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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지지 선언!”... 부르키나파소 민중은 왜 러시아를 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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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민들 춤추고 나팔 불고...쿠데타 환영
한국일보

25일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에서 시민들이 쿠데타 지지 시위를 벌이며 춤추고 노래하고 있다. 부르키나파소 군부는 전날 국영 TV 생방송으로 로슈 카보레 대통령을 축출하고 권력을 접수했다며 현 정부와 국회를 해산하고 1년의 과도기간을 거쳐 헌정 질서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와가두구=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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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 중심가에 25일(현지시간) 흥겨운 음악 소리가 울려퍼졌다. 힘차게 나팔을 불거나 춤을 추는 사람도 많았다. 전날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군부를 환영하고 지지하는 시민들이었다. 로이터통신은 친(親)군부 집회 참가자가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유엔과 미국,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등 국제사회는 “21세기에 군사 쿠데타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했지만, 부르키나파소 현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 참가자는 “ECOWAS는 우리를 신경 쓰지 않고, 국제사회는 비난만 퍼붓는다”고 꼬집었다.

군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준동에 따른 치안 악화, 로슈 카보레 대통령의 무능을 쿠데타 명분으로 내세웠다. 실제로 2014년 독재자 블레즈 콩파오레가 축출된 이후 2015년 민주정부가 들어섰지만,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무장단체의 무차별 테러로 지난 5년간 2,000명이 사망하고 140만 명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로이터는 “극심한 빈곤과 고질적 부패, 정부의 테러 대응 실패에 대한 불만이 ‘쿠데타 지지’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특이한 건 집회 도중 난데없이 러시아 국기가 곳곳에서 나부꼈다는 사실이다. 일부 참가자들은 “러시아가 이슬람 무장단체와의 싸움에 나서 달라”고 호소하며 “러시아 만세”를 부르짖었다. 또 다른 일부는 프랑스 국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부르키나파소는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했지만, 프랑스군은 아직 주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러 진압에 실패한 프랑스에 대한 반감이 러시아에 대한 호감으로 표출된 것이라 보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아프리카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다. 특히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러시아가 대통령을 경호하고, 다이아몬드 광산을 개발하고, 용병을 투입해 이슬람 무장단체를 몰아내는 모습에 인근 국가들이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해 서아프리카 말리도 이슬람 무장단체 소탕 임무를 러시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에 맡겼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국에서 러시아에 대한 적대감이 커지는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아프리카 국가에서 확산하는 친러시아 정서는 이슬람 폭력 사태가 어떻게 서방식 민주 정치 질서를 파괴하고 동맹 관계를 무너뜨리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라고 진단했다. 싱크탱크 유럽외교관계협회 앤드루 레보비치 정책연구원은 “유럽, 그중에서도 특히 프랑스가 사하라 사막 이남 사헬 지역에서 이슬람 극단주의를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러시아가 아프리카 국가들과 안보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는 주로 서방국의 영향은 덜 받고 군사 원조는 절실한 ‘자원 부국’과 교류하고 있다. 군사 자문, 무기, 용병 등을 지원하고 금과 다이아몬드, 지하자원 채굴권을 대가로 받는 방식이다. 아직까지는 주요 관심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집중돼 있지만, 모잠비크, 리비아, 수단에도 다양한 경로로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반(反)프랑스 정서를 이용해 사헬 지역으로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번에 부르키나파소에서 쿠데타 지지 집회를 통해 친러시아 정서가 확인된 만큼 러시아의 사헬 국가 진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NYT는 “러시아의 개입을 찬성하는 여론이 최근 몇 주간 소셜미디어를 도배했다”는 주민들의 발언을 전하며 “다만 군부가 러시아의 도움을 원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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