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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억 횡령 공무원, 하루 5억까지 빼돌렸다... “77억 주식으로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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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금 11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40대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이 하루 최대 5억원씩 수십 차례에 걸쳐 구청 계좌에서 자기 계좌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구청은 약 1년간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이 공무원은 심지어 “횡령한 돈 중 77억원을 모두 주식 투자로 날렸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초 오스템임플란트에서 터진 2215억원 횡령 사건을 저지른 이모(45)씨 역시 주식 투자를 하다 손실을 봐 횡령액 중 761억원을 영영 회수할 수 없게 됐다. 수사기관 안팎에서는 “최근 몇 년 새 주식·가상화폐 등 투자 붐이 일면서 한탕을 노리고 공금에 손을 대는 범죄가 부쩍 늘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주식·가상화폐 등이 잇따라 폭락하는 최근 같은 상황에서는 횡령 혐의를 뒤늦게 밝혀내도 돈을 되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선일보

공금 115억 원을 횡령한 강동구청 공무원 김 모 씨가 26일 오전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1.26/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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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경찰서는 강동구청 7급 주무관인 김모씨를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그는 2019년 12월 18일쯤부터 지난해 2월 5일까지 강동구청 자원순환과와 투자유치과에서 근무하며 강동구가 짓고 있는 2000억원 규모 고덕동 폐기물 처리 시설(자원순환센터) 조성비 일부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115억원 중 38억원은 2020년 구청 계좌로 돌려놨지만 77억원은 주식 투자를 하다 손실을 봐서 가지고 있지 않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구청에 따르면 폐기물 처리 시설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건설비를 대는데, 김씨는 이 시설을 짓는 데 쓰는 자금을 보관하는 전용 계좌 대신 구청 명의의 부서 업무용 계좌 번호를 SH에 알려줬다. 경찰은 이 계좌의 경우 김씨가 소속된 부서가 관리해 상대적으로 감시가 소홀하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SH도 구청 명의 계좌라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또 횡령 직전인 2019년 말 부서 업무용 계좌의 하루 이체 한도를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늘려달라고 은행에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이후 그는 이 계좌에서 수십 차례에 걸쳐 자기 명의 계좌로 돈을 옮겨 사적으로 썼는데, 실제 하루 이체 한도인 최대 5억원을 옮긴 경우도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횡령한 돈의 흐름을 추적하며 김씨 진술이 사실인지를 수사 중이다.

강동구청과 SH는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2000억원대 공사를 하면서도 7급 주무관이 제 맘대로 100억원 이상을 빼돌린 것을 1년 넘게 눈치채지 못했다. 강동구청은 지난 22일에야 처음으로 이를 알아채 다음 날 경찰에 고발장을 내고 김씨를 직위해제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최근 공공기관이나 기업 내 횡령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이후 주식·가상화폐 열풍이 불면서 투자 붐이 일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광주광역시의 한 은행에서 근무하던 30대 여성은 2018년 12월부터 2년 동안 고객 예금 3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작년 4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여성은 횡령한 돈 대부분을 개인 주식 투자금으로 사용했다. 지난해 전북 전주농협에서도 농약 구매 담당이었던 30대 직원이 농약 대금을 자기 계좌로 빼돌려 5개월 동안 8억1000여 만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도 지난 1월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돈을 잃은 후, 이를 만회하기 위해 농약 구매 대금을 빼돌렸고 불법 도박에도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공금에 임의로 손을 대면 나중에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는다고 해도 횡령죄로 처벌받게 된다고 강조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식이나 가상화폐를 통해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진 탓에 횡령한 걸 들키더라도 ‘대박’을 내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다는 생각이 퍼진 것 같다”면서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처벌이나 감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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