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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하락론 불지피는 판교, 광교 아파트 반값세일...시장만 더 혼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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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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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직장인 A씨는 판교 아파트를 알아보던 중 의아한 거래를 발견했다. 2011년 7월 입주한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 103㎡ 1층 매물이 18억원대에 실거래 됐기 때문이다. 현재 이 단지 같은 면적 호가는 27억~28억원에 형성됐고, 주변 단지 같은 면적 호가는 22억~24억원이다. A씨는 "실거래가 확인 직후 비슷한 가격대의 매물을 문의했더니 '어림도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면서 "아파트 하락 거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비정상 거래까지 늘어나 언제 매수 시점을 잡아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한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용산과 준강남으로 불리는 판교, 광교 등에서 실거래가 대비 50% 이상 하락한 거래가 발생하면서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 집값 하락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닉셀링'이라는 주장과 절세를 위한 특수거래라는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정부가 이 같은 이상거래를 방관하면서 집값 하락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분당구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 103㎡는 지난달 18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직전 거래가(26억2500만원) 대비 29.52%(7억7500만원) 하락한 거래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을 통하지 않은 개인간 직거래 계약"이라며 "거래된 매물은 이 아파트 최고 로열동으로, 다른 호수보다도 1억~3억원 비싸기 때문에 급매로 보기에도 어려운 가격"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반값 직거래는 소위 부동산 상급지에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도원삼성래미안 전용 59㎡는 지난달 7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격인 14억3000만원 대비 48.95%(7억3000만원)나 떨어진 가격이다.

수원 광교신도시에서도 반값 하락거래가 발생했다. 광교신도시 광교센트럴타운60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24일 8억8500만원에 거래돼 동일면적의 직전거래가인 14억8500만원보다 40.40%(6억원) 하락했다. LH가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으로 2020년 12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분양전환이 이뤄진 단지다.

광교 J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 아파트 전용 84㎡ 분양전환가격이 6억5000만원이고, 첫 거래가가 10억~11억원선, 현재 호가는 14억원선"이라면서 "8억원대 매물은 시장에 나온 적이 없다. 증여를 목적으로 한 특수거래일 것"이라고 말했다.

상급지로 불리는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반값세일 수준으로 거래되면서 서울 외곽과 신도시 부동산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강남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값 하락추세전환이라는 경기상황과 일부 직거래 매물이 1층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이 같은 낙폭은 과도하다"면서 "가격 하락기를 틈타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강남에서 흔히 사용하는 절세 방법인데 이 같은 거래가 늘어나면 수도권에서는 부동산 심리가 무너지면서 패닉셀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오는 4월부터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 일대의 부모, 자녀 등 특수관계 아파트 직거래를 전수조사한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은 없을 전망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가족간 증여는 시세 대비 30% 낮게 신고할 수 있는데 최근 1년 사이 집값이 50% 이상 오른 곳이 많아 정확한 시세를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집값 하락론에 불을 지피기 위해 이 같은 편법 거래를 방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한지연 기자 ha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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