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30 (월)

스브스레터 이브닝(1/26) : '토론 배틀 불발'의 교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TV토론 배틀이 없던 일이 됐네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이 지상파 방송3사를 상대로 '두 후보의 맞토론을 방송금지해 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 그러니까 받아들였기 때문이죠. 2007년 17대 대선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요, 토론이 무산된 상황뿐 아니라 무산시킨 법원 결정문의 논리 구조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해요. 선거에서 토론의 의미, 방송사의 역할 등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네요.

"두 후보만의 TV토론 안 된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3사가 추진해온 맞토론이 위법한 건 아니죠. 법정 토론이 아닌 언론사 주관의 초청 토론이었고, 이런 토론에는 초청 대상이나 주제에 대해 공직선거법에서 명시적으로 정한 규정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횟수, 형식, 내용 구성, 대상자 선정 등에서 방송사 재량이 있는 거죠. 하지만 법원은 단순히 문자 그대로만 해석하지 않았죠.

재판부는 방송토론회가 선거운동에 미치는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언론사 주관 토론회에도 언론사 재량에 한계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제시했죠. 방송토론회가 유권자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TV 방송을 통해 이뤄져 ▲ 후보자가 본인의 자질과 정치적 능력을 드러내 다른 후보자와 차별화를 도모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도 중요한 선거운동인 점과 ▲ 유권자가 토론 과정을 보며 정책, 정치이념, 중요한 선거 쟁점 등을 파악한 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 점 등을 들면서 이번 방송사들의 맞토론 추진이 언론사 재량권을 일탈했다고 본 거예요. 결정문 일부를 소개할게요.
이러한 방송토론 회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언론기관 주관 토론회의 경우에도 대상자 선정에 관한 언론기관의 재량에는 일정한 한계가 설정되어야 하고, 그 한계는 공직선거법의 규정 취지 외에도 후보자의 당선가능성 및 후보자가 전국적으로 국민의 관심 대상인지 여부, 유력한 주요 정당의 추천을 받았는지 여부, 토론회를 주관하는 언론 기관의 성격, 토론회의 개최시점 및 토론회의 영향력 내지 파급효과,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이 사건 토론회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요청으로 인하여 마련된 방송이라거나 안철수가 다른 언론매체 내지 법정토론회를 통하여 자신의 정책 등을 제시하며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는 사정 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론회는 그 정당성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그 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TV토론의 상당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다른 군소 후보에게도 균등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이고요, "안 후보를 제외한다고 해서 합리적이지 않다고 할 이유가 없다"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사필귀정"…다자토론 추진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처분 신청을 냈던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 측은 법원 결정을 반겼는데요, 안 후보는 "한마디로 사필귀정"이라고 했네요. 안 후보는 "기득권 정치, 담합 정치, 구태 정치를 국민들이 심판한 것을 법원이 발표한 것 아니겠나"라며 당연한 결론이라는 입장이에요. 이태규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도 입장문을 내고 "사회적 공기인 방송을 기득권 양당이 야합해 독점함으로써 선거에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 했던 정치적 담합에 대한 국민적 평가와 심판이 법원을 통해 내려졌다" "기득권 양당의 담합, 불공정, 비상식에 국민적 일침이 가해졌다"고 결정을 평가했네요. 두 당이 사과하고 즉각 4자 TV토론할 것도 제안했고요.

정의당도 법원 결정을 환영했는데요, 배진교 원내대표는 "반헌법적이고 불공정한 양당의 행위로 민주주의가 침해당할 위기에 처했지만 끝내 다자토론을 원하던 국민들의 염원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양당이 준비 중이던 양자 토론이 중지됐으니 예정된 토론은 다자토론으로 즉각 전환해야 마땅하다"면서 역시 다자토론을 요구했죠. 지상파 방송 3사는 맞토론을 접고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4자 토론을 여는 방안을 새로 추진하고 있죠.

