고, 정부가 매년 100억유로씩 투자금을 보탠다는 내용이다. 연금 적립금을 인상하고,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는 정도의 근본 개혁과는 거리가 있지만, 연금 적자 축소를 위한 새 정책 실험이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독일은 이렇듯 연립정부를 출범시킬 때 정책 합의서를 만들어 국정 과제를 수행한다. 메르켈 총리는 집권 16년 내내 연정을 통해 국정을 운영했다. 4번의 연정에서 합의된 정책 296개 중 74%가 실제로 이행됐다. 이 중엔 연금 수령 시기를 65세에서 67세로 늦춘 연금 개혁도 포함돼 있다. 영국에서도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10년 보수당과 자유민주당 연정이 구성돼 재정 적자 감축, 연금 개혁을 단행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라 독일⋅영국처럼 연정이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과 김종필 후보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정부 공동 운영 합의서를 작성했다. 지지율 34%로 1위를 달렸던 김대중 후보는 확실한 승리를 담보하기 위해 지지율 3% 김종필과 손잡고 권력 분담을 약속했다. 그렇게 성사된 DJP연합은 김대중 대통령-김종필 총리, 자민련 출신 경제 관료로 구성되는 통합 내각 체제로 운영됐다.

대선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과반수가 ‘정권 교체’를 원하고 있다. 야권 1위 윤석열 후보와 2위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을 합하면 매번 50% 이상 나온다. 반면 다자 구도로 대선을 치르면 정권 교체를 장담하기 어렵다. 민심은 “단일화가 필수”라고 하는데, 안 후보는 완주를 외치고 있다.

단일화를 이루면서 모두 승자가 되는 해법은 없을까. 공동 정부 모델이 해법이 될 수 있다. 공동 정부의 대전제로 정책 연대와 권력 분점을 확약하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대국민 약속 형태로 발표하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의 정책 공약 중엔 과학기술부총리 신설, AI·반도체 대학 신설, 연구원 군 복무 대체 프로그램 확대, 대입 수시 폐지, 준모병제 도입, 연금 개혁, 공수처 폐지 등 새 정부가 채택해 볼 만한 정책 대안이 적지 않다.

공동 정부 모델로 가면 경제전문가 김동연 후보도 포용할 수 있다. 김 전 경제부총리는 서로 비슷한 경제 공약은 누가 집권해도 추진할 수 있게 ‘공통 공약 추진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원격의료, 공유차처럼 이해충돌 탓에 발목 잡힌 정책은 “법은 만들되 발효 시점을 5~10년 이후로 명시하는 ‘미래 입법’ 형태로 돌파하자”는 김 후보의 아이디어도 공동 정부 합의문에 담을 만한 내용이다.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는 배척하면서도 “프랑스 마크롱식 ‘국민 통합 내각’ 구성이 필요하다”는 말은 하고 있다.

공동 정부 합의서와 권력 분담형 통합 내각 구성안만 마련되면 ‘윤석열+안철수+김동연 공동 정부’ 모델이 가능하지 않을까. 요즘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선심 공약 공세에 ‘받고 더블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공동 정부 모델은 매표를 위해 쏟아낸 포퓰리즘 공약에서 벗어나는 탈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홍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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