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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fn광장] K-ESG 어디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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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작년 말 영국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이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K-ESG 가이드라인'을, 환경부는 'K-분류체계'를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국토교통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하고 탄소감축 사업을 발굴할 예정이다. 정부는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했다. 최근 전경련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기업의 88.4%가 ESG 경영을 통해서 사회적 가치 창출을 고려하고 있다. 이제는 ESG 경영은 기업의 선택지가 아닌 필수과목이 된 것이다.

특히 'K-ESG 가이드라인'은 국내외 평가기관의 3000개 이상의 지표와 측정항목을 분석, 61개 ESG 항목을 마련해 기업이 ESG 경영을 준비하고 평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국내외 평가기관들은 평가기준과 평가모델을 대부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K-ESG 가이드라인'은 일부 평가지표와 성과점검 내용이 디지털 전환, 비대면 근무, 긱 이코노미 등 코로나 이후 사회변화 및 글로벌 흐름과 맞지 않는 면이 있다. 정규직 채용만으로 신규채용률이 증가하도록 한 것과 조직의 정규직 비율이 80%를 초과해야 최고단계로 평가받게 한 점은 과거 제조업 위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개별기업과 업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평가기준의 획일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 정부부처에서 ESG 우수기업에 대해 재정과 세제를 통해 우대하고 공공조달 시 가점을 부여함으로써 가이드라인이 아닌 규제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6개 ESG 평가기관의 평가 상관계수가 0.61인 반면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S&P 신용평가의 경우는 0.99라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주었다.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신용평가와 비재무제표를 분석하는 ESG 평가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평가대상 범위의 차이, 측정지표의 다양성, 가중치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ESG 평가에서 다양한 접근방식, 가치관의 차이를 보여준다. 반면 평가기관들이 평가와 컨설팅을 병행하는 이해상충 문제와 자체 평가모형의 불투명성은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평가결과는 ESG 경영이 우수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차별화할 수 없다.

국제지속가능성위원회(ISSB)는 블랙박스와 같은 평가방법론과 평가결과 간의 상관관계를 높이기 위해 ESG 공시기준을 개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2·4분기에 ESG 공시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 환경과 기후 분야에 집중하고 기준의 적용, 수정, 의무화 여부는 각국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지지를 받았다. 기업이 해외채권 발행을 하거나 외국 투자가의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해외 신용평가사의 평가가 필요하듯이 앞으로는 국제적인 기준에 따른 ESG 평가도 받아야 할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자국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이미 ISSB의 아시아 지역본부 유치를 제안했다. 우리도 'K-ESG'를 통해서 기업에 부담을 지우기보다는 우리 기업의 현실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국제 논의에 전문가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국제 공시기준과 엇박자가 나는 'K-ESG'는 안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희남 前 한국투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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