15년 전 '권영길 문국현 사례' 소환해 보니…



15년 전인 지난 2007년에도 TV토론이 무산된 적이 있죠. 17대 대선이었는데요, 당시 선거전에서 주요 후보는 6명이었죠.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무소속 이회창,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이인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지요. 선거를 앞두고 방송사들이 이명박·정동영·이회창 세 후보의 3자 TV토론을 준비했는데요, '지지율 10%'라는 기준으로 토론 초청자를 정한 거죠. 근데 결국은 무산됐어요. 권영길·문국현 후보가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거든요. 당시에는 3자 토론을 추진했다는 점과 '지지율 10%' 기준이 있었다는 점이 이번과 다르긴 하지만 유력 후보들만 참여하는 TV토론을 준비한 건 이번과 비슷하네요.

당시 법원의 결정문을 볼까요? 우선 TV토론의 중요성이나 영향력에 대한 부분부터 보시죠.
"방송 토론회가 중요한 선거운동이고, 유권자들에게도 토론회를 보면서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막대하다"
"이 사건 토론회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두 공영방송사가 공동 주관하는 데다 공식적으로 선거운동이 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토론회(법정 토론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열리는 첫 방송토론회여서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고 후보들이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방송사의 위상과 개최시점이 맞물려 그 방송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리라는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


방송사들이 '지지율 10%'라는 기준으로 초청 대상을 정한 게 언론사 재량권을 벗어난 행위라는 점을 선거의 의미와 연결시켜 판시한 부분도 있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핵심적인 이유인데요, 참여하지 못한 후보자는 초반부터 비주류 후보로 이미지가 굳어져 불이익을 받게될 우려가 있고 공영방송사는 선거운동에 기회 균등을 보장해야 할 임무가 있다는 게 주요한 이유였죠. 몇 대목만 인용할게요.
"유권자들의 상당한 관심이 쏠리고 선거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이 토론회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후보자로서는 자신의 정책과 신념을 홍보하고 유권자를 설득할 기회를 그만큼 잃게 된다"

"선거운동 초반부에 이미 비주류 내지 군소후보로서의 이미지가 굳어지게 돼 향후 전개될 선거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있다"

"당선가능성이 높지 않은 후보자라 하더라도 그가 제시하는 정책이나 어떤 문제에 관한 그의 견해가 토론에서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게 하는 촉매제가 되어 유용할 수 있다. 선거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수도 있으며 유권자들이 인식을 새로이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피신청인들은 공영방송사로서 선거운동에서의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공정한 선거가 이뤄지도록 노력할 막중한 임무가 있다. 공직선거법과 공직선거관리규칙에도 이런 취지가 명시되어 있다. 여러 후보가 경쟁하는데다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도 많이 남아 향후 후보에 대한 지지율에 있어 여러 변수가 존재하는 정치상황 등을 고려할 때 제한된 전파자원과 토론의 효율성을 감안해도 그 정당성을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


놀랍도록 이번 결정과 논리 구조가 비슷해요.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기회 균등 보장과 알권리 보장 같은 민주 사회의 원칙과 기준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죠.

15년 전이나 지금이나…놀랍도록 비슷한 법원 결정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도 하고 축제의 장이기도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에게 정보가 충분하고 정확하게 전달돼 선택에 도움을 줘야 하겠죠. 이번에 방송사들이 추진하던 양자 토론이 방송됐다면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가 고착되고 그런 양자 구도의 토론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선거구도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볼 수 있죠. 심상정 후보나 안철수 후보도 그동안 거대 양당의 담합이라면서 크게 반발해왔는데요. 안철수 후보는 "거대 양당의 불공정·독과점·비호감 토론"이라고 했고, 심상정 후보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배제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고 명백한 불법 토론"이라고 맹비난했거든요. 법원이 그런 주장에 대해 손을 들어준 거죠.

두 차례 법원 결정이 남긴 시사점이 있는데요, 선거운동에서 소수당 후보에게도 균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그것이 민주주의이고 국민의 알권리라는 점을 일깨운 준 결정으로 보이네요. 이 과정에서 방송을 포함한 언론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재판부의 말도 새겨 들어야 하겠죠.

오늘의 한 컷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528차 정기 수요시위 모습이에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3주기를 이틀 앞두고 열렸는데요, 지난 14일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구제조치 권고 뒤 열린 두 번째 수요시위이기도 하죠.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고 김복동님은 여성인권운동가로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과 여성인권·평화 운동에 앞장섰다"고 평가했네요.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minpyo@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