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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구미 3세 여아 친모 맞아" 2심도 징역 8년… '손녀' 행방은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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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약취유인 등 혐의…피고인·검찰 항소 기각

임신 어떻게 숨겼나…“보정 속옷·헐렁한 옷 착용” 증언

바꿔치기 시점도 특정…여아 행방·친부 정체 오리무중

세계일보

숨진 구미 3세 여아의 친모 석모(48)씨가 지난해 8월 17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김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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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경북 구미시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의 친어머니로 밝혀진 석모씨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징역 8년이 선고됐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석씨가 숨진 아이의 친모라는 점이 인정됐다. 그러나 석씨 딸인 김모씨가 낳은 여아의 행방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26일 대구지법 형사항소5부(부장판사 김성열)는 미성년자 약취유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석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선고된 징역 8년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석씨가 사망한 여아의 친모라고 판단했다. 세 차례에 걸친 DNA 감정 결과가 핵심 근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과학수사연구소와 대구과학수사연구소는 각각 석씨가 피해자와 99.9999% 이상의 확률로 친모 관계가 성립한다고 감정했다. 대검찰청 DNA 화학분석과 역시 석씨가 피해자의 친모일 확률이 99.9999998%라고 분석했다.

◆보정 속옷 구입하고 헐렁한 옷 입기도…“임신 몰랐을 것”

1, 2심이 나란히 석씨의 범행을 인정함에 따라 그동안 해당 사건에 제기된 의문점이 일부 해소됐다. 석씨가 출산할 때까지 석씨의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에게 임신 사실을 어떻게 숨겼느냐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석씨가 임신한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석씨)이 임신한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간접사실들이 많이 존재한다”며 “피고인과 남편의 관계, 평소 생활습관, 피고인이 보정 속옷과 헐렁한 옷을 입었던 사정들에 비춰 볼 때 남편이 피고인의 임신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사 과정에서 석씨가 임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보정 속옷을 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석씨의 딸 김씨도 “당시에는 피고인이 살이 쪄 있어 임신했다고 해도 덩치 때문에 몰랐을 것”, “피고인이 겨울에는 집에서 몸의 굴곡이 거의 보이지 않는 헐렁한 맨투맨 티를 입고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두 아이가 바뀐 시점 또한 특정됐다. 재판부는 김씨가 딸을 출산한 다음날인 2018년 3월 31일 오후 5시32분부터 4월 1일 오전 8시17분 사이에 김씨가 입원해 있던 산부인과에서 석씨의 범행이 일어났을 것으로 봤다. 김씨의 딸 몸무게가 3월 31일 3.460㎏에서 다음날 3.235㎏으로 하루 만에 0.225㎏이 줄었는데, 다른 사람의 몸무게를 측정한 것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범행 동기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도 있었다. 김씨가 출산한 아이보다 석씨 자신이 출산한 아이를 더 가까이에 두고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두 아이를 바꿔치기했을 수 있다는 게 1심의 판단이다. 또 남편과 10년 넘게 성관계가 없었던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임신하면서 석씨가 남편에게 불륜 사실을 들킬까 두려워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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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사라진 여아 생사조차 확인 불가“

다만 풀리지 않은 의문점도 있다. 석씨가 낳은 여아와 바뀐, 김씨가 출산한 여아의 행방은 아직도 묘연하다. 재판부도 “(석씨가) 피해자를 산부인과 밖 불상의 장소로 데리고 갔다”며 “현재는 피해자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제 막 태어난 여아를 바꿔치기 전 어디에서 어떻게 보살폈는지, 언제부터 바꿔치기를 계획하고 어떻게 준비했는지, 자신이 출산한 여아를 어떻게 산부인과까지 데리고 가서 바꿔치기할 수 있었는지, 바꿔치기한 후에 피해자를 어디로 어떻게 데리고 갔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피고인의 반성 없는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앞으로도 사라진 피해자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인정했다. 석씨가 입을 열지 않을 경우 범행의 세부 경위는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망한 여아의 친부가 누구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친부가 석씨와 공범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친부가 확인될 경우 김씨가 출산한 사라진 여아의 행방을 파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석씨의 남편은 물론 내연남 2명 모두 유전자 검사 결과 사망한 여아와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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