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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간신열전] [119] 구차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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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사상을 일상생활에 적용할 때 딱 한 글자만 염두에 두라고 한다면 필자는 ‘구차함이 없게[不苟]’ 말하고 일하라고 권한다. 구차함이란 “반드시 해야 하는데 어떻게든 하지 않고 결코 해서는 안 되는데 어떻게든 하려 하는 것”을 말한다.

제자 자로가 “스승님께서 정치를 하신다면 무엇부터 하시렵니까?”라고 물었을 때 공자는 “이름을 바로 잡겠다[正名]”고 했다가 자로의 비웃음을 샀다. 그러자 공자는 곧바로 “한심한 놈!”이라고 욕을 퍼부은 뒤에 정명(正名)에 담긴 뜻을 풀어내 답해주었다.

“이름이 바르면 반드시 제대로 말을 할 수 있고 말을 제대로 해야 일을 반드시 성공시킬 수 있다. 그래서 군자는 말을 함에 있어 구차함이 없게 할 뿐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크게 밀린다는 결과가 나온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읍소(泣訴)’에 이어 ‘네거티브 중단’ 선언까지 나왔다. 이런 작전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두 가지 가정을 해 본다. 첫째 당내 경선 막판에 이낙연 후보가 치고 올라와 결선투표 논란이 생겨났을 때 이재명 후보가 통 큰 결단을 내렸더라면 지금처럼 강고한 박스권이 형성되었을까? 모르긴 해도 거기에 감동한 중간층의 상당한 지지를 얻어냈을 것이다.

둘째 김건희씨에 대한 접대부 진위 논란 때는 고사하고 최근 당대표까지 나선 무차별 네거티브 공세 때 이재명 후보가 나서 그러지 말라고 강하게 말렸다면 이 역시 중간층으로부터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이게 바로 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아 구차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26일 이 후보는 갑자기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다. 김건희 비밀 녹음 폭로가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그게 계기가 되어 자신의 욕설 녹취가 무섭게 퍼져가는 시점에서 나온 선언이다. 그나마 여기서 그쳤으면 나으련만 한마디를 더 붙였다. “야당도 동참해주십시오.” 이 말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 바람에 이 또한 구차스럽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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